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되풀이」는 전혀 무의미/「개인의사」로 다른 현안과도 별개문제/일 지식인ㆍ언론선 「한국요구 수용」촉구재일동포 3세의 법적지위 문제를 계기로 시작된 이번 한일외교협상에서 일본이 「과거」에 대한 사죄문제에 무성의 하다는 한국측의 불만에 대해 일본은 노태우대통령 방일때 국왕의 입을 빌어 다시 한번 「유감」의 뜻을 표하는 수준으로 대처하려는 것 같다.
26일자 요미우리(독매) 신문보도에 의하면 5월24일로 내정된 노대통령 방일때 아키히토(명인) 일왕이 「양국간의 불행한 과거」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할 것을 검토중이라 한다. 그러나 그 수준이 어느정도이며 어떤형식을 취할 것인지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되지 않았다.
같은날 나카야마(중산태랑) 외상은 중의원 예산위에서 일제의 침략행위를 반성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 두가지 보도에 대해 한국측이 유의하는 것은 개인차원의 유감표명으로 사과책임을 넘기려는 듯한 일본정부의 태도이다.
설령 일왕이 유감표명을 한다해도 지난 84년 전두환 대통령 방일시 히로히토(유인) 일왕이 표명한 수준이라면 2번째라는 것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당시 히로히토 일왕은 『금세기의 한시기에 있어 양국간에 불행한 과거가 존재했던 것은 진실로 유감이고,다시 되풀이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아무리 정독해 보아도 일본이 한국에 대해 피해를 입혔다는 뜻이 담겨있지않다.
일왕이 2번째 유감표명을 하고 그 수준이 지난번 보다는 한국민의 감정에 가까워진다해도 문제는 남는다.
아무리 일왕이 일본의 상징적 존재라해도 「개인의 발언」으로 끝나고 이번 재일 동포법적 지위문제 협상에서도 드러났듯이 법적ㆍ행정적 불평 등 문제는 그대로 남을 여지가 크다.
마찬가지로 지난 26일 나카야마 일본외상의 「반성」도 개인의 정치적 발언이기 때문에 그순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던 양국외무부 아주국장회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날 나카야마 외상은 중의원 예산위에서 『제 2차 대전은 이웃나라와 그 국민들에게 중대한 손해를 끼친 일본의 군국주의적 침략이었으며 이들의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를 생각할 때 과거의 침략문제를 겸허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일본으로부터 직접 피해를 입었고,지금도 당하고 있는 재일동포를 포함한 한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일왕의 입에서 이정도의 발언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스스로들 나라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일왕의 입을 빌린 사죄일바에야 법적 뒷받침을 위해서도 국민대표기관인 국회가 사죄결의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서독의 이스라엘에 대한 사과는 몇번이고 되풀이해 국회결의로 이루어졌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65년 사죄결의후 당시 바이츠제커 대통령은 의회연설에서 『과거 전쟁책임에 대해 눈을 감는자는 현재에 대해서도 장님이 된다』고 했다.
미국과 캐나다 역시 일본이 우리에게 입힌 피해와는 비교도 안되는 전쟁중의 일계 미국ㆍ캐나다인 강제수용에 대해 대일사과 결의를 했다. 당시 미 의회는 『불의를 잊거나 무시하는 국민은 재차 그것을 되풀이 할 것』이라고 자계했다.
지난 3월27일 일지식인 61명은 「일국회가 과거 일본제국주의의 조선식민지 지배에 대해 국민의 이름으로 사죄결의를 할 것」을 국회에 촉구한 바 있다.
아사히(조일)신문도 최근 「한일교섭의 진전을 막고 있는 것은 일본에 결여된 역사인식」이라고 지적했고 마이니치(매일) 신문도 사설을 통해 재일한국인 문제에 대한 한국측 요구는 타당하다고 밝혔다. 정확한 과거인식을 바탕으로한 사죄가 문제해결의 첩경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의 지식인들과 재일동포들은 이번 법적지위협정(한일협정)의 재협의때 협정 전문의 과거관계표현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오늘의 문제는 65년 한일협정문제에서 잉태됐다는 주장이다. 이협정 전문은 「다년간 일본국에 거주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국의 사회와 특별한 관계를 갖는데 이르게 된 것을 고려해…」로 돼 있다. 도대체 어떤 경위로 「특별한 관계」가 됐는지 전혀 언급이 없다.
한마디로 협정체결의 배경이 된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뜻이 빠져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도 통치시대 조선을 보다 좋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65년 한일교섭 당시 고삼 일본측 수석대표) 『한일합병에 대해서는 한국측에도 책임이 있다』 (86년 등미문부상) 『지문 날인이 싫으면 한국으로 돌아가면 된다』 (일 경찰 관계자) 는 등의 망언이 심심찮게 터져나오는 것이다. 일본측은 이번 한일협약재협의 대상은 65년 협정에서 약속한 재일한국인 3세 영주권 문제뿐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로서는 일본에 대해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마당에 법적 형식논리에 얽매일 수는 없다. 일본도 진정으로 양국관계의 새시대를 맞자는 생각이라면 사죄는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것도 새 일왕이 전왕처럼 마지못해 억지춘향식 유감표명으로 끝내려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회결의든,한일협정에 못박는 분명한 기록을 역사에 남기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이 정확히 역사를 인식한다면 재일한국인 문제는 한일교섭에 의하지 않고 일본의 자주적 판단으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민족차별과 싸우는 연락협의회」 대표인 재일 이인하목사의 말이다.
30일 한일외무장관 회담에 임하는 한국정부는 일본의 사과가 재일동포 법적지위나 처우에 관한 문제와 별개가 아님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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