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에 긴장의 먹구름이 또 덮여가고 있다. 올해 들어 상당히 진정 국면을 보이더니 사태가 돌변하는 기미가 역력하다. 대규모 태업과 파업이 불쑥거리며 분규가 확산될 기세가 엿보인다. 노사 당사자들은 물론이겠지만,국민도 불안한 가슴을 죄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안팎으로 중대한 시기이기 때문이다.노조간부의 구속을 항의하며,현대중공업이 파업에 돌입했다. 「무노동 무임금」원칙의 적용을 거부,기아자동차노조도 태업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지하철등 그밖의 노조들의 동향도 심상찮다. 상호 지원식의 연대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시적 돌풍일지,아니면 거센 회오리바람이 될 지 예측이 어렵다. 우리의 어려운 현실을 생각하면 촌각을 다투어 수습해야 마땅한 일이다.
이번 노사분규는 과거의 그것과 성격면에서 다르다면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임금과 복지보다 노동운동의 명분과 원리를 둘러싼 마찰이 분규의 이유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즉 현대중공업의 경우 노조간부의 구속을 노동운동의 탄압으로 판단하고 즉결행동에 돌입한 것이며,기아자동차는 분규에 따른 노동문제의 원리에 불복하는 의사표시를 강행한 것이다.
우리는 이런 시각으로 보아 노조측의 감정적인 조급함을 다시 지적하게 된다. 명분과 원리에 대한 싸움이 왜 곧바로 파업과 연결되어져야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구속자의 석방 노력은 먼저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됨이 당연한 처사이며 파업이라는 극약처방은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파업으로 법체계와 절차마저 흔들 수는 없는 일이며 탄압을 당하니 불법도 마다않는다는 무모함은 결국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 반대도 그렇다. 이런 문제는 노사간의 기본문제로 노동단체가 제기하여 사회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우리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공동의 원칙을 찾아내는 게 문제해결의 수순이지,결코 어느 사의 쟁의로서 해결지을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런 것마저 파업으로 끝장을 내자면 산업현장의 지탱자체가 의문일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은 냉정한 자세로 과거의 경험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산업평화의 귀중한 가치를 우리는 체험으로 배웠다. 경제난국의 원인과 책임을 노사분규에 전가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이며 반대한다. 그러나 분규가 만성화 되면 경제전반에 치명적 영향을 미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파업을 둘러 싼 노사와 정부의 분위기는 지나치게 강경일색인 것 같다. 파업이란 말이 비치자 뒤질세라 직장페쇄의 대응방침이 나오고 공권력개입이 거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산업현장은 또 전장같은 긴장감이 흐른다.
이래서는 안된다. 강경 그 이후의 사태를 함께 생각하면 타협을 통한 이해와 합의는 가능해지리라 확신한다. 또 그래야 옳다.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헛되게 망각할 수야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아끼고 머리를 빨리 맞대고 결말을 맺기를 호소한다.
우리 현실이 눈앞의 이해에만 몰두할 형편이 아니다. 숲은 안보고 나무만 쳐다보는 동안 숲이 몽땅 타버린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정치ㆍ경제ㆍ노사 등 모두가 정신을 안차리면 우리는 어디로 표류해 갈지 모를 신세가 되고 말 것임을 새겨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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