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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으로 약물복용 가려낸다(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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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으로 약물복용 가려낸다(세계의 창)

입력
1990.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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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배리시장 수사때 검사기기 공개/약성분 모발속 흔적남아 1년전까지 거울보듯/전문업체인기… “한번실수로 전과”우려도머리카락은 인체의 「블랙박스」인가.

한올의 모발로 그 사람의 혈액형과 성별판독이 가능한 것도 화제가 되었지만 이제는 약물복용 여부까지 밝혀내고 있다. 더구나 과거 사용경력은 물론 약물의 종류마저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1월 코카인복용혐의로 마리온ㆍ배리 워싱턴 DC시장이 체포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당시 신문들은 체포된 배리시장의 모발몇올이 미연방수사국(FBI)에 보내져 정밀검사가 실시되면 수사자료가 보강될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이후 FBI측이 밝힌 모발검사법은 세인의 관심과 함게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FBI측은 현재 메스스펙트로미터라는 기기를 이용,범법자는 물론 FBI요원들의 모발을 분석함으로써 코카인 히로뽕에서부터 심지어 마리화나흡연여부까지 가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모발분석팀장인 로저ㆍ마르츠씨가 밝힌 원리는 간단하다. 체내에 흡수된 약성분이 혈관을 타고돌다 모근을 통해 모발속에 영구저장된다는 것이다.

즉 지각의 단층처럼 약성분이 모발에 층을 이루게돼 이를 분석하면 약물복용경력을 한눈에 알수 있다고 한다. 또 이런 축적이 순서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복용시기와 기간까지도 판별해 낼수 있다는 것이 마르츠씨의 설명이다.

마르츠시에 의하면 사람의 모발은 1개월에 약1㎝정도 자라나 12㎝길이의 모발 한올이면 그 사람의 1년간의 투약행적을 일지보듯 환히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모발검사법은 소변검사법의 맹점을 완전 보강해주고 있다.

마리화나의 경우 체내에서 소멸되는데 3주에서 1달이 소용되지만 흡수가 빠른 코카인은 72시간만 지나면 소변검사로는 좀처럼 적발되지 않는다. 지난 88서울올림픽에서 스테로이드복용으로 실격된 벤ㆍ존슨의 경우처럼 『옆에 있는 사람이 주는 음료를 무심코 마셨다』는 변명이 모발검사에서는 통하지 않게됐다. 이같은 「불운」이 한개인에게 되풀이 반복될리 없기 때문이다.

사실 모발검사를 통한 약물조사방법은 일반화돼 있지는 않지만 미국의 일부기업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샌타모니카에 있는 사이키메딕사는 50여개의 사기업과 호텔등 서비스업체로부터 의뢰를 받고 신규채용자나 종사자들의 약물복용검사를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결과만 통고해줄 뿐이라고 밝혔으나 의뢰를 한측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뻔한 일이다.

그러나 마르츠씨는 사이키메딕사가 시행하는 방사능검증방법은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FBI가 가진 메스스펙트로미터는 1백%의 신빙성을 갖고 있다고 장담했다. 문제는 30만달러에 이르는 비싼값 때문에 대중화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마르츠씨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모발검사법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어떤 사람들은 이 방법이 조지ㆍ오웰의 소설 「1984」를 연상시키는 또 다른 통제수단이 될 것이라고 항변한다.

이들은 마리화나 연기가 가득한 공간에 있기만 해도 마리화나성분이 모발에 밸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이러한 선의의 피해자 외에도 과거 한때의 실수가 「전과」처럼 줄곧 따라붙게되면 인권의 침해가 아니냐고 따진다.

이러한 점때문에 모발검사결과는 증거를 보강하는 자료가 될뿐 아직 직접증거로 법원에서 채택되지는 않고있다.

하지만 마르츠씨는 지문처럼 정확한 모발검사결과가 조만간 증거로 채택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독설가들은 이 방법이 대중화단계에 이르면 『대머리는 모두 의심을 받게돼 나중에는 민대머리헤어스타일이 유행할 것』이라고 농담을 일삼지만 어쨋든 인체의 신비가 또 한꺼풀 벗겨진 것만은 사실이다.【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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