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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땅투기 부추긴 은행(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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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땅투기 부추긴 은행(사설)

입력
1990.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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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국일수록 지도자,지도층에 거는 기대는 커진다. 그래서 많은 일들이 잘못되어가고 있는 듯한 요즈음 국민들은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정치지도자,경제를 이끌어갈 정부와 대기업에 기대를 걸며 더 눈여겨 보게된다.불과 며칠전 우리는 이 난에서「경제위기」속에서도 땅사재기에만 열을 올린 30대 재벌들의 보도를 개탄했었다. 우리나라 전은행대출의 14.7%를 써 당국의 여신관리를 받고 있는 이들이 지난 한해 3조8천억원어치의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땅사재기가 막상 여신관리를 맡고 있는 은행들의 부당한 대출이나 부실한 관리,현실성이 없는 규정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은 실망의 정도를 지나 우리를 분노케한다. 누구를 믿고 이 난국을 헤쳐나갈것인가 참담한 느낌마저든다.

은행감독원에 의하면 지난 연말 현재 30대 재벌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비업무용 부동산이 도합 3백10만평으로 전년도의 1백50만평에 비해 2배이상 늘어났고 이것은 그것 그대로가 재벌의 부동산 투기에 금융기관이 거의 분별없이 동조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

여신관리규정은 비업무용 부동산을 6개월의 처분시한을 넘겨 보유할경우 장부가액기준 연간19%의 연체이자율을 적용하고 있으나 장부가액이 실제가격의 30%선에 불구하고 지난해 전국평균 지가상승률이 32.4%에 달해 대기업들은 연체이자라는 제재를 즐겨 선택하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여신관리의 제도적 허점도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보다 재벌들의 기업윤리,금융기관들의 야합적인 태도가 개탄스럽고 보다 중요시해야할 문제점인 것 같다.

여신관리를 받는 업체는 엄연히 은행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도 멋대로 부동산을 구입했거나 실제로 필요한 면적보다 더많이 구입했고 은행은 이것을 사전사후 승인해주었다. 집을 지을 수 없는 자연녹지를 사들이고 은행에 긴급자금을 요청한 업체가 골프장용 토지를 사들인 경우도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당국은 실현성이 없는 관련규정을 고쳐 비업무용 부동산을 6개월이상 보유하는 경우 신규취득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런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업무용」의 한계도 보다 엄격히 규정ㆍ감독하는 일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곤련자의 엄중한 문책도 따라야 하며 규정을 어기고 매입한 부동산은 지체없이 처분토록 해야 한다.

부동산투기가 우리 경제난국의 주범이라면 대기업은 더욱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금융기관은 드러난 문제점에 결연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자칫 소홀히하면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고,그렇지 않아도 팽배한 정경유착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부가 수없이 되뇌이고 있는 경제정의란 예외없이 행사될 때에만 실현의 길이 열림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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