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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고삐없는 10대의 성:9ㆍ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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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고삐없는 10대의 성:9ㆍ끝)

입력
1990.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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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락풍조ㆍ무관심이 「탈선함정」/진학위주 교육도 큰요인 「낙오된 아이들」 포용 시급/「밖의 악」저항능력배양은 가정의 책임 왜곡된 성인식 학교서 바로잡아줘야한국일보는 청소년의 달을 앞두고 8회에 걸쳐 연재한 「고삐없는 10대의 성」을 마감하면서 청소년문제전문가들의 좌담을 통해 10대 성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짚어보았다. 참석자들은 이 좌담에서 한결같이 10대의 문제가 기성세대로 인한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학교내에서의 내실있는 성교육과 학교밖 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체적으로 가임권이지만 결혼적령기에 이르지 못한 「성적실업자」인 10대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모두가 내 자녀」라는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편집자주】

□참석자

▲강지원검사(41ㆍ서울보호관찰소장)

▲김형모씨(31ㆍ「10대들의 쪽지」발행인)

▲백낙권교사(46ㆍ서울오산고교도주임)

▲심영희교수(43ㆍ한양대사회학과)

<가나다순>

<사회=한기봉기자 기록="홍윤오기자">

▲사회=「고삐없는 10대의 성」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수많은 독자들이 전화와 편지를 통해 취재진을 격려하면서 『정말그러냐. 너무 과장한 것이 아니냐』고 물어왔고 10대를 매도한다고 항의도 했습니다. 독자들의 충격은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시리즈에 다뤄진 사례가 모든 10대에게 해당되는 일은 아닙니다만 중요한 것은 그들을 깨우치고 모범을 보여야할 기성세대들만 실상을 모를뿐 10대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얘기라는 사실입니다.

▲심=저역시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10대가 과연 그정도로 타락했나,믿기 힘들었고 모든 10대가 똑같이 매도당하고 피해를 입는게 아닌가 걱정스러웠습니다.

▲김=저는 84년부터 1년에 수천통씩 10대들의 고민편지를 받아왔기 때문에 별로 놀라지 않았습니다. 먼나라 얘기도 아니고 특수한 몇몇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모든 10대가 누구나 그럴수 있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지금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회=평소 보고 느낀 10대의 성적 형태는 어떠했습니까.

▲김=문란해진 10대의 성문화는 최근들어 상상을 뛰어 넘을 정도입니다. 10대남학생사이에 늘어나는 윤간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고교를 갓 졸업한 남학생들은 그날로 성인식을 치른다며 단체로 사창가에 가기도 합니다.

▲백=남녀공학인 우리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이번 시리즈기사를 복사해 읽으며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학교는 마치 대학캠퍼스를 방불케할 만큼 남녀학생들이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는데 이들이 교정에서 나누는 얘기는 주로 진로문제나 이성교제문제등으로 건전한 편입니다만 교외생활이 문제입니다.

다른학교 생활지도교사들과 얘기를 해보면 성병이나 임신등에 관한 10대의 고민이 점차 심각해지는 양상이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강=최근 10대의 성범죄는 전체 숫자가 늘고 있을뿐 아니라 점점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윤간과같은 집단성범죄가 증가하는 것도 또다른 특징입니다. 아마도 이들은 집단적 행위를 통해 응집력을 높이고 죄의식을 나눠가짐으로써 죄의식을 희석시키려는 심리가 있는것 같습니다. 학생의 경우엔 학교를 중심으로,비행청소년들은 학교주변이나 자체 서클을 중심으로 서로 연계를 맺고 공존하고 있습니다.

▲심=최근 가장 충격적인 현상은 10대 소녀의 매매춘행위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매매춘을 하다 서을시립여자기술원에 들어온 10대의 75%이상이 성폭행을 당한뒤 자포자기상태에서 이런길로 접어든 경우였습니다.

▲사회=10대들의 성적인 탈선과 비행이 늘어나는 요인과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강=성과 관련된 10대의 비행은 크게 2가지로 나눠집니다. 남자의 경우 쾌락추구형으로 나가게 되고 여자의 경우는 성적피해를 입거나 더욱 타락해 마침내 윤락행위까지 저지르게 됩니다. 쾌락추구형은 성윤리를 기반으로한 가족공동체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사회전체를 타락하게하고 성폭행및 10대의 윤락행위는 이들이 가임여성권에 들어있기 때문에 2세문제에 나쁜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습니다.

10대의 타락과 방황의 근본원인은 기성세대의 비뚤어진 향락ㆍ소비문화라 할수 있습니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10대들을 이지경으로 이끌어간 기성세대는 이들을 방관하고 무관심할뿐 아니라 더욱 나쁜길로 유인한다는 것입니다.

기성세대가 이렇게 나가는 한 아무리 법적인 단속을 하더라도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심=사회구조적 또는 문화적 측면에서 볼때 한편에서는 밀어내는 요인이 있고 또 한편에서는 잡아당기는 요인이 있어 10대는 자연히 타락과 비행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어느 학생이 성적도 나쁘고 집안형편마저 안좋으면 좌절과 슬픔에 빠지지만 누구하나 알아주는 이가 없습니다. 집안형편이 괜찮더라도 오로지 좋은대학에 가라고 공부만 강요하는 부모와 진학위주의 학교교육제도는 10대를 정상궤도에서 밀어내는 요인입니다.

