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교포문제」가속전망/일부선 “방일반대”목소리까지노태우대통령의 5월하순 방일과 관련,정부가 일본측의 과거사청산 노력을 전제로 아키히토(명인) 일왕의 초청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한 것은 향후 한일관계에 대한 한국측의 전향적인 자세로 평가된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인 동시에 교역,문화,안보 등에서 상호 지대한 영향을 주고받는 한일양국이 과거 36년간의 불행한 역사 때문에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로 감정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현상황에 대해 양국정부는 근본적인 변화를 계속 모색해 왔다.
특히 우리정부는 피침자의 입장에서 과거 양국간의 불행한 역사를 하루빨리 청산하고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국제협력을 추구하자는 자세를 견지해온 것이 사실이다.
한일정부는 이러한 양국관계의 현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대통령의 방일을 관계변화의 대전기로 삼으려 의도하고 있다. 특히 21세기를 눈앞에 둔 현시점에서 양국은 보다 긴밀한 협력관계유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노대통령 방일에 거는 기대 또한 커지는 것이다.
정부는 바로 이러한 관계변화 필요성과 대통령 방일의 중요성을 의식,일본의 과거사청산과 우리측의 일왕초청을 양국관계전환의 분수령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정부는 그동안 히로히토(유인)일왕이 지난해 사망하고 아키히토일왕이 대를 이음으로써 일제통치와 연관된 일왕의 이미지는 어느 정도 퇴조했다고 보고 일왕방한에 대한 허용방침을 신중하게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대통령이 일본방문기간중 국가원수로서 일본의 국가원수인 아키히토일왕을 만날때는 외교관행상 상대방을 초청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점도 정부의 일왕초청문제 검토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그러나 한일관계전환을 위한 이러한 통과의례를 위해선 일본측의 과거사청산에 대한 납득할 만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왕초청이란 한일양국간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는 상징적 종지부가 되는 만큼 그 전단계인 재일동포 법적지위개선등 과거사청산을 위한 일본측의 성의있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재일동포사회와 국내에선 과거사청산을 위한 최근의 한일협상과정에 대해 실망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노대통령의 방일자체를 연기 또는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도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한일현안에 대한 협상이 현재와 같은 상태로 진척을 보이지 않을 경우 일왕초청문제는 물론 노대통령의 방일자체도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몰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정부는 일본측의 미온적인 과거사청산 태도가 한일양국 관계전환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판단,돌파구마련을 위한 막바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일 일시귀국했다 일본에 돌아간 이원경주일대사는 우리정부의 이같은 우려와 요구를 일본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현재 양국간의 최대현안으로 부각된 지문날인제ㆍ외국인등록증 상시휴대ㆍ재입국허가제ㆍ강제퇴거제등 4대악법의 철폐문제와 지자제 참정권ㆍ교원임용 등 재일동포 법적지위개선문제에 대해 실무자들의 반대를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정부의 이러한 입장을 우리정부는 「무성의한 자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리 관료사회의 발언권이 강하다해도 국가간의 관계에서 정치적인 해결을 모색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성의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본은 비대해진 경제력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덩치와는 달리 한국등과의 원만한 과거사해결등 기본적인 체면치레를 못함으로써 정신적 미숙아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노대통령이 최근 다케시타 전 일본수상을 만난 자리에서 밝혔듯 「긴 역사중 하나의 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양국간의 과거사를 일본이 어떻게 현명하게 해결하느냐에 따라서 한일관계의 위상은 변화할 것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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