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올리니 나도” 인상도미노/넘치는 돈ㆍ투기광란등이 주범/고임악순환… 수출경쟁 치명타/어렵게 정착시킨 「한자리수 물가」붕괴 눈앞에물가폭등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올들어 불과 석달보름만에 소비자물가는 무려 4.7%(전년말대비)나 올라버렸다.
지난 80년대초에 당시 5공정부가 40년 묵은 인플레를 단절한다며 예산동결 근로자임금및 추곡수매가동결등 비상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어렵게 정착된 한자리수 물가시대가 어이없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우려할 점은 근로자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들사이에 『땅값 집세 설렁탕값 공공요금 등 모든 가격은 뛸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인플레 심리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사실이다.
임대료가 오르면 자장면값을 올리고 공공요금이 뛰면 제품생산비부담이 커져 공산품가격에 손을 댈 수밖에 없어 「네가 올리니 나도 올린다」는 식의 연쇄상승작용이 본격화된 것이다.
지난해이후 경기침체와 때를 맞춰 물가가 흔들려 고물가고임금저성장으로 이어지는 남미경제식 악순환이 이제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강력히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의 물가앙등현상을 자세히 짚어보면 지난 77∼79년과 흡사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당시는 소위 「단군이래 최대호황」이라던 76∼78년 3년동안 두자리수 실질성장을 기록했고 77년엔 국제수지가 반짝흑자를 보였는가하면 중동건설공사 선수금이 몰려와 전국적인 부동산투기열풍을 빚었었다. 그 직후 2차오일쇼크가 엄습하면서 경기가 일거에 침체,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속 저성장)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10ㆍ26과 5ㆍ17사태등 정치불안과 80년의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의 상황은 86∼88년 3년간 12%를 웃도는 실질성장,연평균 90억달러 가까운 경상수지 흑자등 「단군이래 초호황」을 다시한번 누렸고 지난해 상반기 이후 성장률이 절반에 가까운 6.5%로 뚝 떨어져 아직까지 뚜렷한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또 넘쳐 들어온 외화를 산업구조조정 기술개발등 생산분야로 재투자하지 못한채 수십조원의 대기성자금이 증시에서 부동산으로 흘러 전국적인 땅값상승 주택가폭등과 임대료ㆍ전세 앙등을 빚고 있다.
최근 상황과 70년대 후반의 여건상 차이는 민선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ㆍ사회전반에 제몫찾기 욕구와 인기영합정책이 난무하고 행정력은 각 경제주체를 컨트롤할 권위를 사실상 거의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로자ㆍ농민등 형평확대분배개선을 요구하는 세력들은 전국적 조직을 갖춰 국회와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커진 경제규모에 맞게 국제경제질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환율ㆍ금리등 주요정책변수를 마음대로 조정할 형편도 아니다.
결국 물가안정여건은 70년대후반보다 오히려 훨씬 나빠져 도처에 악재가 줄을 서고있는 현실이다.
물가와 관련된 각종경제여건을 다시한번 살펴보면 먼저 가장 예민한 변수인 통화부문은 연조이래 총통화증가율이 전년대비 23∼24%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 6ㆍ19이후 4차례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시중에 돈은 마구 풀리고 있다. 그렇지만 제조업등 생산분야는 자금부족을 호소하는 실정이어서 급격한 통화환수는 엄두도 내기 어렵다.
원화의 대폭 절상으로 수출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 것과 관련,최근 절하추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도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등으로 국내공산품가격에 주름살을 주고 있다.
재정부문도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이미 국민들에 약속한 각종투자사업규모만도 무려 80조원이상이어서 물가에 심각한 압력을 주고 있다.
여기에다 부동산투기가 횡행,땅없고 집 못가진 근로자등 봉급생활자는 상대적 박탈감속에 고율의 임금인상을 더욱 절실히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이후 한자리수 욕구자제를 호소해 왔지만 전세값폭등에 좌절,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속에서 근로자들에게 임금인상자제를 외친들 제대로 설득력을 가질 수 없을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또 임대료가 하루 아침에 두배씩 뛰고 있는데 식당ㆍ다방등 개인서비스업자 입장에서 요금을 묶어두라는 당국의 간청이 귀에 들릴리가 없을 것이다.
경제성장의 견인차인 수출을 아무리 늘리고 싶어도 물가불안→인건비상승의 악순환속에서 우리 상품이 대외경쟁력을 가질 방도는 없다.
이승윤부총리를 비롯한 새경제팀은 출범과 동시에 성장중시 수출촉진 투자활성화를 부르짖었다.
성장국제수지 물가안정이 모두 위태로운 상황이므로 맨먼저 성장잠재력을 키워나가면 물가도,국제수지도 나아가 형평확대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물가안정이 최대의 복지정책이자 분배개선」이라는 말처럼 부동산투기규제와 물가상승 억제없이는 경제주체들의 의욕회복도,나아가 성장잠재력 회복도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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