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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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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지형에서 산불을 끄는 소방차로 개작된 소련제 T­55전차,해저과학 연구용으로 개조된 소형 잠수함,대류권이상의 고공을 조사연구하도록 고쳐진 SS­23미사일등이 새로운 상품으로 서방측 소비자들에게 선을 보이고 있다. 인명살상,각종 시설파괴 등을 목적으로 제작된 무기들이 평화적 목적을 위해 개작되어 새 상품으로 등장한 것이다. ◆지난 주말 서독 뮌헨에서 6일간 열린 「전환 90」 전시회는 이름그대로 소련이 무기를 개조하여 내놓은 새로운 수출상품 전시회였다. 3백여 소련기업들이 내놓은 약 1천2백개 품목들은 현재 생산중이며 구매자들에게 곧 인도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소련측은 그 제품들이 국제경쟁력을 가졌기는 하지만 자국의 생산능력 개선을 위해 서방측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대 「전환」인 것이다. ◆한때 소련은 고물이 다 된 군함들을 퇴역시키면서 그것을 군비축소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이번 전시회에 나타난 자료를 통해 서방측에서는 소련의 군수산업근로자 약 50만명이 금년중에 비군수산업분야로,그리고 군수산업시설의 약 60%가 95년까지에 민수산업으로 전환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57년에 첫선을 보이고 82년까지 2만8천대가 실전배치돼 있던 T­55전차,66년,80년에 각각 설치됐던 SS­12,SS­23 미사일 등이 10년내지 33년만에 살상의 목적을 떠나 평화적 성격의 상품으로 탈바꿈하고 나온 것이다. 그동안 군비를 위해 엄청난 돈과 기술을 비생산적 분야에 퍼붓던 소련이 이런 변화를 선택하기까지에는 소련내의 정치적 변화가 그 바탕임은 물론이다. ◆지금 진행중인 미소 군축협상은 핵탄두를 각각 6천개 한도로 제한하는 전략핵무기 감축,화학무기 80%파기,유럽주둔 재래식 지상병력 및 항공기 감축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소련의 무기개조전시는 비교적 고물급이긴 했지만 두 초강의 군축이 현실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상징한다는 의미를 소홀히 여길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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