이렇게 밀려난 10대는 친구들이나 서클등이 끌어당겨주고 비슷한 처지끼리 모이면 음주ㆍ흡연으로 공감을 나누며 급기야 흉포한 범죄까지 저지르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다 우리사회의 물질만능주의,성의 상품화와 TV광고ㆍ드라마등이 가세,10대를 타락시키고 있습니다.

▲김=기성세대가 유인하는 부분이 무엇보다도 큰 문제점일 것입니다.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일부 기성세대가 10대를 찾으니까 그에 따른 공급이 생기게 되고 공급이 수요를 못따르자 인신매매가 생기는 것 아닙니까. 80년대 중반부터 강남일대의 유흥가에서 유행병처럼 번지기 시작한 10대선호가 최근에는 거의 전국적으로 퍼졌습니다.

6번이나 가출해 사창가만 돌아다녔다는 고2여학생의 편지는 「나를 받아주는 곳은 학교도 가정도 아니고 바로 사창가뿐이다. 그곳에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10대들이 어른들에게 최고 인기였다」는 내용이어서 부끄럽고 가슴아팠습니다.

▲백=중고교 교복자율화조치도 10대의 탈선과 관계가있습니다. 교복을 벗고보니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술 담배등 접하기 쉽고 어른 흉내를 내게되며 보호받지도 못하고있어요.

크게볼때 사회의 성개방풍조,가정과 교육의 역할불충분,물질만능주의,청소년의 신체적 조숙등이 요인이라고 봅니다.

▲사회=학교에서의 성교육실태는 어떻습니까.

▲백=10대는 가임권에 들어 있으나 결혼적령기가 아니므로 「성적실업자」라고 표현할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됩니다. 성교육은 생물 체육시간등을 통해 실시되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진학위주교과목에 치우쳐 등한시되는 느낌입니다. 교실에서 구체적 피임법까지 지도해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습니다. VTR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10대의 성지식은 생각보다 훨씬 부족하고 왜곡돼 있습니다. 약몇알만 먹으면 낙태가 가능하다고 믿는 여학생도 많습니다. 평소에는 잘알고 있는것 같아도 구체적상황에 닥치면 당황하거나 무지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곤 합니다.

▲사회=결국 10대의 문제는 10대 자신들만의 책임으로 돌릴수 없는 것같습니다. 그렇다면 예방과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심=우선 10대가 겪는 좌절의 동기를 줄이거나 없애줄 필요가 있는데 가장 시급한 것이 교육제도 개선입니다. 대학에 안가면 낙오자가 되는 현실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합니다.

또 교육을 통해 올바른 성개념을 심어줘야 합니다. 올바른 성은 남녀 상호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인데도 대부분의 10대남자들은 여자를 소유하고 정복하기만 하면된다는 왜곡된 성개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성교육은 단순히 해부학적인 이론교육을 뛰어넘어 전반적인 인간관계를 모두 망라해야 합니다. 정조나 순결은 여자에게만 있는게 아니라 남자도 마찬가지라는 인식도 심어 줘야 합니다.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성충동을 극기할수 있는 방법과 정확한 피임법도 교육돼야 합니다.

▲강=지금까지 주로 비행학생에 대한 얘기가 많았는데 학교에서도 소외된 근로청소년이나 미취학,무직청소년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중요합니다.

학교와 가정으로부터 버려진 10대에게는 「대리학교」 「대리부모」등의 보호장치가 필요합니다. 이미 범죄를 저질렀거나 타락한 10대에게는 의지하고 상담이나 도움을 청할 구출장치가 더욱많이 필요합니다.

10대의 문제는 결국 성인사회문제에서 기인됐다는 점을 명심하고 성인들 스스로가 가정과 사회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비행예방을 위한 각지역공동체나 사회단체도 너무 중구난방식으로 다원화되고 이질화돼 있으며 전시효과적 측면이 있어 상호협조가 잘 안되고 있습니다. 예방과 대책차원에서 이런 단체ㆍ기구의 유기적인 체계가 필요합니다.

▲김=10대성문제의 근본원인은 인간성교육의 부재에 있는만큼 인간은 동물과 다른 인격과 도덕을 바탕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평소에 깨우쳐줘야 합니다. 또 성문제만 따로 떼어 생각하지 말고 종합적인 청소년대책의 일환으로 다뤄야 하며 가족과 사회가 모두 관심을 가지고 긍지와 보람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들이 자녀들과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할수 있는 의식전환도 매우 중요합니다.

10대는 사회에 만연된 각종 성공해를 이겨낼수있는 힘이 없으므로 부모가 예방과 저항능력을 배양해 줘야 합니다. 따라서 각종 사회단체의 부모 재교육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부모들은 『나는 완벽하다. 우리자식은 괜찮다』는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자녀의 외모가 갑자기 달라지거나 우울해지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문제에 봉착했을때 부모와 학교에 보내는 구조신호입니다. 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때 10대는 설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될 것입니다.

▲백=청소년선도는 국가와 언론,가정과 학교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서로 정보를 나누며 공동으로 해결책을 찾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먼저 청소년들을 억압하고 방황하게 만드는 파행적 입시제도가 개선돼야만 전인교육이 자리를 찾을 것입니다. 대학에 가지않는 10대를 위한 직업교육의 강화는 한가지 예로서 방황대신 긍지와 보람을 심어줄 것입니다.

안정된 교육풍토속에서 학교별로 성교육전문가를 초청,순회교육을 실시하거나 합동강연회를 자주 여는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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