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주장하는 최고 경제이론가/보수세력 제압… 수도 사실상 야 수중에소련의 대표적인 급진 개혁파 경제학자 가브릴ㆍ포포프(54)가 20일 모스크바 시장(시소비예트 의장)으로 선출됨으로써 소련의 심장부가 「야당」의 수중에 들어갔다.
포포프는 옐친,아파나시예프 코로디치 등과 함께 인민대표대회 내의 야당세력 「지역간 그룹」의 지도부를 형성,의회와 거리에서 급진 개혁논리를 외쳐온 행동가. 따라서 그의 시장 선출은 고르바초프 개혁의 전위세력으로 외곽에서 개혁추진력을 제공해 온 급진 세력들이 정통공산당 세력들로부터 일선통치 기구를 공식접수한 상징적 「사건」이다.
이는 곧 소련의 정치판도에서 소수파로만 인식돼 온 급진개혁 그룹들이 명실공히 정치주도세력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일깨워 주는 사태발전이기도 하다.
포포프의 시장선출이 갖는 또다른 중요한 상징성은 공산당 관료들,그중에서도 노동자ㆍ농민계층 출신의 관료들이 장악해 온 소련의 일선 행정기구에 최초로 박사학위를 가진 전문가가 수장으로 등장했다는데 있다. 이는 고르바초프의 체제개혁이 고르바초프 자신을 포함한 지식인들의 「반란」이라는 규정을 가장 분명하게 입증한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지식인 그룹이 주도하는 소련의 급진개혁파는 지난 3월 실시된 각급 소비예트(의회) 선거에서 괄목할 만한 진출을 이룩했다. 특히 모스크바시의 경우 전체 소비예트 의석의 60%를 포포프 등 급진개혁파가 장악했다.
공산당 권력독점을 폐기한 소련 신헌법에 따라 과거 공산당이 장악했던 일선 행정 단위의 행정권은 지역 소비예트로 넘겨졌다. 포포프의 시장선출이 갖는 의미는 이 때문에 한층 각별한 것이다.
지난 20일 시장선거에서 보수세력의 저항을 2백80대 1백62표로 누르고 승리한 그는 『모스크바를 경제개혁의 시범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전면적인 시장경제 도입을 주장해 온 그는 코페라치프(협동조합기업) 규제철폐 외국자본 적극유치 공산당 재산재분배 및 정부재산 불하 등 중앙정부의 개혁속도 크게 앞지르는 개혁시책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포포프의 개혁시책이 단행될 경우 정치개혁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고르바초프의 경제 개혁을 선도,지원하는 강력한 견인차의 역할을 다시 수행할 것이 분명하다.
모스크바대에서 소련사상 최연소인 34세때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과학원 경제연구소 연구원겸 최고권위의 경제전문지 「경제문제」 편집장으로 있으면서 아발킨,아간베기얀,슈멜료프등과 필적하는 최고의 경제이론가로 평가돼 왔다.
지난 2월 국내 언론으로서는 최초로 한국일보와 회견을 가진 바 있는 포포프는 그리스 이민의 후손.그러나 그는 당시 회견에서 어느 소련인보다도 「혁명전 러시아」의 근면성과 재능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피력하며 소련경제의 장래를 낙관했었다.
『비전문가 관료들이 경제를 망쳤다』고 개탄하던 그의 학자적 경륜이 어떻게 현실에 펼쳐질지 주목된다.<강병태기자>강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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