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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상궤 벗어난 「대권각서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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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상궤 벗어난 「대권각서설」(사설)

입력
1990.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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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각서」가 있었다느니 없었다느니하는 문제로 정가가 떠들썩해 있다. 정말 한심스러운 노릇이다.대권과 당지도체제를 둘러싼 뜬 소문은 3당합당 당시부터 꾸준히 나돌아 오던 것이고 또 노­양김씨 사이에 모종의 밀약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사람들도 적지않았던 터에 이번의 각서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궁금증과 어처구니없는 실망감을 함께 안겨다주는 것이 될 것같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다지만 얼마전에 있은 박철언 전정무장관의 합당경위와 관련된 함축성있는 발언을 다시 상기해 본다면 우리의 궁금증은 한층 더 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도 합당을 전후해서 어떤 종류의 밀약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합당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서로 주고받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권에 관련된 합의내용이 상호간의 묵계정도가 아닌 각서형으로 교환되었다면 정치의 정도를 벗어난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으며 더군다나 그것이 정략적 방법의 하나로서 세상에 밝혀져 나왔다면 그 정치의식의 얕은 수준에 놀라지 않을 수 없게된다.

설마 김영삼최고위원의 속뜻을 그의 측근들이 어림잡아 발설단계로까지 진전시켰다고 믿을 수는 없지만,만약 그같은 발설이 의도적으로 꾸며진 것이라면 구민주계를 위해서는 자충수를 저지른 격이 되고 그 자충수를 막지못한 김최고위원에게도 응분의 정치적 손상이 갈 수밖에 없으리라고 여겨진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구두에 의한 정치적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진 예가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구두가 아닌 각서로써 합의점을 명시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추측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기에 더욱이나 그러하다. 사실 항간에는 각서의 형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메모정도로는 남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대권이나 당권이 전당대회의 결의사항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것을 창당대회도 하기전에 당권문제부터 먼저 표면화시키고 나왔다면 결과적으로 3당통합이 일종의 「야합」이 아니었나하는 의심과 비난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줄로 안다.

그런점에서 대권각서설의 발설은 그 진위여부를 떠나 민자당에게까지 큰누와 손상을 입혔다고 할 것이다. 이번의 대권각서발설을 구민정계에서는 구민주계가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사용한 정략적 전술의 하나로 보고 있으며,상부층에서는 부인하고 하층부는 시인하는 양면작전일 수도 있다고 추정하는 눈치이다.

박 전정무와의 마찰이 있은 후 김영삼최고위원에 대한 권한제한조짐이 민자당 내부에서 없었다고 말할 수 없기에 이에 반발하는 구민주계가 선수를 치고 나온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것이라고 보는 추정도 나와 있지만 아뭏든 이번 일로 해서 구민주계는 딴 계파들로부터 정치적 도덕성에 대한 비판을 받을 공산이 크고,결과적으로 적지않은 상처를 입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합당을 전후해서 고위층끼리 모종의 밀약이 있었다면 그 내용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이 상식있는 정치인의 할일이라고 믿어지지만 그것이 밀약이었건,고위층사이에서 이루어진 단순한 공감대 형성이었건,당사자들끼리 적절한 시기까지 비밀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우리로서 내용공개를 강요할 수는 없는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적어도 구국적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3당통합이 속사정을 깨어본 즉 정권적 차원의 합당밖엔 되지않았다는 실망을 국민에게 안겨다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본다. 정치는 정도를 걸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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