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정책도 포기… 중국과 관계개선에 총력/올 라이베리아 등과 수교… 동구진출도 추진대만이 국내정치와 대륙정책 등 기존체제 전반에 걸쳐 획기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3월 국민대회(의회)에서 이등휘 총통이 임기 6년의 총통직에 재선된 이후 대만 정부는 대륙정책의 근본적 방향수정을 시사하는 새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으며,국내적으로도 과감한 정치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도 대만 정부는 새 대륙정책으로 본토출신 공무원의 대륙친지방문 (심친)과 입법의원들의 본토공식방문을 허용했으며,지난 24일에는 양안간 인적ㆍ물적교류 확대를 위한 민간대표부의 교환설치라는 획기적 제안을 내 놓았다.
이와 함께 대만 정부는 오는 6월 본토와의 전면적인 3통 (통상ㆍ통우ㆍ통선) 개방을 포함하는 새로운 대륙정책 청사진을 공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변화는 대만정부가 지난 40여년간 국시로 지켜온 소극적인 3불정책 (불접촉ㆍ불담판ㆍ불타협)을 사실상 포기하고 적극적으로 중국공산 정부와의 관계개선을 모색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대만정부는 88년1월 장경국 전총통 급서로 대만출신인 이등휘 총통이 집권한 이후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한 현실 외교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고,그 연장선상에서 대륙정책에도 큰 변화를 보여왔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대만은 70년 이후 처음으로 올들어 라이베리아,레소토등 일부 국가들과 국교관계를 수립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최근에는 막강해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동구에 적극진출,헝가리 유고 등에 무역대표부를 설치키로 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서서히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집권 2기에 들어선 이등휘 총통은 이같은 경험에서 축적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 대륙정책에서 근본적 발상전환을 시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최근의 대만 외교정책 변화를 「대만의 신사고 외교」라고 평하기도 한다.
대만정부가 자신감을 갖고 대륙정책을 펴게 된데는 지난해 6월 천안문 사태를 통해 중국정부의 도덕성이 크게 실추된 반면,대만은 부분적이긴 하지만 국내민주화를 통해 장씨 왕조의 독재체제를 청산했다는 상대적 자부심을 갖게 된 것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대만의 대륙정책 변화는 경제적 필요성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대만의 본토 투자는 10억달러에 달했고 전체 교역량은 34억달러로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 기업인들은 중국을 가장 유망한 투자지역으로 군침을 삼키고 있으나 직접 투자가 금지돼 있어 그동안 이를 폐기토록 정부에 압력을 넣어왔다.
그러나 대만의 대륙정책은 통일이라는 문제때문에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이 「1국 2체제」 통일안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정부가 이미 사문화되기는 했지만 「본토회복」 기치를 포기하고 현재의 추세처럼 현실적인 「1국 2정부」를 주장하다보면 이는 결국 통일을 외면한 대만독립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한편 연일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고 국민당내 보수파들이 독자적인 총통후보를 내세우는 어려운 상황속에서 총통에 재선된 이등휘 총통은 국내적 정치개혁에도 과감히 나설 움직임이다. 총통 재선직후야당인 민진당수 황신개를 만나 2년내 민주개혁을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 이총통은 우선 국민의 지탄을 받아온 종신 입법의원 은퇴를 추진하고 있다.
이총통은 입법의원의 53%를 차지하는 고령 의원 1백44명을 오는 92년까지 3단계로 나누어 은퇴시키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는 국민여론 수용이란 명분을 등에 업고 자신의 권력기반을 위협해 온 본토출신의 국민당 보수파들을 무력화시킴으로써 권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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