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지형에서 산불을 끄는 소방차로 개작된 소련제 T55전차,해저과학 연구용으로 개조된 소형 잠수함,대류권이상의 고공을 조사연구하도록 고쳐진 SS23미사일등이 새로운 상품으로 서방측 소비자들에게 선을 보이고 있다. 인명살상,각종 시설파괴 등을 목적으로 제작된 무기들이 평화적 목적을 위해 개작되어 새 상품으로 등장한 것이다. ◆지난 주말 서독 뮌헨에서 6일간 열린 「전환 90」 전시회는 이름그대로 소련이 무기를 개조하여 내놓은 새로운 수출상품 전시회였다. 3백여 소련기업들이 내놓은 약 1천2백개 품목들은 현재 생산중이며 구매자들에게 곧 인도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소련측은 그 제품들이 국제경쟁력을 가졌기는 하지만 자국의 생산능력 개선을 위해 서방측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대 「전환」인 것이다. ◆한때 소련은 고물이 다 된 군함들을 퇴역시키면서 그것을 군비축소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이번 전시회에 나타난 자료를 통해 서방측에서는 소련의 군수산업근로자 약 50만명이 금년중에 비군수산업분야로,그리고 군수산업시설의 약 60%가 95년까지에 민수산업으로 전환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57년에 첫선을 보이고 82년까지 2만8천대가 실전배치돼 있던 T55전차,66년,80년에 각각 설치됐던 SS12,SS23 미사일 등이 10년내지 33년만에 살상의 목적을 떠나 평화적 성격의 상품으로 탈바꿈하고 나온 것이다. 그동안 군비를 위해 엄청난 돈과 기술을 비생산적 분야에 퍼붓던 소련이 이런 변화를 선택하기까지에는 소련내의 정치적 변화가 그 바탕임은 물론이다. ◆지금 진행중인 미소 군축협상은 핵탄두를 각각 6천개 한도로 제한하는 전략핵무기 감축,화학무기 80%파기,유럽주둔 재래식 지상병력 및 항공기 감축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소련의 무기개조전시는 비교적 고물급이긴 했지만 두 초강의 군축이 현실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상징한다는 의미를 소홀히 여길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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