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르곤 후회… “누구에 호소하나”/부모 무관심… 상담창구 빈약/근친상간ㆍ폰팅후 직접만나 성관계/일부 “낙태하면 그만”극단적 사고도「저는 여고3년생이에요.지난 3월 저는 아는 오빠와 함께 서로사랑해서 관계를 맺었어요. 그리고 한달후에 친구들과 디스코장에 놀러갔다가 대학생 파트너의 유혹에 감정을 억누르지못하고 그를 따라갔어요. 전 중학교 2학년때 순결을 잃었지만 임신 한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임신도 걱정이지만 이 사실을 누구에게 말해야하나요. 아는 오빠일까요. 대학생일까요」
「내마음의 답답함을 어쩔수가 없어서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전 예쁜편이 아니예요. 우리반엔 예쁜애들이 두명정도 있는데 그애들을 볼때마다 열등감과 질투심이 일어나는것을 참을수가 없답니다.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예뻐지고 싶다는 것입니다. 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얼굴생각만하면 모든것이 싫어진답니다. 공부에 앞서 우리에겐 더 중요한게 있다는 것을 선생님들은 모르세요」
「저는 어른들을 경멸합니다. 저희 엄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외출했다가 밤11시에 들어옵니다. 언제나 하얀차를 타고옵니다. 전 알아요. 제엄마는 남자가 있어요. 아빠는 모르고 계시지만 동네에서는 다 알고있어요. AIDS가 전 세계에 퍼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순결한 사람들만 이 세상에 남지 않겠어요. 저는 어버이날 무척 쓸쓸했어요」 지난 84년부터 10대들과 편지상담을 꾸준히 해온 「10대의 쪽지」 (발행인 김형모)에 보내진 사연중 몇가지이다.
10대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해결하는가. 최근 각 청소년기관의 조사를 살펴보면 분명한것은 10대의 고민중 성에 관련된 것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청소년연맹소년상담실이 전화 면접 편지등을 통해 지난 6년간 상담유형을 분석한 결과 84년부터 86까지는 학업ㆍ진로문제가 1위,성문제가 그 다음을 차지 했으나 87년부터는 성문제가 전체상담 건수의 39.6%로 으뜸이었고 학업ㆍ진로문제(20.1%)는 2위로 밀려났다.
성관련상담도 단순한 호기심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서울 YMCA 청소년성상담실이 지난 84년부터 89년까지 상담활동을 분석한 바로는 성지식 자위행위 이성관계에 대한 고민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성욕구 근친상간 성관계 성폭행에 대한 상담은 급증하고 있다.
성상담중 가장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경우는 편지를 통해서이다.
기성세대들이 읽어본다면 「설마」「그럴수가」하는 상상을 뛰어넘는 내용들이 많아 그들의 성적일탈에 얼마나 무관심했던가하는 부끄러움을 느끼게한다.
이른바 「폰팅」으로 알게돼 밤마다 상대또래와 비밀스런 음담을 나누게된 한 고등학교 남녀는 몇달후에 한강고수부지에서 처음 만난 그날 대담한 행동에 빠지게 됐다. 여학생은 그녀의 성이 단순한 상상의 차원에서 현실로 다가오자 고민하게됐다.
성폭행한 남학생이 밉기도 하지만 잊지못해 괴롭다는 소녀의 애증고민은 10대만의 이해할 수 없는 성심리를 말해준다.
친구의 남자 또는 여자친구와 비밀스런 관계를 맺고있다는 삼각관계의 고민도 많다.
선생님과 부모몰래 임신중절수술을하고 괴롭다는 10대도 있다.
상담가들에 의하면 여학생들의 공통적 특징은 순결을 「빼앗겼다」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보다는 상대에게 책임을 두려는 이같은 심리는 또다른 유사한 환경에서 저항력을 약하게 하는것으로 지적됐다.
남학생들의 경우 성적충동보다는 친구들과의 「의리」를 내세워 성범죄를 일으킨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임신을 남모르게 처리하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는 10대도 상당수였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E약국 약사 박모씨(31ㆍ여)에 의하면 하루에 3∼4명의 10대소녀가 약으로 낙태가 가능한지를 문의하고 있으며 연말이나 바캉스철이 되면 훨씬 늘어나고 있다.
10대들은 이제 보다 구체적인 것을 묻고있는 것이다. 한 상담가는 『이제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산부인과의사가 돼야할판』이라고 말했다.
상담창구에 비친 또하나의 두르러진 특징은 근친상간의 문제이다.
「10대들의 쪽지」가 87년 순결을 잃은 대상을 조사한 바로는 놀랍게도 23.8%가 가족과 친척에 의해서였다.
대체로 청소년들의 성문제는 성에 관한 지식이 의외로 결여돼있거나 사춘기의 성충동을 건전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잘모르고 있기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직도 많은 10대들이 『자위행위를 하면 키가 안크고 결혼한후에 아이를 낳지못하나요』라고 괴로워하고 있는 현실은 학교와 가정에서의 성교육의 현주소를 한마디로 말해준다.
『저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밤을 지새우는 10대들의 고민에 대한 해답은 이제 더이상 청소년상담가들의 몫이 아니다.
대한가족계획협회 청소년 상담실 자원봉사자인 장현숙씨(42)는 『청소년들의 사고방식과 행태는 급속도로 개방화돼가고 있는데도 사회와 부모 학교는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사회부=한기봉 신윤석 장병욱 홍윤오 고재학기자
▲사진부=오대근 최종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