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ㆍ집단지도체제 절충 형태/YS,겉은 당무관장… 지분한계/새 내용없어… 92년까지 잠복이슈로 계속 남을듯민자당 당내분과 갈등의 핵심적 요소의 하나였던 지도체제 문제가 26일의 청와대 4자회동으로 일단 결말지어 졌다.
그러나 지도체제문제의 결말로 당내분과 갈등의 요소가 완전해소 됐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지도체제 문제는 특정계파의 효율적 당권선점을 위한 1차의 전술적 공세였으며 앞으로도 이와같은 당권향배와 관련한 당내 각 계파 보스,또는 계파간의 마찰과 갈등이 끝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92년 총선직후의 차기대권과 관련한 당권의 향배가 결정적으로 가름될때까지 지도체제문제와 맞물려 잠복성 이슈로 부침을 계속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러는 사이 민자당은 지금의 당내분과 갈등을 뛰어넘는 큰 파란을 겪을 가능성이 배제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같은 관측은 이날 결정된 민자당의 지도체제가 새삼스런 결정이 아니라 이미 지난 1ㆍ22 3당합당때의 노태우대통령 당시 김영삼민주당총재 김종필공화당총재간 3자 합의사항의 재확인이었다는 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1ㆍ22합의사항은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으나 암묵적으로는 각 계파간에 알려져 있다.
즉,노대통령이 총재를 맡아 최고위원과 협의해서 당을 통할하고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은 김종필최고위원및 그밖의 최고위원들과 합의해서 당무를 총괄한다는 단일안과 집단의 혼합식 지도체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청와대 4자회동에서 결정된 지도체제는 자구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다. 전체적인 윤곽에서 본다면 노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확실한 단일지도체제이며,김영삼대표최고위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합의제방식의 집단지도체제인 셈이다. 다만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이 당무의 상당부분을 총재인 노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아 사실상 당무를 관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의 당무관장이라 하더라도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이 갖는 당권의 지분은 유의미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은 셈인것이다.
바로 이같은 당권지분의 무의미성 때문에 특정계파는 92년이후의 당권장악과 관련한 각서설을 유포시켜 내분의 재연조짐을 만들었고 또한 대표최고위원의 전당대회 선출을 주장하고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유의되어지는 대목은 대표최고위원의 전당대회 선출문제이다.
대표최고위원직도 총재와 같이 전당대회에서 선출케 함으로써 정치적인 뒷받침을 갖게 해 당권의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자는 복안인 것이다.
그러면 왜 3당합당시 「구국적 결단」이라고 외치던 민자당의 각 계파가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어떤 시각에서 보더라도 명분을 내세울 수 없는 당권과 관련한 내분과 갈등에 휘말리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되어 질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각 계파간,특히 민정계와 민주계간의 불신으로 관측되고 있다.
상대방을 믿지않고 서로 「이용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서로 합당된 상대방을 과대평가 내지는 착각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한 집안식구가 되고 나서 가족들의 됨됨이를 깨닫고 비로소 실망을 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둘째는 앞서 지적한 대로 상호간 불신감의 팽배로 합당때 약속했던 향후에 대한 기본구도가 깨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김영삼박철언」 양자간의 치열한 1차내분으로 합당때의 기본구도는 부도수표가 됐을 가능성은 크다. 3당합당의 민정계 주역이었던 박전정무장관과 민주계 사이에는 향후와 관련한 기본구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은 거의 빗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생명이 끝날것』이라는 박전정무의 혹독한 공격이나,『의원직가지 사퇴해야 한다』는 민주계의 역공세는 이미 기본구도에 대한 약속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최근에 발생한 두차례의 당내분으로 민자당은 전당대회도 치르기전 만회하기 어려운 대국민 불신을 받고 있다. 당내분이 우발적 상환전개가 아니라 향후 2년후의 가능성 때문일 것이라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민자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깊어지는 것은 바로 이점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피해를 보는 이해 당사자는 노대통령일 것이라는 관측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통치권의 결정적 누수현상은 물론 민자당의 사실상 리더로서의 대국민 이미지는 저하될대로 저하되어 있다. 4당체제때 노대통령에 대한 「애착과 기대감」마저 상당히 상실되어있는 상태이다.
노대통령과 3자가 서둘러 이날 회동을 갖고 지도체제문제에 결착을 내리고 국정전반에 걸쳐 생산적 논의를 한 것도 이같은 배경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KBS사태ㆍ현대중공업파업 등 주요현안에 대해 여권의 수뇌부가 모처럼 한목소리가 돼 국정의 범정부적 뒷받침을 하기로 한 것은 정치권의 긍정적 방향전환이라 해야 할 것이다.<이종구기자>이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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