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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 조장하나/박무 경제부차장(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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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 조장하나/박무 경제부차장(기자의 눈)

입력
1990.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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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의 주가폭락을 기록한 바로 하루뒤 날인 28일 증시주변에서 하루종일 화제가 된 것은 「정신나간 사람들」에 관한 얘기였다. 그냥 내버려 둬도 폭삭 폭삭 가라앉고 있는 주가때문에 주식투자를 안하는 일반 국민들까지 이러다가 금융공황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며 걱정스러워 하고 있는 증시에다 대고 느닷없이 『부양책 안쓴다』고 일부러 공언을 한 것이 정신나간 짓이 아니냐는 얘기들이었다.대통령이 주재한 경제장관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이라며 정부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해서 일부 신문에 보도된 이 부양책 안쓴다는 기사때문에 28일 증시는 반나절에 28포인트가 폭락,26일에 이어 다시 한번 사상최대폭락의 기록을 냈다. 부양책을 하기싫으면 그냥 안하면 될 일이지 뭐하러 쓸데없는 공언을 해서 주가폭락을 부채질하느냐는 것이 6백만 투자자들의 얘기들이다. 동냥은 커녕 쪽박까지 깨버리는 고약한 심보를 나무라며 울분을 토하는 투자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정부가 일부러 그럴리야 있었겠느냐며 고위공직자로서 자신의 언행이 초래할 파급영향에 대해 사려를 못하는 미숙한 자질을 나무라는 분위기였다.

물정모르는 짧은 식견과 경솔한 언행,공론이 용납못하는 비뚤어진 신념과 그것을 소신이라고 밀어 붙이는 아집 등등 일부 공직자들의 미숙한 자질때문에 우리경제는 많은 상처를 입었다. 학자출신의 모 전직장관이 분양가 자율화 운운하며 입을 열 때마다 아파트값이 폭등을 거듭,결국은 2년여에 걸쳐 전국토를 휩쓰는 거대한 투기의 불길을 부채질한 것이나 임대료를 안정시킨다며 서투른 대책을 내놓는 바람에 전세ㆍ월세값 폭등을 유발한 것,제대로 시행도 못할 종토세를 집적거려 임대료를 폭등시킨 것,종합주가지수 8백40선에서 공황이 우려된다며 한은 발권력까지 동원해서 무제한 개입을 하던 정부가 장관이 바뀐 한가지 이유때문에 7백선이 위협을 받아도 자율을 내세우며 절대 개입을 않겠다고 소신을 보이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각료급 고위공직자들의 식언과 실언실책이 밥먹듯 쉽게 거듭되고 오늘 이랬다가 내일 저랬다가 하는 식으로 갈팡질팡하는 경제시책을 보고 있노라면 그나마 이정도라도 버티는 게 용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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