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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시작일뿐 숙제 산적/농수축협장 직선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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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시작일뿐 숙제 산적/농수축협장 직선 무엇을 남겼나

입력
1990.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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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ㆍ타락 난무 현선거제 고칠점 많아/비대한 중앙권한 대폭 하부이양시급/“파행운영 벗고 농어민위한 단체로 거듭나야”소리높아19일 수협을 끝으로 농ㆍ수ㆍ축협중앙회장 직선이 모두 끝나면서 이들 농어민단체가 「거듭나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또한 일부에서는 이들 단체장을 직접선거로 뽑는 현행제도나 절차를 다시 생각해봐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길게는 29년 짧게는 9년의 역사를 가진 이들 농어민생산자단체는 지난 1년여간 전에 없던 경험을 했다.

지난해 3월1일 경기 화성군 남양 단위농협을 필두로 지난 3월말까지 이들 단체는 전국1천7백여개의 단위조합장을 사상처음 농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선거를 치렀다.

또 이달에는 지난 13일 축협중앙회를 시작으로 농민의 손에 뽑힌 단위조합장들이 단체의 최고책임자인 중앙회장을 투표로 뽑아 최초의 민선회장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선거는 숱한 잡음과 부작용을 빚어냈다.

단위조합장선거나 중앙회장선거를 막론하고 과열과 타락으로 점철됐다.

엄격히 제한된 선거운동에도 불구하고 도처에서 수만원∼천만원대의 금품수수가 공공연히 행해졌고 선거가 있는 곳에서는 연일 향응이 베풀어졌다. 돈ㆍ학연ㆍ지연ㆍ혈연이 총동원돼 상대후보를 근거없이 헐뜯는 마타도어 인신공격이 난무했으며 선거운동원간에 주먹을 휘두르는 폭력사태도 있었다.

선거법위반으로 조합장후보 몇몇이 쇠고랑을 찼는가 하면 유권자인 농민,조합장들은 후보들을 찾아다니며 표를 몰아주겠다며 돈을 구걸하는 모습도 발견됐다. 또 선거기간중 중앙회와 단위조합은 임직원들이 제각기 특정후보를 위해 일손을 놓고 뛰어다니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고 직원들간에 내분ㆍ갈등이 팽배했다. 민주화의 산고였다고 치부하기에는 그 폐단이 너무 컸고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했다.

「표몰이」를 조건으로한 매관매직,조합원이나 임직원 들간에 빚어진 갈등ㆍ반목의 후유증은 어떻게 치유하고 숱하게 뿌려진 생돈을 당선자들이 어떤방법으로 회수할지 걱정이다.

선거관리규정과 운영상의 모순도 적지않게 드러났다.

과열을 막는다는 취지로 선거운동을 극도로 제한한 현행 규정은 현실적으로 지켜질 수 없는 무리한 것이었다. 선거공보 한장만으로 광범위하게 흩어져있는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진실한 면면을 파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고 후보자 역시 그들의 비전이나 공약을 당당하게 전달할 길이 막혀 불만이었다. 결과적으로 후보자와 유권자간의 은밀한 뒷거래를 부추겼고,한편으로 현직 중앙회장ㆍ조합장에게 엄청난 기득권을 준 꼴이 됐다. 선거결과 현직이 대거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장의 성격이 강한 중앙회장을 선거로 뽑는 것이 옳으냐는 의문도 남겼다.

어쨌든 기나긴 선거는 끝났고 이들 단체는 민선회장ㆍ조합장을 맞이해 민주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민주화를 위한 제도와 틀이 마련됐다. 민주화를 저해했던 걸림돌이 말끔히 해소된 셈이다. 그러나 외형적인 틀이 마련됐다고 해서 민주화가 다 이뤄진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제도와 틀은 필요조건일뿐 충분조건을 결코 아니다. 더욱이 그간에 이들 농어민단체가 걸어온 족적을 되짚어 보면 앞으로의 민주화도정은 험난하기 짝이없고 과제도 산적해있다. 게다가 농산물 수입개방등으로 농촌이 전례없는 격변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이들 단체는 짧은 역사에 비해 외견상 비약적으로 성장해 연간 사업규모가 3조원∼20여조원에 이르는 거대단체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강력한 비호와 지원에 힘입은 것으로 농어민 조합원의 자조ㆍ자립에 의한 부분은 극히 미미하다.

정부사업의 수행내지 대행역할에 안주하다보니 본연의 기능은 소홀히 한채 정부행정의 도구로 전락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존체제에서 당연히 정부의 강한 입김을 배겨날 길이 없었고 역대중앙회장마다 외쳤던 「상향 자율운영」은 한낱 구두탄에 그친채 권위주의적이고 경직된 운영으로 일관돼왔다.

조합원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모든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할수 있도록 파행되고 왜곡된 조직과 사업내용을 개편해야 한다. 중앙회의 존립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조합원인 농어민을 살리기 위한 진짜 생산자단체로 변신해야한다는 것이다.

우선 중앙회조직은 갈수록 비대해지는 반면 회원조합은 왜소해지기만하는 불균형이 시정돼야 한다. 중앙회에서 불필요하게 손에 쥐고 있는 사업이나 권한을 대폭 하부조직에 이양,단위조합이 경영수지등에서 책임을 갖고 홀로 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한다. 사업내용도 과감히 개편해 신용(금융)사업에 너무 치우쳐 있는 것을 구매ㆍ판매등 다양한 경제사업과 조합원복지후생을 위한 서비스기능등 조합원에게 실익을 주는 방향으로 돌려져야 한다.

또한 대의원회ㆍ이사회등을 활성화,민주적 의사결정체계가 정착돼야하며 조합원의 의견이 폭넓게 수렴될 수 있는 상향식통로가 개방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동안 이들 농어민단체는 중앙회와 조합,조합원들의 이질감으로 갈등과 불신풍조가 만연해온 실정이다.

이와 함께 조합원의 권익대변을 위한 대외적인 농정활동기능을 한층 강화해 불합리한 정부시책은 강력하게 시정을 요구하고 소비자인 국민들에게는 자신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설득시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도록 힘써야한다.【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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