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부정 예상깨고 “추상적인 타협”/연방지주와해ㆍ보수파 역공세 우려/개혁부작용 갈등 표출… 결국결별 분석소련10월혁명의 지도자이며 건국자인 블라디미르ㆍ일리치ㆍ레닌이 22일로 탄생 1백20주년을 맞는다. 사실 세계의 관심은 레닌의 생일 그자체보다는 그의 탄생을 기념하는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연설내용에 모아졌었다.
페레스크로이카의 진행과 함께 레닌과 레닌주의가 종종 비난을 받기 시작한 시점에서 고르바초프가 과연 어떤 평가를 내릴것이냐가 주목됐기 때문이다.
고르바초프는 20일저녁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기념식전에서 연설을 통해 레닌주의가 소련사회의 발전에 공헌한 역할과 의의를 강조하면서도 『페레스트로이카의 추진에 있어 그의 사상을 신성시하지않고 현대적 시점에서 재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혁명이래 절대시돼온 레닌주의의 명제와 원칙에 대해 시시비비의 객관적평가를 통해 현대상황에 맞게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연설내용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레닌주의를 평가한것이라고 볼수 있다. 연설이 있기전만해도 소련공산당중앙위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고르바초프가 연설을 통해 레닌의 제국주의론을 최종적으로 부정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고르바초프의 이번 연설은 소련의 현상황과 고르바초프가 처해있는 정치적현실 배경하에서 이해돼야 할 것 같다.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놓고 급진개혁파와 보수파간에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70여년간 소련의 사상적 기초이자 전세계사회주의국가의 지주였던 레닌의 사상을 하루아침에 비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에 맞지않는 레닌의 제국주의론등 일부 오류는 시정해야된다는 것을 완곡히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소련관영타스통신이 20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고르바초프는 레닌이 말년에 한 모든일을 재검토해 공산당의 쇄신과 개혁에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닌은 그의 저서 「제국주의론」에서 자본주의는 생산과 자본을 독점시켜 나온 잉여자본으로 식민지정복에 나서 제국주의로 변하고,식민지민족을 착취,억압함으로써 민족저항에 부딪쳐 스스로 파멸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레닌주의는 일부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그 원리가 검증된 면이 있지만 지난해 동구대변혁과 소련의 페레트로이카정책에서 보듯이 이미 오류가 드러났다.
소련공산당은 지난2월7일 열린 당중앙위총회에서 이런 레닌주의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정치적 다원주의」와 「인간적인 민주주의적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신강령을 채택,새로운 소비예트연방공화국을 건설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공산당내 급진개혁파들이 레닌을 스탈린과 동일시하면서 레닌주의를 전면부정하려는 「사회주의부정」의 경향을 보이자 고르바초프는 일단 이런 무드를 가라앉힐 필요가 생긴 것이다.
즉 성급하게 레닌을 격하할 경우 리투아니아사태에서 보듯 소련연방공화국이 와해될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자칫하면 고르바초프를 비롯한 소련지식층의 개혁세력들이 일시에 보수파들의 역공세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르바초프는 따라서 레닌을 신처럼 숭배할 수도 없지만 레닌 주의의 재평가를 통해 그가 이룩한 소련사회의 정신적유산을 바탕으로 페레스트로이카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다소 추상적인 타협책을 내놓은 셈이다.
소련역사상 최초의 대통령으로 취임,집권2기를 출범한 고르바초프는 자신이 지난 5년간 밀고온 페레스트로이카로 소련사회가 과거권위주의시대에서 탈피,민주화와 법치주의속에 다원화되도록 부추겼다.
동구 대변혁도 결국은 이런 페레스트로이카의 산물인 동시에 고르바초프가 내세운 신사고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따른 부작용으로 소련경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갈등속에 침체를 거듭,일부 시장경제제도 도입등이 불가피한 실정이 됐다. 이 상황에서 페레스트로이카의 후퇴는 있을 수 없으며 더욱이 보수파들이 주장하는 레닌주의에로의 회귀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결국 레닌과의 완전한 단절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페레스트로이카가 레닌주의의 범위와 성격에 있어 비슷하다고 언급하기까지했다. 어찌보면 그의 개혁의 논거로 레닌주의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설내용을 다시 뒤집어보면 역시 소련사회가 레닌주의와의 결별로 가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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