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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없는 10대/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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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없는 10대/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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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간적이 있는 카페로 불리는 어느 술집에서의 체험이 문득 떠오른다. 룸살롱처럼 방을 꾸며논 그 술집에 좌정하자말자 마담과 함께 들어온 호스티스들을 본 순간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말로만 듣던 「영계」가 아니라 숫제 「병아리」로 불러야 옳다 싶을 정도의 정말로 어린 아이들이었다.두번째 놀란 것은 어린탓에 한잔술에 홍당무가 된 그들의 고삐풀린 말솜씨와 마치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파격의 작위적 행동 때문이었다. 일행중에서는 어설프게도 보이는 그들의 작태를 더러 흥겨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만 술맛이 달아났다. 다음날 고해라도 하듯 전날밤의 괴로웠던 체험을 얘기하는 아버지와 남편의 가슴은 쓰라릴 수 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 이웃에 사는 지인의 말을 들어보면 그곳에서는 심야나 새벽녘마다 거리를 휩쓰는 10대들의 광란과 그 자식들을 찾아나선 부모들의 애끊는 절규로 목불인견의 사태가 빚어진다고 한다. 이같은 꼴을 빚고 있는 한계를 벗어난 오늘의 향락풍조와 기성세대의 책임이 정말 부끄러운 현실인 것이다.

때마침 한국일보 특별취재반이 기획 연재중인 「고삐없는 10대의 성」이 사회 각계에 충격과 찬ㆍ반 양론속에서 대단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건전한 대다수 청소년들과는 동떨어진 소수의 빗나간 행태를 대서 특필할 필요가 있느냐는 부정적 시각에서부터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른 실상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긍정적 시각으로 나뉘고 있지만 모두가 충격을 받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사실 10대들의 탈선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것 같다. 생활정도가 우리보다 좋은 선진국 일수록 그런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이고 보면,사람들에게 절제를 잊고 포만감에 젖어 부도덕을 방치하거나 빠져들게 만드는 오늘의 상업적인 황금만능 문화가 책임의 본류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10대들의 고삐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잡아줄 확고한 어른들이 점차 없어져 가는 세태가 그 책임의 지류를 또 이룬다.

경제적 풍요와 과잉보호가 청소년 의식을 해이시키고 즉흥적ㆍ충동적 만족추구로 내몰아 심각한 문제를 야기,미ㆍ일 등 선진국일수록 이같은 현대의 역병에 지금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실 얼마전 공개된 미국의 권위있는 연방연구기관의 10대소녀 성경험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미국전역을 대상으로 표본조사한 결과 15세에서 19세까지의 소녀들중 반수가 넘는 54%가 경험자였다는 것인데,이같은 수치는 불과 6년전 보다도 7%나 상승한 것이었다고 한다. 연령별로는 백인기준으로 15세때 29%,16세 32%,17세 46%,18세 67%,19세 81%였다니 놀랍고 겁이 날 정도인 것이다.

청소년백서는 오늘의 부모들이 자녀들을 지나치게 사랑하거나,아니면 자녀들을 무시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따끔히 지적한다. 또 비인격적 지도와 지나친 학업 경쟁을 유발하는 오늘의 교육문제를 탓하기도 한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사회 전체가 이같은 현실을 직시,변화와 개선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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