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탕작전 맞서 마약조직서 세과시 위해 테러/30개월동안 후보 4명희생… 유혈참극 거듭중남미 마약밀매의 본거지 콜롬비아에서 지난 30개월동안 4명의 대통령 후보가 잇달아 마약조직의 테러로 희생돼 전세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정부의 소탕작전에 맞선 마약조직의 「세과시용」 테러만행이 되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87년10월 하이메ㆍ파르도릴(좌익애국동맹당),89년8월 루이스ㆍ갈란상원의원(집권자유당),올3월 베르나르도ㆍ자라밀로(애국동맹당)에 이어 또 다시 26일 「M19」의 대통령 후보 카를로스ㆍ피사로(38)가 피살됐다. 그는 지방유세차 국내선 여객기를 타고 가던 도중 괴한의 기관총 세례를 받고 사망했다.
피사로 후보는 콜롬비아의 4대 좌익그룹중 도시지역을 거점으로 반정부 게릴라 활동을 펴온 M19의 지도자.
지난달 8일 정부와의 휴전협정을 계기로 M19가 정당으로 변신한뒤 그 후보로 나서 오는 5월27일의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 왔다.
사건 발생직후 콜롬비아의 최대 마약조직인 메데인카르텔측은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자신들이 암살을 지시했다고 서슴없이 공개했다.
이들은 또 피사로 후보가 암살된 것은 4명의 대통령 후보에 대한 「추첨결과」라고 호언하고 로드리고ㆍ카세이도,알바로ㆍ루르타도,세자르ㆍ트루히요 등 나머지 후보 3명에 대한 별도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까지 늘어 놓았다.
콜롬비아에서 마약조직은 정치지도자들 마저도 『제도의 일부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체념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콜롬비아는 코카인 원료인 코카나무의 재배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코카인의 생산량이 인접 볼리비아나 페루에 미치지 못하지만 카리브해와 태평양 연안을 낀 지리적 이점으로 코카인 제조ㆍ수출의 중심지로서 미국 「수요」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콜롬비아의 마약 수출액은 1백50억달러로 순수익만 30억달러가 넘어 마약조직은 지금까지 1백10억달러의 외채를 갚아주는가하면,주택건설자금 55억달러를 정부에 제공하기까지 했다. 이때문에 『카르텔조직은 국가보다 더 강력하다』『콜롬비아에는 2개의 정부가 있으며 실세는 마약조직』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마약조직은 또 TVㆍ라디오 방송국 등도 소유하고 있으며,88년의 북부 5개 도시의 시장선거에서 당선자를 매수하는 등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약밀매의 거점인 메데인시는 정부와 마약조직간,또는 마약조직 상호간의 폭력ㆍ보복살인으로 세계 최고의 살인율을 기록하고 있다. 84년4월 마약조직 소탕을 내건 로드리고ㆍ라라ㆍ보닐라 법무장관의 암살에 이어 88년1월에는 마우로ㆍ호요스 검찰총장이 피살되는 등 마약조직의 요인납치ㆍ암살 등 대정부 공격은 끝없이 계속돼 왔다.
지난해 8월 집권자유당의 갈란후보가 암살당하자 87년 취임한 비르힐릴오ㆍ바르코 현대통령은 『마약을 근절시키지 않는 한 민주주의와 콜롬비아의 장래는 없다. 마약퇴치는 국가의 존망이 달린 문제』라며 즉각 「마약전쟁」을 선포했다. 그간의 마약조직 소탕에서 체포된 마약밀매자들은 84년 체결된 범인 인도협정에 따라 미국법정에 송환됐다.
마약조직은 미국의 지원까지 가세된 정부의 토벌작전에 대해 『정부가 과거의 은덕을 망각하고 있다』며 전면보복으로 맞서 지난 한해동안에만 정부요인 3백여명과 민간인 2천5백여명이 희생되는 유혈참극이 계속되고 있다.
마약조직측은 메데인카르텔의 엘ㆍ파드리노(대부) 파블로ㆍ에스코바르가 지난해 8월 조건부 휴전제의를 한데 이어 지난 1월 정부측에 협상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대통령후보 암살이란 보복공세를 펴고있는 것이다.
정부와 마약조직간의 마약전쟁에다 좌ㆍ우익 게릴라의 테러활동까지 가세돼 콜롬비아 정국은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우려될 정도의 혼란을 겪고있다.【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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