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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조장의 주인 발본부터(사설)

입력
1990.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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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투기를 뿌리뽑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나섰다. 공권력을 총동원해서라도 투기꾼을 추적하고,개발계획 정보를 누설한 공직자들에 대한 일제 조사를 해서 응징한다는 강도높은 부동산투기 근절대책을 제시했다.부동산투기를 뿌리뽑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마다할 국민들은 없다. 땅사재기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재벌 기업들과 일부 부유층투기꾼 그리고 투기를 부채질하는 부동산 소개업자들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기업들의 생산투자가 감소됐고 수출이 부진하며 돈의 흐름이 왜곡되고 백약이 무효처럼 증시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 원인도 따지고 보면 부동산투기 때문이다. 한탕주의까지 만연시켜 국민들의 근로의욕마저 저해하는 망국병의 징후까지 보이기에 이르른 것이다. 손바닥만한 국토에서 재생산이 불가능한 유한자산인 토지를 더이상 일부 투기꾼들의 사욕만을 채우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의 그 숱한 부동산투기대책은 언제나 일과성 엄포에 그쳤다. 투기대책이 오히려 투기붐을 조장한 측면마저 없지 않았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우리는 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대책이 과연 얼마나 지속적일 것이며 얼마나 투기요인의 근본에 손을 댈 것인가에 커다란 관심이 쏠리게 된다. 떠들썩한 단속이 늘 송사리들만 건드리고 만 전례들을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특별히 정부가 강조한 정보누설 공직자의 색출과 처벌에 관심이 간다. 제살 도려내는 아픔을 정부가 극명하게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개발지역의 하급공무원 몇명을 구속하는 식이어서는 이번 대책 또한 실효를 거둘수 없기에 하는 걱정이다.

한 조사결과가 보여주는 부동산투기 조장의 주요인에 「정부」를 지목한 비율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이 조사에 의하면 투기붐조장의 주범은 재벌(34.6%) 부동산 소개업자(24.6%) 2주택이상 소유자(18%) 정부(14.9%)순이다. 또 부동산가격 상승원인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34.9%) 투기꾼들의 극성(18.9%) 중산층의 부동산투기붐(18.2%) 순서로 꼽고 있다. 투기조장 요인이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과 남발되는 각종 국토개발 계획에도 분명히 있음을 입증한다.

이같은 조사결과로 미뤄본다면 정부가 앞으로 전개할 투기근절 대책은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무엇에 중점을 둬서 해야 한다는 방법론이 분명해 질 것 같다.

투기꾼들에게 개발계획 정보를 흘려주는 범죄형 공직자가 더이상 발붙일 소지를 없애야 함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또한 정부의 각종 국토개발 계획등을 시행할 재원도 없이 함부로 발표해서 개발붐을 틈탄 투기붐을 조장하는 우도 범하지 않는 것이 효과적인 투기억제대책의 하나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어쨌거나 부동산투기 열병은 잡아야 한다. 지금까지 부동산투기를 잡지 못한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정부의 「의지부족ㆍ결단부족」에 있었다는 것을 거듭 일깨워 주면서 이번만은 끈질긴 집념과 행동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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