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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값ㆍ공기값… 이제 공짜아니다/곽수일 서울대경영대교수(경제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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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값ㆍ공기값… 이제 공짜아니다/곽수일 서울대경영대교수(경제진단)

입력
1990.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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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업체에 「환경오염허가비」물려야얼마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경제를 놓고 성장이 우선이냐 분배가 우선이냐 하고 논쟁을 하여왔다. 그런데 지난 며칠 사이에 전세계에서는 경제성장이냐 또는 자연보호냐를 두고 논의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는 지난 일요일인 22일이 지구의 날이고 이번 주가 지구주간이기 때문에 그 행사의 일환으로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보존하고 환경오염의 무서움을 일깨우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아직도 경제학 교과서에는 자유재,즉 사람이 돈을 내지 않고 무료로 쓸 수 있는 것으로서 물과 공기를 들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 생활속에 생수라는 단어가 스며들기 시작하더니 요사이에 와서는 병에든 물을 사먹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구전되어 오는 유명한 옛날 이야기인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의 이야기가 앞으로는 전혀 엉뚱한 행동이 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공기오염도 점점 심각하여져서 서울의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아황산가스 오염도가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환경기준을 뛰어 넘고 있고,어떤 날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수치까지 올라 간다고 한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호흡기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지고,비가오면 산성비가 되어 건축물의 부식을 가속시키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공기오염은 한 도시나 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경제발전이나 국경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위협을 주게 되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 예로 이집트의 카이로나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서는 공기가 너무 오염되어 있어서 그냥 숨쉬는 것만해도 하루에 담배 2갑을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니 사람이 살기 위하여 숨쉬는 것인데 그것자체가 바로 생명을 단축하는 과정이 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자연보호의 당위성을 우리나라만큼 절실히 느껴온 나라도 드물 것이다. 즉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를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70년대까지만 해도 벌거숭이 강산이 된 국토를 우리가 가꾸고 보존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 20년 동안에 온 국민과 정부의 녹화작업의 성공으로 이제는 최소한 푸른 강산이 되어 얼마전 외국신문을 보니 2차세계대전 이후 전국토의 녹화작업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로서 우리나라를 꼽고 칭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지불한 대가는 계산하기 어렵지만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출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제까지 우리가 오염시킨 물이나 공기를 회복시키기 위하여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엄청난 것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공해나 자연훼손은 그 오염에 대한 대가로 우리에게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바로 얼마전에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의 이상여부를 놓고 공방전을 벌인 적이 있다. 그 이후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 이제는 모두가 잊어버리고 물을 마시고 있지만 그때 정부가 국민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1995년까지 무려 3조5천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종합대책을 수립했었다. 이는 바로 상수도원의 공해로 인하여 서울시민이 지불하여야 하는 비용이 되는 셈이다.

그러면 이런 막대한 비용이 드는 환경오염에 대하여 누가 얼마를 부담하고 또 경제적으로 어떻게 집행되었을때 가장 효과적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 경우 최근 외국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환경정화의 문제도 시장 인센티브제도에 맡기자는 것이다. 이 제안에 의하면 자동차운행 허가증같이 환경오염 허가증을 오염유발업체에 정부가 판매하자는 것이다. 한 예로 어느 기업이 물 1톤을 어느정도까지 오염시킬 수 있는 허가증을 정부에 돈을 내고 사는 것이다.

이때 그 기업이 허가증 가격보다 낮은 비용을 들여 공해 기준치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허가증을 사지 않고 스스로 공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고,그렇지 않으면 공해허가증을 매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가 허가증 매각대금을 가지고 그 비용이하로 환경을 정화할 수 있는 기업에 위탁하여 공해를 해결하자는 방안이다. 이 제안은 일종의 공해세같지만 실제로는 자유시장 경제 논리의 핵심인 인센티브제도를 활용함으로써 관료제도하에서의 경직성이나 비경제적 요소를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공기나 물의 오염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매일의 삶에 너무 바빠서인지 너무나 무관심한 것 같다. 이런 무관심이 지속되면 언제이고 전과같이 벌거숭이 산대신에 오염된 산하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는 과오를 다시 범하게 될 것이다.

환경을 올바로 보존하는 것은 이곳이 바로 우리의 삶의 터전이고,우리 자손 대대로 생을 영위할 곳이기 때문이고,따라서 환경정화의 경제성을 분석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당연한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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