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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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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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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서는 먹이사슬 (FOOD CHAIN)이란 말이 자주 쓰인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먹고 먹히는 관계로 일련의 사슬과 같이 이어져 있음을 뜻한다. 이같은 먹이사슬은 태양에너지가 생물의 몸속을 먹이의 형태로 차례로 옮겨지는 과정이랄 수도 있는데,그 첫단계가 광합성작용으로 무기물에서 유기물을 합성해 내는 녹색 식물이다. 그다음은 초식동물­육식동물로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동식물의 죽은 몸체는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다시 식물로 흡수환원되는 길을 걷는 것이다.그런데 이같은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지배하는 원칙들이 있다. 생산자는 언제나 소비자에게 먹히고 이 과정에서 약육강식의 원리가 철저히 지켜진다. 또다른 원칙은 먹이사슬이 거듭됨에 따라 단계별로 생물의 수는 파리미드형으로 점차 줄어들지만 반대로 그 생물의 덩치는 점점 커진다는 점이다.

약육강식의 원칙이야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피라미드형 원칙이라는 것도 기실은 남을 먹는 생물수보다는 그 텃밭이 되는먹히는 생물의 수가 많아야 한다는 뜻이고 남을 먹어치우는 생물의 덩치가 커진다는 점도 쉽게 수긍이 가는 일이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일찍부터 자연을 정복하고 이용해 온 덕으로 다행히 생태계 먹이사슬의 단계나 원칙들에 얽매임이 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대신 체제ㆍ국가ㆍ사회ㆍ법규와 도덕을 스스로 만들어 약육강식의 저수준을 뛰어넘는 조화와 발전ㆍ평화적 공생의 기틀로 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하는 짓이 가끔 먹이사슬을 쫓는 동물적 야성에 빠져 파란과 말썽을 일으키고,끝내는 자멸의 길을 걸을지도 모르는 망발도 태연히 일삼는다. 슬프게도 우리는 그같은 사례를 요즘 주변에서 너무나 흔히 겪어 절망감마저 느끼는 것이다.

「명예혁명」이요 「구국의 결단」이라던 약속과는 달리 각서폭로 소동으로 집안싸움의 절정을 치닫고 있는 거대여당,「경제파탄」 엄살로 실명제를 물건너가게 하면서도 부동산투기로되레 나라를 거덜내고 있는 비대한 문어발 재발,그 재벌들의 엄청난 탐욕을 제대로 막지 못하면서 송사리나 잡아내는 당국이라는 오늘의 원성들이 마치 먹이사슬과도 같은 원시적 약육강식 세계의 존재를 자꾸 우리들에게 연상시킨다.

국민을 대변하고 나라를 이끈다는 그 사람들이 「이번은 너,다음은 나」하고 멋대로 나눠먹기식 약속을 했다는 것은 국민을 만만한 싹이나 먹이로 생각했다는 오해를 받기 알맞다.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를 근절한다면서 진짜 투기꾼인 재벌들은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막강한 당국이나 문턱 높은 은행들을 보면서 『과연 누가 누구를 먹고,또 누구에게 먹히는지 자명해졌다』는 소리마저 나오는 것이다.

인간의 해탈을 주장하는 불교에서는 윤회사상을 믿고 있다. 삶이 이승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지옥ㆍ아귀ㆍ축생ㆍ아수라ㆍ인간ㆍ하늘의 6도를 자신의 행위와 그 행위결과와의 총체인 업에 따라 다시 태어남이 결정된다는 사상이다. 인간삶이 현세만의 먹고 먹히는 즉석 결재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사람사는 세상이 무릇 동식물의 세계로 비하될 수는 없는 것이고 보면,누구나 업도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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