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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축바람 유럽서 아시아로/중ㆍ소 국경감군협정 체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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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축바람 유럽서 아시아로/중ㆍ소 국경감군협정 체결 의미

입력
1990.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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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ㆍ실리외교 분리확인/군축주도 「고」 입지 강화돼/아 주둔 미군 감축압력 커질 듯중국과 소련이 24일 7천5백㎞에 달하는 국경선 지역에서 양국 병력을 상호감축키로 한 협정을 체결한것은 소련의 일방적 군축 이니셔티브에 대한 중국측의 화답으로 이룩된 중소 화해의 토대를 보다 굳건히 했다는 의미가 크다. 이는 동시에 소련의 일방적 군축이 마침내중소상호 감군단계로 한걸음 전진됐음을 뜻한다.

이붕총리의 소련방문을 계기로 체결된 「국경지대 병력 삭감과 신뢰양성 조치의 지도 원칙에 관한 정부간 협정」이라는 긴 제목의 이 협정은 지난해 5월 중소 정상회담에서 밝힌 공동 성명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양국은 당시 공동성명에서 이미 『국경지대에 배치된 군사력을 양국간 정상적이고 우호적인 관계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감축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협정체결은 중소 정상회담 이후 동구혁명과 일당제폐지 등 소련의 정치대변혁의 과정을 거치면서 분명하게 드러난 양국의 이념 차이에도 불구,국가적 이익의 공통분모를 재확인했다는 데 보다 큰 의의를 부여해야 할 것 같다.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정권붕괴 이후 간헐적으로 터져 나온 중국의 강도높은 대소 및 대고르바초프 비난은 일부 성급한 서방관측통들로 하여금 30년만에 이룩된 중소화해가 또다시 역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중국이 90년도 국방예산을 전년보다 15.2% 증액한 사실이 이러한 우려의 구체적 근거로서 제시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양국은 「이념논쟁」의 와중에서도 상호군축문제에 대한 의견접근을 위해 실무적 접촉을 꾸준히 진행시켜왔다. 중소정상회담 이후 2차례에 걸쳐 국경병력 감축협상을 벌였고,이붕의 소련 방문직전에도 양국외무부 대표단이 모스크바에서 비공식 교섭을 계속해왔다. 또한 지난 4월초에는 중국국방부외사국장이 소련을 방문,30년만에 처음으로 군교류를 재개했다. 이과정에서 중소 국경비무장화 문제까지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이원적 대응은 중국이 내정과 결부된 「이념문제」를 더 이상 실리적인 외교문제에까지 연장시키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또한 이번 협정체결은 소련의 일방적 군축 이니셔티브가 유럽지역에 이어 아시아 지역에서도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호응을 얻어 내는데 성공함으로써 고르바초프에게 또 하나의 외교적 승리를 안겨준 것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이번 중소간의 군축협정체결에 힘입어 이미 제안해 놓고 있는 아시아 7개국간 군축협상 제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협정체결로 국경선지대에서의 양국군의 군축이 어떠한 형태로 진행될 것인지는 아직 공표되지 않았으나 소련이 이미 89∼90년 사이에 이지역 소련군 병력을 20만명 삭감하는 계획을 실천하고 있는 이상 중국측의 감축이 당연히 뒤따를 것이다.

중소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실무회담에서 소련측은 중국에 대해 우선적으로 탱크병력의 철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향후 중소국경 병력감축문제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 소련외무부가 발간한 「국제생활」 8월호에 실린 모이셰이예프 소련군참모총장의 논문이다. 모이셰이예프는 이 논문에서 바이칼군관구산하 2개군과 극동군관구산하 1개군 중앙아시아 군관구산하 1개군 및 2개군단을 「감축」이 아닌 「폐지」할 것을 제안했었다.

이 제안에 따른다면 폐지될 군과 군단의 규모는 20개 사단으로 추정되는데,이는 소련이 중소국경 지역에 배치한 57개 사단 50만 병력의 35%에 해당되는 병력이다.

군축협정의 체결로 모이셰이예프의 제안이 실천에 옮겨진다면 이 지역에 63개 사단 1백30만 병력을 배치하고 있는 중국도 거의 비슷한 수준의 병력감축이 단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소간의 상호군축이 이러한 규모로 진행된다면 궁극적으로 중소 국경지대의 비무장화가 추진되는 것이며,이는 일본과 미국의 군축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소련의 일방적 군축이 단행된 이후 미국학계 일각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소련의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또한 이 협정은 아시아지역 주둔미군의 감축을 끈질기게 요구해 온 미 의회가 행정부에 대한 압력을 가중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소간의 협정체결은 이념은 더 이상 외교문제에까지 끌어내지 않는다는 국제조류를 재확인하고,동시에 유럽군축에 이어 아시아 군축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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