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한일 외무장관회담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재일한국인의 법적 지위보장문제에 관해 최종적인 타결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우리가 최호중외무장관과 나카야마(중산태랑) 일본외상과의 회담을 관심을 갖고 주시하는 연유는 이번 정례외무장관회담의 결과여하에 따라서 5월말에 예정된 노태우대통령의 방일문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보도에 의하면 노대통령의 방일문제에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보장문제에 대해서 한국측이 당초 주장했던 지문날인의 철폐등 4대악법의 폐지를 비롯,생활권의 보장등 9개항의 요구 가운데 지문날인 및 외국인등록증 상시휴대제의 폐지등 2개항으로 압축,최종 양보선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에대한 일본측의 최종 복안이 이번에 열릴 한일 외무장관회담에서 제시될 것으로 보이지만,이제까지의 실무접촉을 미루어 보면 만족할 만한 방안이 일본측으로부터 제시될는지는 미지수이다.
우선 우리는 한국측이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보장을 위한 9개항의 시정요구에서 2개항으로 대폭 줄인 것부터가 저자세 외교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우며 2개항마저도 일본측이 이리저리 꼬리를 달고 있는 데 대해 불쾌함을 금할 수 없다.
더욱이 일본측은 지문날인폐지의 대체방안으로 특별호적제와 모발과 눈동자의 무늬를 확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새로운 차별이란 반발의 소리가 재일동포들로부터 일어나고 있다.
만일 이같은 우리의 최소한도의 요구마저 이번에 열리는 한일 외무장관회담에서 거부된다면 노대통령의 방일은 마땅히 연기돼야 한다. 왜냐하면 노대통령의 방일은 단순한 정상외교의 차원을 넘어,36년간의 일본식민통치에 대한 응어리를 풀고 화해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으며,그의 방일에 따라 일왕 아키히토의 방한이 실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로서도 아시아제국과의 친선우호협력과 가이후(해부)정권의 안정을 위해 일왕의 방한은 실현시켜야 할 외교적 과제라는 것을 감안할 때 정부는 이번 기회에 재일동포의 한맺힌 차별을 일소해 줘야겠다.
사실 노대통령의 방일은 현안처럼 돼 있는 재일동포3세의 영주권문제나 이른바 4대악법의 철폐 그리고 경제협력문제의 해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근본문제는 일본정부와 국민이 과거의 잘못된 역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와 책임의 인식위에 한일협력을 다지는 데 있다는 것을 강조해 둔다. 일본정부가 태평양전쟁때 징병과 징용으로 끌고 간 37만명을 비롯,6백만명을 강제동원,2백만명이 희생됐고,그 후유증으로 오늘에까지 재일동포문제가 현안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똑똑히 인식,반성한다면 재일한국인 법적 지위향상문제는일본이 당연히 풀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이번 한일 외무장관회담이 잘못돼서 노대통령의 방일이 연기돼 한일간의 새로운 마찰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같은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일본측이 역사의식을 갖고 이 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나카야마 외무장관이 27일 『재일동포3세에게는 일본에서 기분좋게 살 수 있도록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들으며 그의 미래지향적인 결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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