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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막의 스핑크스/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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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막의 스핑크스/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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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신비와 환상적 미모로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세기적 여배우도 드디어 타계했다. 그레타ㆍ가르보의 죽음이 전해진것은 이번 주초. 여전히 신비와 비밀의 베일에 싸여 조용히 세상을 하직한 이 은막의 여왕을 놓고 지금 세계는 그 추모로 떠들썩하다.국내에서는 간략히 업적과 생애가 소개 됐을뿐이지만,세계적 권위지 뉴욕타임스가 1면 기사에 이어 광고없는 한 페이지를 전부 쏟아 8매의 전성기시절 사진과 함께 파격적인 특집을 한 것만으로도 그 추모의 열기를 짐작케 한다.

따지고 보면 1920년대 후반과 30년대에 걸쳐 활약했던 왕년의 흘러간 여배우일 뿐인데 왜 세계가 이처럼 그 석별을 아쉬워하는 것일까. 그 시절을 함께 겪지못한 우리들로서는 무척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재조명되고 있는 그녀의 기이한 생애와 신들린듯 했던 연기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섭렵해 보면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가고 과연 여왕 칭호를 들을 만했다는 탄성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스웨덴의 가난한 집 딸로 태어나 14세 때부터 이발소의 면도사 조수,백화점 점원노릇을 하던 그녀가 은막에 데뷔한 것은 17세때였다. 북구특유의 단아함에 신비감마저 자아내는 특출한 미모가 계기였지만 그녀를 여왕의 자리로 끌어올린 것은 배우지 못한것을 뛰어넘는 천부적으로 타고난 연기력이었다고 한다.

전성기때 가르보의 미모를 나타낸 표현중에는 「영혼을 드러내는 얼굴」「모든 남성의 환상의 연인」「스웨덴의 스핑크스」라는 찬사마저 있을 정도였다. 또 가르보의 연기를 놓고서도 일화가 많은데, 『수줍어하던 어린처녀가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는 순간 탁월한 본능과 카리스마로 지성을 뛰어넘는 천재성을 발휘했었다』는 표현인 것이다. 가르보 스스로도 그같은 본능적 재능과 영감을 살리기 위해 영화촬영 때 종종 감독마저 내보낸 채 카메라와의 단독 연기대좌를 일삼았을 정도였던 걸로 미루어 명배우는 만들어지기 보다 재능을 타고나야 됨을 짐작케도 한다.

가르보의 또다른 은막의 여왕다운 특징은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연기로만 지신을 드러냈을 뿐 연기이외의 사생활은 철저히 감췄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곧잘 『나는 말로써가 아니라 오직 역을 통해서만 자기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기자들을 피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그같은 외곬수가 신비로운 은막의 여왕자리를 비록 안겨주긴 했지만 36세때 돌연 은퇴,84세로 타계할 때까지 50년 가까이 철저한 은둔과 고독도 동시에 감수해야 했던것이다. 전성기 때 존ㆍ길거드,레오폴드ㆍ스토코우스키 등 저명남성들과의 화려한 교분으로 유명했던 그녀가 끝내 독신으로 지낸것도 그녀 특유의 신화창조에 한몫했을 법하다.

그러고 보면 가르보의 생애는 사뭇 경박한 요즘 세태와는 격이 다르다. 그래서 세계는 지금 비록 사생활은 단순하고 세속적이었을 망정 마지막 은막의 여왕으로만 그녀를 떠받들며 추모하고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금은 비단 영화계뿐이 아니라 온갖 분야에서 전설적 거장들이 가르보의 타계처럼 점차 사라져가는 삭막한 시대인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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