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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제 범람(고삐없는 10대의 성: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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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제 범람(고삐없는 10대의 성: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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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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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ㆍ담배는 기본… 히로뽕까지/분출구 못찾고 성범죄 연결/학교도 흡연묵인… 못하면 바보취급 야산ㆍ방공호등서 혼숙… 중독자살도지난20일 낮12시30분께 이사온지 며칠안된 성북구 장림동 새집을 청소하던 황모씨(52ㆍ여)는 지하실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5∼6명의 10대남녀들이 열린 대문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하실로 내려가본 황씨는 기절초풍했다. 이사온 뒤로 한두번 둘러본 지하실 한쪽구석에는 그때 까지도 불씨가 남아있는 담배꽁초들과 소주병,끝까지 쥐어짠 본드,1회용주사기,낡은 흑백TV가 이불위에 어지럽게 널려있었고 이불속에는 팔하나가 떨어져 나간 여자마네킹이 쓰러져 있었다.

황씨는 놀랍고 메스꺼운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한참 걸렸다. 『세상이 아무리 그렇다해도 이렇게까지… 』탄식했다는 황씨는 대학에 다니는 두딸을 생각하니 다시 소름이 끼쳤다.

황씨의 지하실에 있던 10대들은 모든 비행의 요소를 다 갖고 있던 아이들이다. 담배와 술은 물론 환각제복용 혼숙까지.

「고삐없는 10대의 성」에는 감각적이고 방종한 행태와 풍조,그리고 홍수같은 성공해,기성세대의 방종등 여러유인요소가 있지만 특히 환각제와 담배 술은 10대의 몸과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며 비뚤어진 성의 세계로 몰입시키는 독소이며 성범죄로 이끄는 주범이다. 취재결과 이것들은 10대에게 너무나 광범위하고 깊숙이 퍼져있었다.

성북구 돈암동 카페골목에서 만난 김모군(18ㆍS고2)은 『우리학교는 화장실뿐이 아니고 구내매점에서도 흡연이 묵인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량리위생병원의 5일금연학교 한관계자에 의하면 끽연실을 한때 설치했던 학교도 있다. 지난해 서울 강남의 몇몇 남자고등학교는 늘어나는 학생흡연을 막을 길이 없고 화장실과 담벼락이 온통 담배꽁초로 더럽혀지자 하는수 없이 재떨이용 깡통을 달아주고 아예 묵인된 「끽연실」을 지정해 주었다가 학부형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없앴다는 것이다.

23일 상오11시께 서울 종로구 S고 4층에서 이학교 2학년 이모양(16)이 투신,중상을 입었다. 이양은 이날 애국조회시간에 소지품검사를 받았는데 가방속에서 7∼8개비가 남은 담뱃갑과 립스틱등 화장품,액세서리가 발견돼 『교무실로 오라』는 선생님의 꾸지람을 듣고 고민하다 투신한것.

이학교 상벌담당인 천광근교사(35)는 『최근들어 학생비행이 날로 급증하고 이를 단속하려는 교사들에 대한 대응과 반발 또한 대담해져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밤10시께 서울 용산구 남영동 B카페에서 친구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줄담배를 피우고 있던 송모양(16ㆍJ여고1)은 『요즘 소주한잔 못마시고 담배한개비 못피우면 미팅에서 바보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상오5시20분께 서울 구로구 독산동 향남아파트앞 주차장에서 이동네 민모군(19ㆍ무직)등 10대 3명이 부탄가스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다 가스가 폭발하는 바람에 화상을 입고 승용차가 반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본드는 이제 옛말이다. 가정용부탄가스 대마초 히로뽕이 청소년들 사이에 늘어가고 있다. 변두리 야산이나 동굴 민방위용방공호 아파트옥상 지하실 여관 유흥가골목 쓰레기통에서 1회용주사기들이 흔히 발견될 만큼 퍼져있다.

지난 2월16일 정모군(17ㆍ공고1학년휴학)은 본드를 마시고 환각상태에서 국민학교후배 박모군(14)을 때려 숨지게하고 생매장했다가 구속됐다.

주부 한모씨(45ㆍ서울중랑구묵동)는 지난15일 가출한지 10일이 넘는 딸(16)을 찾으러 수소문한 끝에 인근 봉화산입구 민방위훈련용 방공호속에서 남학생 5명과 함께 있던 딸을 발견하고 혼절할뻔 했다. 굴속에는 본드를 짜넣은 비닐봉지 막걸리통 캔맥주등이 어지럽게 널려있었고 이불과 취사도구까지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6개월 동안 이대한국문화연구원이 체육부의 의뢰로 중고생 근로청소년 소년원생등 4천5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본드경험자 14.1%,대마초 7.7%,히로뽕 2.7%,마약 2.6%였고 각성제복용이 31.8%나 차지했다.

각성제는 본드나 마약으로 발전되는 첫단계로 10명중에 3명꼴로 복용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10대들이 가는 디스코테크 화장실등에서는 진해제 신경안정제류인 러미라 아티반 바리움 옵타리돈 타이밍등을 한입에 20여개씩 쓸어넣고는 무대로 나가는 10대들이 목격되곤 했다. 최근에는 알레르기질환을 고치는 항히스타민제를 상습복용하는 10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부탄가스에 중독돼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했던 신모군(18)은 부탄가스를 못마시게 되자 두달만에 금단현상을 일으켜 휘발성인 헤어스프레이와 근육진통제인 파스등을 대신 흡입,다시 입원했다가 끝내는 자살하고 말았다.

환각제복용 음주 흡연은 쉽게 성범죄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법무연수원이 지난해 전국의 소년원에 수감중인 약물남용 소년범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조사는 약물복용이 이들의 성적관심과 성범죄에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 말해준다.

약물납용 소년범의 71.2%가 교제하는 여자가 있거나 성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또 본드나 대마초,신경안정제등을 복용,환각상태에서 강도강간ㆍ강간ㆍ강제추행등의 성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은 전체의 51.5%였다. 약물복용자의 절반이상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약물중독자를 죄인으로만 취급,병원등 전문치료기관이 아닌 유치장으로만 보내는게 문제점이라고 청소년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청소년약물중독자를 전담치료하거나 상담하는 기관도 거의 없다. 환각사범만 있지 환각환자는 없는 우리사회에서 10대들은 갈수록 황폐해지고 있다.【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사회부=한기봉 신윤석 장병욱 홍윤오 고재학기자

▲사진부=오대근 최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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