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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각서설 2차내분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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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각서설 2차내분 무엇을 남겼나

입력
1990.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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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또 진정… 감정골 “난치상태”/「밀실담합」의혹 당 신뢰에 치명상/갈등구조화… 당헌개정때 재연할 듯「당권각서설」로 타오른 민자당의 2차 내분양상은 25일 당무회의를 통한 김영삼최고위원의 해명성유감표시와 진상조사약속으로 표면상 잦아들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파동은 무엇보다도 화려한 3당합당명분뒤에 숨겨진 정치지도자들의 「권력적 담합」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깊게 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김영삼최고위원과 박철언전정무장관간의 1차 내분과정에서부터 예견돼 오긴했지만 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회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계파이익」앞에 선 뒷전에 밀리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것.

한마디로 각서설유포의 전말은 계보간 불신의 골이 얼마나 뿌리깊은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며 국정보다는 서로 상대방 「길들이기」에 골몰하고 있는 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얘기다.

김최고위원은 이날 『구국적결단에 의해 합당이 가능했던 것이지 정권적ㆍ당권적 차원이라면 불가능했다』고 합당때의 화려한 수사를 재차 끄집어내 불씨를 조기 진화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91년에 할일이 따로있고 92년에 할말이 따로있다』『밀약설보도는 유감』등등의 소극적 해명에 머물 뿐 정작 문제의 핵심을 피해나감으로써 진화노력에 애초부터 한계를 그은 것으로 보인다.

각서설을 처음 유포한 김동영총무등 민주계의원들이 뒤늦게 발언을 번복,또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92년총선 후 전당대회라면 7∼8월께 일텐데 불과 임기를 6개월여 남긴 대통령이 총재를 맡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 아니냐』고 반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란 풀이. 다시말해 각서설 이후 후계문제가 마치 땅매매마냥 흥정대상으로 비침에 따라 쏟아지고 있는 여론의 화살을 의식,문서식의 각서존재 여부엔 부정적 입장을 보이긴했다. 그러나 차제에 『청와대회담 때 김최고위원이 차기를 맏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란 점을 사실화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김최고위원측의 이같은 태도는 1차 내분과정에서 ▲민정ㆍ공화계의 밀월양상이 뚜렷하고 ▲상대적으로 의석수 한계를 가진 민주계운신폭의 제약이 드러난 데다 여권내에서 김최고위원에 대한 「거부심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활로타개를 위한 선제공격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겼기 때문으로 관측되고 있다.

물론 민주계엔 이같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발언의 시점이 적적치 않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그러나 타계보의 반발이나 합당의 야합적 성격 표출에 따른 손실보다 김최고위원의 향후 위상등과 관련한 장기적 관점에서 득이 많다는 판단이 보다 앞섰던 것 같다.

이런 판단에 김최고위원의 의중이 얼마만큼 실려있는지는 장담키 어렵다. 하지만 박전장관의 「정치생명」 운운발언으로 기왕에 엄청난 정치적손상을 입은만큼 김최고위원본인이 당내 「역공드라이브」의 적절한 틈을 엿보고 있었다는 얘기가 설득력있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볼때 관심의 줄거리는 크게 ▲합당선언때의 합의각서유무 및 형태 ▲각서의 내용 ▲각서이행을 보장할 정치적 또는 실질적 「안전장치」의 형태로 다시 모아진다. 세가지 대목에 대한 확답은 세 최고위원이 입을 열지 않는 이상 갖가지 추측만 낳게될 것이나 현실적문제는 합당의 실체여부와 함께 이같은 관심제기가 가져올 후유증.

각서설 유포직후 당장 민정계에서 『대권ㆍ당권을 거머쥐려는 야욕』이라고 민주계를 맹박하며 『이런식으로 당을 이끌고 나갈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비등했던 것은 한 단면. 서둘러 진화에 나선 당수뇌부의 노력으로 25일이후 외견상 갈등이 잠재워지긴 하겠으나 이미 각계보에서 공공연히 당존립에 대해 회의론을 토로하고 있음은 당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25일 당무회의에서 시도 지부장선출 방식을 놓고 민정계중진들이 경선제를 강력 주장한데 대해 민주계가 「안배원칙」을 고수하고 나섬으로써 분란의 소지를 노정해놓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에서의 당헌 개정과 관련,김최고위원체제를 구체화하려는 민주계와 통치권누수등을 내세워 이에 반발하는 민정계의 대결양상이 극명하게 떠오를 전망이다.

이와함께 합당후 계속된 당지도부의 밥그릇싸움에 밀려 크게 부각되진 못했지만 당기간조직인 사무처가 인원만 채웠을 뿐 조직원간 의사소통이 거의 단절돼 사실상 마비상태를 계속해 온 현실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결국「김­박 힘겨룸」으로 야기된 1차내분이 민자당에 대한 민심의 이반을 뚜렷이 한 것이었다면 이번 각서설파문은 당구성원들의 신뢰에 치유키 어려운 금을 남김으로써 당의 정치력 전체에 치명상을 남긴 꼴이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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