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지」ㆍ「세부족」상호보완 절감/「중재역」과대평가엔 서로 자제 10여일간 정국을 혼미속에 빠뜨렸던 민자당의 내분과 갈등은 박철언 정무장관 퇴진으로 정리되었지만 그 수습과정에서 김영삼ㆍ김종필 두 최고위원은 서로가 「공생과 견제」의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었다.두 김최고위원의 이러한 관계는 김영삼ㆍ김대중씨가 야권에서 10년이상 지탱해온 「경쟁과 협력」보다 예각성이나 대치강도에서 뒤떨어질지 모르나 의존도나 필요성은 훨씬 높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야권의 두 김씨는 관계가 파괴되더라도 야당지도자로서 생존할 수 있지만 여권의 두 김씨는 관계가 허물어질 경우 공멸의 길을 가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두 김최고위원의 공생과 견제는 내분및 수습과정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자명해진다.
김영삼최고위원은 얼핏보면 박장관에게 판정승을 거두었으나 그 가입은 여권지도자로서의 정치적 이미지 손상은 추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며 그의 측근들도 이점을 걱정하고 있다. 다시말해 문제제기능력은 뛰어나지만 여권지도자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위기관리능력 부재를 드러냈으며 박장관과의 대결로 스스로를 격하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에반해 김종필최고위원은 내분수습과정에서 중재자내지 조정자역을 뚜렷이 하면서 신여권내에서 그의 위상을 한단계 격상시켰다고 분석되어진다.
그러나 민주계는 JP의 조정역을 외면하지는 않으면서도 과대평가되는데 못마땅한 시각을 보이는게 사실이다. 「견제」의 한 부분인 것이다.
이와함께 권력핵심부를 둘러싸고 있는 민정계는 JP의 정치적 행보와 자세에 안도감을 느끼는 듯해 「견제」관계를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공화계는 김영삼최고위원의 순치되지 않은 야권체질에 거부감을 가지면서도 민주계없는 그들만의 여권내 입지에 회의를 갖고 있으며 공생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김영삼최고위원은 민주계는 JP와 공화계를 민주계 견제에서 「합종」의 동반자 이기를 원한다.
4당시절 평민견제의 지렛대로 활용했듯이 민자당내에 「비상」이 걸릴때마다 김종필최고위원의 협조를 통해 공생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김영삼최고위원은 처음 당내갈등을 표면화시키면서 김종필최고위원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 그러나 박장관의 문제발언으로 파동이 확산되자 재빨리 김종필최고위원을 동행시키려는 자세를 보였다. 그가 부산기자회견에서 김종필최고위원을 포함한 청와대회동을 들고나온 것도 두 계보간의 사전조율도 있었지만 대 박철언공격,넓게는 민정계에 대항하기 위한 민주당의 「합종책」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2일 5시간역에 걸친 워커힐회동에서 김영삼최고위원은 JP가 협력자가 아니라 철저한 중재자인 사실을 알아차린 듯했다. 물론 워커힐회동에서 김종필최고위원은 김영삼최고위원의 완강한 입장을 알고 민자당의 위기를 의식,권력핵심부에 이를 전달하는 메신저 노릇을 하면서 민정계에도 중재자의 입지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계는 그정도를 갖고 김종필최고위원이 「조정자」로 선전되면서 위상을 높이는데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지난해 골프회동때부터 두 김최고위원은 상대방의 의중을 잘 읽어왔고 특히 김종필위원은 김영삼위원측근에게 『당신의 보스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며 자신의 한계와 함께 대YS협력을 암시한 바 있다.
지금도 김종필최고위원 측근중에는 현 시점에서 『김영삼씨가 여권지도자로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협력하는 데는 변함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영삼씨 측근들은 언젠가 여권내경쟁자로서의 잠재력을 의식하는 눈치와 함께 김종필위원의 모호한 자세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모로 보나 민주계로서는 공화계가 순치관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는 이방이다시피한 여권내에서 공화계의 입술역할이 없다면 이가 시려온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 따라서 민주계에서 김종필최고위원에 대한 비판적 논평이 터부시되는 정도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심하다는 것도 두 김씨의 상호 의존관계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3당통합과정에서 세의 열세로 주도적 역할보다는 조연에 그쳤던 김종필최고위원은 민자당의 존립을 깨지않는 범위에서 민정ㆍ민주계에서 그네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으로 보인다. 권력의 속성을 잘아는 그로서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기도 해야 하지만 어렵게 만들어놓은 그나름의 보혁구도가 만약 민주계의 이탈로 파손될 경우 정국의 혼란은 물론 자신의 정치적존립 기반도 흔들리게 되는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상황때문에 공화계는 민주계와 필연적인 공생관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당내분을 계기로 한때 움트는 것 같이 보였던 「김영삼박철언협력」체제가 깨지면서 민정계의 반 김영삼노선이 강화된 것이 사실이고,민정계에 대한 김종필최고위원의 입김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차기대권 주자로서의 김영삼최고위원은 청와대의 관계호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권력핵심부는 두 김최고위원의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이용해 통치권을 확립시켜가는 「연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최고위원을 모시겠다』는 김종필최고위원의 말에서 일단 민자당의 존립을 위해 두 김씨의 선후관계는 정립되고 있지만 합종연형의 정략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정치풍토에서 YSㆍJP의 관계는 「공생과 견제」의 반복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김수종기자>김수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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