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호소하며 뒤로는 사재기/생산부문지원금 딴 곳 빼돌린 셈/총보유액 13조1천3백91억지난해중 국내 30대 재벌그룹들의 부동산 보유액이 3조원 넘게 늘어 수출부진과 자금난 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된 와중에서도 재벌들이 땅사들이기에 여전히 열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은행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 삼성 현대 등 국내 30대 재벌그룹들의 보유 부동산 증가액은 3조7백88억원이었으며 이에 따라 30대 재벌그룹의 부동산보유총액은 1년 전보다 30.6%가 증가한 13조1천3백91억원이었다.
이 증가액 중에서 장부상 가격이 올라간 자산재평가분 4천2백19억원,계열사 내부에서의 거래분 2천1백69억원등을 제외하고 30대 재벌그룹이 실제토지와 건물을 새로 더 취득한 액수는 2조4천4백억원이었다.
이를 면적기준으로 보면 토지 7백72만㎡(2백34만평) 건물 3백47만㎡(1백14만평)등 모두 1천1백49만㎡(3백48만평)으로 88년의 증가분 2천7백29만㎡(8백26만평)의 42.1% 수준이었다.
금액기준 증가분은 88년의 2조2천9백1억원보다 34.4%가 더 늘어났는데도 면적은 오히려 절반 가까이로 줄어 땅값이 그만큼 비싸졌음을 나타냈다.
또한 부동산취득 내용을 용도별(금액기준)로 보면 분당 일산 등 신도시개발과 기타 주택건설사업 관련분이 전체의 39.5%로 가장 많았고 공장 및 창고등 생산시설 관련분이 전체의 33.4%.사옥ㆍ지사ㆍ영업소가 8.1%,사원후생복지용 4.6%,연구소 3.1% 등이었다.
30대 재벌그룹은 실제취득 이외에도 지난해중 5조원 가까이되는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도록 주거래은행의 승인을 마쳐 토지공개념 등을 앞두고 재벌들의 땅사들이기가 극심했음을 보였다.
재벌그룹별로는 삼성이 4천6백26억원어치(5백89만6천㎡)를 신규로 취득,가장 많이 부동산을 사들였으며 다음이 현대 3천6백78억원어치(1백67만7천㎡) 롯데 3천2백38억원어치(1백97만1천㎡) 럭키금성 3천88억원어치(2백22만5천㎡) 등의 순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현재 부동산보유 현황은 금액기준으로는 현대가 1조6천9백9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1조원이 넘는 재벌그룹은 삼성 럭키금성 대우 롯데 등 모두 5개였다.
그러나 면적기준으로는 삼성이 9천4백45만1천㎡를 보유,가장 많았으며 1천만㎡(3백만평) 이상을 보유한 그룹은 선경 현대 쌍룡 럭키금성 한진 두산 대우 동국제강 코오롱 한국화약 한라등 12개 그룹에 달했다.
이처럼 30대 재벌그룹의 보유 부동산이 급증한데 대해 경제계에서는 부동산취득이 일단 형식적으로 업무용이었다고 하더라도 재벌들이 한햇동안 전국 곳곳에서 일었던 부동산투기 바람의 큰손 참가자였음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기업들이 한편으로는 노사분규와 수출부진으로 인한 자금난 등을 이유로 정부에 지원책을 연거푸 호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같은 규모의 땅을 사들임으로써 「어렵다는 호소」에 대한 진실성을 의심받게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생산부문으로 흘러들어가야 할 증시조달자금과 은행차입금 등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으로 빠져 묶여버림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경영을 더욱 악화시켰던 셈이다.
땅값이 오르기 전에 더 사둬야 한다는 강박관념,생산활동보다는 결국 땅을 사놔야만 큰 이익을 볼수 있다는 왜곡된 투기의식이 기업들을 지배,현실적으로 국내 주요그룹들에게 적지 않은 투기이익을 안겼지만 땅장사나 하는 기업이라는 나쁜 이미지를 더욱 굳힘으로써 그 이익의 몇배나 되는 손실을 안기고 있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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