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 2년여동안 전개해 온 공산국가들과의 교류에 있어 가장 괄목할만한 부문은 뭐니뭐니해도 소련과의 관계증진으로 봐야 할 것이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한소관계는 놀랄만한 진전을 이룩해 왔다. 각분야에 걸친 인적교류와 함께 작년말 영사관계가 수립된데 이어 지난 3월말엔 김영삼민자당 최고위원일행의 방소로 국교수립협상의 기반이 구축되고 이에따라 최근 유엔에서는 비록 비공식이긴 하지만 외무차관 접촉을 갖기에 이른 것이다. 국교수립을 협의하기 위한 방소단과 유엔가입문제를 논의한 이번 외무차관 회담은 정치적 정지작업이 아닌 정부간의 접촉이라는 점에서 양국관계의 장래에 관한 매우 뜻깊은 일로 봐도 될 것 같다.한소양국은 그동안 다각적인 접촉을 통해 관계정상화를 이룩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으나 시기와 절차,방법에 있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은 조속한 국교수립과 함께 한국의 유엔가입을 적극지지해 줄것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소련은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대통령취임 후 첫 회견에서 『한국과의 수교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피력한 것을 비롯,고위인사들은 『수교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고 환영하는 가운데 정부의 공식입장에선 『북한과의 관계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수교는 모든것이 충족돼야 한다』『수교전에도 경제협력 등은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소련의 이런 태도는 북한과의 관계등으로 봐 일응 이해되는 부분이긴 하나 앞으로 수교교섭을 진전시켜 나아가야 할 우리로서는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될 부분이며 따라서 수교에 급급한 나머지 이런 점을 간과하는 등의 우는 있어서는 안될것이다.
물론 정부로서는 대소수교를 통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촉진하는 한편 한반도의 안정과 통일을 추구하고 유엔가입을 실현시키며 장차 소련시장에 진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등을 감안,수교시기를 당길수록 이점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것이다.
그러나 소련과의 수교란 우리측이 아무리 요구해도 소련이 수긍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우리측의 페이스도 적절히 조절해 나가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소수교의 문제가 떠들썩한 정치의 무대에서 실무적 외교의 무대로 옮겨온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의 수교과정에서 다음의 몇가지 점들이 적절히 주장되고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으뜸하는 것은 수교가 남북한관계의 개선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양국의 대등한 이익이 보장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하며 우리의 기존 우방들의 이익도 고려되며 진행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83년 9월1일 비무장 KAL기를 격추,2백69명의 무고한 인명을 희생시킨데 대한 해명과 사과이다. 우리는 아직 미국의 스파이 비행이라는 누명을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자의 말로 인용된 것처럼 8ㆍ15 광복과 함께 소련이 북한에 진주한 후 김일성정권의 탄생과 집권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라든가,수백만명의 인명을 살상케 한 북한의 6ㆍ25남침이 어떻게 이뤄졌고 또 어떠한 지원을 했는가 하는점도 궁금한 부분들이다.
우리가 이같은 점들을 수교의 전제원칙으로 제기하는 것은 단순한 감정적 감상적 차원이 아니라 지난날의 적대입장이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잘못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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