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대통령의 방일(5월24일)을 앞두고 한일간에 최대의 현안문제로 부각된 재일동포의 법적지위 향상문제가 일본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난항에 빠져 있는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그동안 한일간의 실무자회담을 통해서 우리정부는 재일동포의 생성이 일본의 식민지통치에 의한 것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들어,재일3세의 자동적 협정영주권의 부여와 지문날인제도 및 외국인등록증 상시휴대제도의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대해 일본측은 생성배경에는 동의하는 듯하면서도 막상 실질적인 문제인 3세이후 4세,5세까지 자자손손 영주권을 자동적으로 주기는 곤란하다는등 한결같이 이의를 달고나와 자칫 한일간의 새로운 감정대립의 요소로 발전될 기미마저 있다. 특히 일본 법무성이 외국인등록증 상시휴대제도나 지문날인제도는 정치외교문제가 아닌 국내 치안상의 문제라는 이유로 그 폐지에 적극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일본 법무성의 주장은 재일동포의 지위문제를 요 감시대상자나 범죄인 범주에서 취급하고 있음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고 생각되며 이것은 문제의 인식부터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본에서 지문을 채취당하는 사람은 범인과 외국인이다. 외국인 가운데 85%가 재일한국인임을 감안할 때 까다로운 외국인등록법의 입법취지가 어디에 있는가를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일본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엄격한 외국인등록법과 출입국관리법을 정해놓고 한손엔 「차별과 강제퇴거」라는 「칼」을,다른 한손엔 「귀화」라는 「코란」을 들고 재일동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경찰은 지금도 70만 재일동포를 부단히 감시하고 있으며,어떤 범법사실이 일어나면 집중적으로 시찰하고 있다.
더욱이 외국인등록증을 항시휴대토록 강제규정한 것은 호적주민법에는 없는 차별규정이며 이 규정이 극단적으로 악용될 경우 재일동포는 동네 목욕탕에 갈 때도 외국인등록증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 된다. 만일 이를 어겼을 때엔 규정대로 20만엔이하의 벌금형에 처해도 할 말 없다. 그뿐인가. 재일동포들은 징역 7년이상의 형벌을 받았을 때엔(일반영주자는 1년징역) 강제로 퇴거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를 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일협정에 명시된 대로,재일동포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지문날인의 철폐등 4대악법의 즉각철폐와 함께 행정적 차별을 시정할 것을 일본에 촉구해 왔다.
일본정부가 20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한일 아주국장회의를 연기시키고 한일간의 현안문제에 대한 일 정부내의 이견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우리는 주목한다. 우리는 일본이 최종결정을 도출하는 과정에 관해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 가이후총리 스스로도 밝혔듯이 재일동포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다면 결과도 그 바탕위에서 도출되리라고 믿으며 진정한 관계증진을 위해 하루속히 매듭지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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