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한국기업의 이상향아니다”/시장경제 하부구조 취약/중앙통제ㆍ합작열의 부족등 난제풀어야/한반도 2중정책 불가피한양대 중 소연구소와 소극동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제3차 한소학술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17일 폐막됐다. 양국간의 공식관계수립이 카운트다운직전에 와 있는 시점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소관계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양국관계를 폭넓게 조명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소련측은 주로 소련을 거대한 소비시장으로만 인식하고 성급한 이상향을 꿈꾸는 일부 한국기업인들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으며,한국측은 소련의 동북아진출에 숨겨진 세력확장기도를 따지기도 했다.
특히 이번세미나에서 한 소련측인사는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구체적이고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했던 블라디렌ㆍ보론초프 「극동의 제문제」지 편집국장의 기고를 통해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는 한소관계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대한관계에 있어서 소련지도층의 새로운 접근방식은 개혁파 개방정책으로 인한 국내정치적 상황변화의 연계돼 있다. 이점에서 한국의 지도자들이 소련의 국내정치적 변화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세미나의 참석자들은 국제무대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역할이 점차 증대하고 있으며,동북아에 있어 탄력적인 안보정책이 요청된다는 점에서 한소관계발전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간의 관계정상화에 이르는 길에는 몇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회의를 통해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문제점들은 얼마든지 이해가 가는것들이다.
먼저 한국기업인들은 시장경제에 관해 상당히 축적된 경험을 갖고 있으나 소련의 관료체제는 이제 막 새로운 현실에 대한 조정국면에 접어들었으며,현대화된 하부구조나 정보산업을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에 대한 소련정부의 지나친 중앙집중식 관리방식은 소련기업과 외국회사들간의 역동적인 접촉에 있어 엄청난 장애물이 되고 있으며,종종 많은 외국기업가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우리는 소련의 이같은 관리구조상의 문제점과 소련측 인사들의 무능함이나 무기력함 등에 관한 한국기업인들의 불평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기회는 소련내 페레스트로이카 옹호론자들과 한국의 기업가들편에 있다. 그렇다고 한소경협과 같은 어려운 문제를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도 곤란하다. 양국간의 경협촉진을 가로막는 문제점으로는 소련내 기업환경에 관한 양국기업인들의 이해부족과 합작투자사업에 대한 열의 부족이외에도 루블화의 불태환성 및 중앙집중식통제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난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양국간의 교역은 늘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세미나의 참석자들은 또 한반도문제를 개괄적으로 토의했으며 통일정책에 관해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소련측은 한반도문제를 다룸에 있어 현실에 입각한 남북한간의 대화를 촉구하는 한편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한국측은 남북한간의 차이점을 주로 부각시키고 애쓴 측면이 있다. 또 한반도 문제토의를 위한 남북한및 미국간의 3자회담에 대해 한국측은 비관적이었던 반면 소련측은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한국측 참석자들은 소련이 한편으로는 남한과의 경제 관계개선을 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과의 전통적인 정치동맹을 유지하는 2중정책을 어떻게 균형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인지를 궁금해했다.
이에 대해 소련측 인사들은 소련이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으면 대한관계에 있어서는 정경분리원칙을 따를 것임을 천명했다.
양측은 이어 주한미군의 존재에 관해서도 토의했다.
한국측은 이 토의에서 주로 소련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지역에서 반미적인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일례로 한 참석자는 『소련의 새로운 전략은 현재 이지역에 있어서의 힘의 균형을 미국의 이익에 상치되는 방향으로 전환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련으로서는 『도대체 「미국의 이해」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소련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면 페레스트로이카는 중단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핵무기를 대외관계의 수단으로 쓰려고 하는 새로운 독재자가 출현할 것이다.
과연 이런 사태가 미국에 이익이 될 것인가. 게다가 경제개혁을 포함한 산적한 현안들을 안고 있는 소련지도부가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맞서 투쟁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소련측은 이번 세미나에서 이같은 질문들을 던졌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점에 대해 양측의 견해를 탐색하는 것이 이번 회의의 목적이자 성과이기도 했다.
나는 한국의 국내정치가 한소관계와 상호연관돼 있으며,이러한 관계는 또 소련의 국내정치적 변화에 달려있다는 어느 참석자의 의견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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