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남중진ㆍ소장의원 서명운동이 결정적 계기/민주 정치공세도 일부 수용… 「창당」후 미룰듯/「논의활발성과는 의문」전망평민당이 17일 오는 29ㆍ30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연기키로 한 것은 야권통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데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평민당은 야권내부는 물론 평민당내에까지 두텁게 형성돼 있는 야권통합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는 자세도 취하려 하고 있다.
평민당은 야권통합논의가 매듭지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전당대회를 치르고 여기에서 당체제를 구축할 경우 야권통합에 소극적인 것처럼 투영되면서 여론의 화살을 면키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당대회 연기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당대 비호남중진들과 소장의원 10여명을 중심으로 한 전당대회 연기와 야권통합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등 전당대회에 앞서 통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들. 야권통합논의가 활발할 때 이른바 통합파로 분류되었던 의원들이 주축이된 서명의원들은 1차적으로 야권통합이 매듭지어지지 않는 상태에서의 전당대회에 반대한다는 것을 들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강력한 야권통합 요구가 깔려있다. 이들은 전당대회 연기 요구를 계기로 서명을 시작했지만 이 요구는 곧바로 야권통합논의로 확대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김대중총재의 거취문제등이 또다시 재론될 것임은 필지의 사실.
이에 대해 김총재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당료파들은 17일 상오 서둘러 당내 통합대책기구인 중도민주세력통합추진위(위원장 최영근부총재)를 열었고 문제확산의 사전 예방차원에서 전당대회 연기를 결정해버린 것이다.
평민당은 18일 당무지도위원과 의원들의 합동회의를 열어 야권통합을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난상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서명의원들은 이 회의에서 전당대회 연기를 고리삼아 또다시 야권통합의 당위성을 부각시킬 계획이었는데 전당대회 연기결정으로 1차목표가 사라져 버린 셈이다.
평민당은 내주 중반께 영입작업을 매듭짓고 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는 선에서 예정대로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이었다. 또 영입작업이 신통치 않을 경우 지도체제를 곧바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바꾸지 않고 당헌에 부칙조항을 신설해 전당대회를 열지 않고도 중앙상무위원회나 당무지도합동회의에서 당헌개정의 길을 열어놓는 보다 신중하면서 현재의 단일지도체제를 고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던 중이었다. 당명변경문제는 집단지도체제 채택보다 한층 더 조심스럽게 타진되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당명을 바꾸는 문제는 일단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상태였다.
평민당은 야권통합의 당위성을 짚고나가는 정도의 통과의례 수준에서 이번 전당대회를 마무리지은 뒤 지자제선거나 총선등의 결정적 국면을 맞아 야권통합에 장기적으로 대비하려던 참이었다.
평민당이 전당대회를 연기한 배경에는 야권통합논의에 있어 상대적 위치에 있는 민주당(가칭)에 대한 정치공세라는 측면도 있다. 평민당과 민주당은 지난 4ㆍ3보궐선거 「이변」이후 통합을 위한 접촉을 공식화하는등 3당통합이후 활기를 띠었던 야권통합논의를 재연시키면서 평민당은 민주당에 창당대회 연기를,민주당은 평민당에 전당대회 연기를 각각 요구했었다.
한때 반짝했던 이 통합논의는 김총재 거취문제를 둘러싼 발설의 진원지 때문에 제기된 신뢰성의 문제로 인해 또다시 소강상태에 빠졌지만 평민당은 이번의 전당대회 연기결정으로 민주당 요구중 하나를 수용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5월 중순께를 창당대회날짜로 잡고 있는데 평민당의 전당대회는 민주당 창당대회 후로 연기될 게 확실시 되고 있다.
평민당의 전당대회 결정으로 야권통합논의는 그 결과와 관계없이 어떤 형태로든 활성화될 게 틀림없다. 많은 야권내 인사들은 야권통합의 당위성을 십분 인정하면서도 통합논의가 지니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통합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아직도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통합논의는 다수국민의 바람이라는 여론과 명분을 등에 업고 활발한 논의단계까지는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민당은 전당대회까지를 연기한 마당에 통합에 보다 적극성을 보일 것이고 민주당 역시 「선창당」과 「선통합」중 「선창당」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통합쪽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평민당은 18일의 합동회의에서부터 서명의원들을 중심으로 통합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고 영입작업에 치중하고 있는 통합추진위를 통합을 위한 기구로 개편할 계획이다.
평민당과 민주당의원들은 평민당 최영근부총재와 민주당의 통합특위위원장인 박찬종의원 사이의 공식접촉 외에도 각종인연을 통해 형성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개인적 접촉을 해오고 있으며 이러한 각종차원의 통합논의는 좀더 구체성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이에는 통합논의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서로가 감정섞인 비방을 삼가하고 김대중총재의 거취문제를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내리는 정치공세는 지양해야 한다는등의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민당의 이번 결정으로 야권통합논의가 좀더 활성화될 것임은 틀림없지만 구체적 성과를 가져올 극적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평민당은 아직도 구야권 원로등의 영입작업을 통해 평민당이 범야세력단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집단지도체제채택등 문호개방에 적극성을 보이는 방식으로 야권통합논의에 기선을 잡으려 하고 있고 민주당의 다수는 김총재 거취문제와 통합논의를 연계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통합과 관련한 정확한 당론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이병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