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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 산업평화 이룰 수 없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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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 산업평화 이룰 수 없다(사설)

입력
1990.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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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 때면,그러니까 87년 7월이후 해마다 울산시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노사분규의 폭풍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휩쓸고 지나갔다. 사실은 태풍처럼 휩쓸고 지나간 것이 아니라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현대중공업노조의 지도부는 골리앗ㆍ크레인위에서 농성중에 있고,현대자동차등 수개의 계열회사들이 「동조파업」에 들어갔거나 뒤숭숭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마창노련도 30일부터 충파업을 결의했고,전대협소속 대학생들이 대구 서울 부산 광주 등 주요도시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올해의 봄은 메이데이인 5월1일을 기해서 전노협이 전국적 규모의 파업과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를 긴장케 하고 있다. 전노협산하 5백여 개 기업 노조원 18만명이 30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 5월1일부터 전국적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다.

계절풍처럼 봄마다 벌어지고 있는 소위 「춘투」는 올해의 경우 현대중공업의 「실력대결」로 시작해서 민자당 창당이 얽혀 전국적 규모로 확대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때 올들어 노사분규가 예년과는 달리 잠잠해졌다는 사실이 낙관적 분위기를 이끌어 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난 28일 새벽 울산에서 벌어진 난장판은 이러한 낙관적 기대를 산산조각나게 한 것이다.

87년부터 시작해서 해를 이어 세차례의 뼈저린 「경험」을 쌓고도 울산은 여전히 비극적인 실력대결을 되풀이했다.

결국 90년의 5월이 울산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거듭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 5월이 어떻게 지나갈 것인지는 전노협이 어느정도의 「동원력」을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

어쨌든 우리는 이제 지난 3년동안의 교훈을 국민모두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할 때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초보적인 얘기지만 기업과 노조는 대등한 동반자로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가 위기를 벗어날 길은 없을 것이다.

어느쪽의 잘 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한 28일 새벽 울산의 비극은 그어느쪽에게도 유리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똑같은 비극을 4년째 되풀이하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의 난장판은 끝까지 「정치적」으로 풀어야 했다. 마찬가지로 위기설로 긴장돼 있는 5월도 전국민의 정치적 역량으로 평화로운 봄이 돼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경찰 병력을 투입하기에 앞서 끝까지 타협과 설득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노조도 이제는 자신이 지닌 「힘」에 겸손한다면,극한적인 대결을 푸는 현명한 협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산업평화는 오직 「합의」로서만 달성될 수 있다. 어느쪽도 힘으로 산업평화를 이룩할 수는 없다. 지난 3년 동안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이 평범한 진리를 알게 됐다.

또한 산업평화없이는 그 어느쪽도 득이 될 수는 없다는 것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알게 된 평범한 사실이다. 위기설이 팽배한 90년의 5월을 거꾸로 평화의 출발점으로 만들도록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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