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아닌 「공권력 해결」 앞으로 부담/계열사ㆍ전노협등 반발 또 불씨/사 “고발남발” 노“강경”도 문제/연대파업조짐… 5ㆍ18등 정치권투쟁연계땐 파동우려현대중공업사태는 노사간의 자율적인 타결의 기대가 무산된 채 끝내 공권력에 의해 수습됨으로써 성숙돼 가던 노동운동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됐다. 타율적인 사태해결은 자칫 노동운동탄압으로 인식돼 앞으로 연대파업확산등 노동계의 동향이 우려된다. 특히 메이데이를 앞두고 노동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이번 정부의 공권력 투입은 불법파업은 초동단계에서부터 강경 대처한다는 의지를 가시화한 것으로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정부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쟁의대상이 아닌 구속노조간부 석방 등 정치적 요구를 내세우며 파업을 벌인데다 쟁의절차도 무시한 것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성노조」로 알려진 현대중공업노조의 파업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노동계에 연대파업이 확산될 것으로 판단,파업돌입 4일째에 신속히 대응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5월1일 메이데이를 앞두고 노총과 전노협 등 노동단체들이 세계 노동자와의 단결을 과시한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집회및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이같은 움직임을 사전차단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위험수위에 이른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안정이 긴요하다는 국민들의 여론도 초기강경진압의 바탕에 깔려있다.
그러나 이같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에 의한 노사분규 해결방식은 가장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이어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공권력 투입에 대해 재야노동계를 중심으로 노동운동 탄압이란 비난성명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전노협은 앞으로 총파업 등 전국 규모의 투쟁을 벌이기로 결의할 것으로 보이며 마창노련과 현대계열사 9개 노조가 이미 연대투쟁에 돌입해 있다.
이같은 노동현장의 긴장국면은 한창 임금협상이 진행중인 재벌급 대규모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해 걱정스럽다. 또 이같은 분위기는 노사관계를 대결양상으로 끌고가 모처럼 안정기에 접어들었던 노사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번 현대중공업 공권력투입은 직접 원인이야 어쨌든 노사양측도 책임을 나눠가져야 한다. 이번 사태를 진단한 대부분의 노동관계자들이 노사간의 감정대립을 원인으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2월5일 전노조위원장 이원건씨(29)의 항소심공판에서 이씨에게 1심보다 높은 형량이 구형되자 노조가 불만을 품고 태업을 벌인 것.
회사측은 이에 맞서 이영현노조위원장(29)등을 업무방해혐의로 고발,이위원장이 구속되고 잇달아 노조간부가 구속되거나 고발당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노조측은 회사측의 조치가 노조와해 기도라며 실력행사로 맞서 23ㆍ24일 이틀간의 태업 끝에 25일부터 전면파업을 결행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지난 87년이후 계속된 격렬한 노사분규로 인한 노사양측의 응어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노사간의 협상은 거의 기대하기 어려웠고 노조는 노조대로 이번 사태기간동안 노조대표가 3차례나 바뀌었으며 노조간부의 탈퇴선언 등 내부문제점도 드러나 더욱 사정이 어렵게 된 것이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보더라도 사용자측은 노동자의 요구조건을 인내심을 갖고 경청하려 하지 않았고 노조도 강경일변도를 견지해 왔다.
사용자측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이틀째에 조업을 중단시켜 노조를 더욱 자극했고 지난 23일 태업돌입이후 단 한차례의 협상자리도 마련치 못했다. 25일에야 행정기관의 주선으로 노ㆍ사ㆍ정 3자협상이 이뤄졌을 뿐이다.
사용자측의 노사분규에 임하는 안이한 태도도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고 있다. 공권력에만 의존,자체적인 해결방안을 전혀 내놓지 못했던 것이다.
또 노조의 경우도 강성 일변도의 협상자세를 견지,양보를 보이지 않았다. 협상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은 채 실력행사만 앞세워 사용자측의 운신의 폭을 좁혀 놓았던 것이다. 노조내부의 불신과 알력도 협상타결의 장애요소로 작용,선결문제로 남게 됐다.
아무튼 현대중공업 사태는 공권력으로 불은 껐다고 하지만 불씨는 계속 남게 됐고 앞으로 노동운동의 향방에도 큰 작용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구속자 고소취하 등 노조의 요구조건이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는데다 노사간의 불신은 더욱 깊어졌기 때문이다. 조업이 정상화 된다해도 노조집행부가 새로 자리잡을 때까지는 노조가 제대로 가동되기 어려워 불씨로 등장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또 수습이 늦어질 경우 메이데이 5ㆍ18광주민주화운동 1주기등과 겹쳐 이번 현대중공업사태 여파는 정치투쟁과 연계돼 큰 파장을 끌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지난해 공안정국 아래서 잦은 공권력 행사가 이해 당사자의 행동양상을 과격화 했다는 점을 상기,특히 자율이 강조되는 노사분규에의 공권력 행사는 최대한 억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경제난국을 극복하려는 국민적 여망을 경청해 노동현장에의 공권력 투입은 이번으로 끝나야 할 것이다.【울산=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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