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오늘부터 정상화되어 간다. 공권력 개입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모면했다는 안도감과 함께,이유와 조건이 무엇이든 국민의 전파가 회생하게 된 것은 썩 잘 내린 결단이고 다행한 일이라 할 것이다.2주가 넘는 파업과 재탕 연속의 파행방송으로 KBS는 대단한 상처를 입었다. 무엇보다 큰 손실은 국민의 애정과 신뢰를 잃었다는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방송정상화의 시점에서 회사나 노조 또는 사원 어느 쪽도 승패감을 따지지 말고 초월적 자세로 원상복구에 전력해 줄 것을 우리는 먼저 당부하고 촉구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방송으로 태어난다는 비장한 결의가 요구된다.
이번 KBS사태에서 높이 평가할 것은 인내와 끈질긴 대화 그리고 타협의 정신이다. 여기에 정상화부터 바라는 강력한 여론이 뒷받침이 되어 무리없는 해결에 도달하였다고 본다. 이것은 KBS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저절로 입증하는 결과도 빚어냈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외면하고 떠난 방송은 죽은 전파나 다름없다.
원만한 타협만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이정표를 세운 KBS는 이제부터 안팎으로 자기위상 확립을 위해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할 것이다.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진 모습을 다시 정립하려면 뼈아픈 자성과 목표 설정이 분명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시청자인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신뢰회복을 서두르는 작업과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원인이야 어디에 있든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제작거부 기간에 우리는 국민에게 안됐다는 공식적인 변명조차 들어본 기억이 안난다. KBS경영진과 사원들은 이것을 명심해야 할 줄 안다.
일단 정상국면에 접어들었으나 분규의 불씨는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임사장에 대한 퇴진운동이 그것이다. 앞으로 이 문제는 사내의 것으로 다뤄 밖으로 끌고 나오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하겠다. 정상화의 타협정신을 살리면 돌파구는 어떻게든 열릴 줄 안다.
그동안 KBS간부진은 쌍방의 틈바구니에서 심한 갈등을 겪으며 고역을 치른 것으로 알고 있다. 아울러 어려운 중재역을 맡아 이리 뛰고 저리 뛴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이런 가운데 인간관계의 마찰,위계질서의 혼돈이란 부작용이 앞으로 치유해야 할 또다른 과제로 남는다. 이 문제 또한 아량과 이해로 온건하게 풀려가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KBS사태문제 못잖게 중요한 것은 정부의 태도와 의지이다. 이번 사태 발단의 한 원인도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정부가 파업중에도 송출회사 신설이니 방송제도 개선이니 하여 오히려 불길에 기름을 붓는 듯한 인상을 풍긴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말로만 방송을 장악할 생각도 없고 실현성도 없다고 밝힐 것이 아니라 「공영」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표명해야 옳을 것이다. 또한 적법절차를 강조하기 이전에 「적격」을 좀더 고려했으면 이번같은 불행은 예방할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KBS사태는 또 하나의 교훈을 남겼다. 노조나 또는 어떤 집단이든 합리적이지 못한 강경론은 끝내 파국밖에 몰고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정과 타협은 굴복이 아니고 해결의 지름길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방송정상화의 정신이 KBS 발전에 기여하리라 굳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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