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상임위이긴 하지만 국회가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의 「현안」들이 의원들의 입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보궐선거의 돈봉투에서 전세값ㆍ실명제 등 하나같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귀를 거슬리는 「현안」은 역시 「공작정치」「비사」등의 대목이다.6ㆍ29를 기점으로 한다면 가도 한참 갔어야 할 「민주화의 시대」에 이런 낱말들을 다시 들어야 하는 기분은 여간 씁쓸하지가 않다. 그것은 그말들이 모두가 악몽처럼 여기는 우리 정치의 과거에 활거하던 낱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위와 내용은 소상히 밝혀져야 하며 이 문제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우리 정치에 의혹만 쌓아가고 있는 국민에게 의구심을 더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무릇 정보정치와 공작정치의 시발은 「5ㆍ16」 군사혁명이후 중앙정보부가 창설되면서 비롯됐으며 이로 인해 자유는 말살되고 인권과 정치적 탄압은 계속돼왔다. 그래서 정보정치와 공작정치하면 국민들은 반사적으로 거부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6ㆍ29선언」으로 전기를 마련하여 국민이 직접 뽑은 민선대통령으로 당선,정통성의 시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정보정치와 공작정치를 불식하고 민주화와 자유화의 새정치를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정치분위기를 한동안 바꿔놓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집권여당의 최고위원과 그 소속의원들의 입을 통해서,지금에 와서 「도청을 당하고 있다느니」「정치자금줄에 손을 대고 있다느니」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아직도 정부일각에 지난날과 같은 정보정치가 건재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작년 국정감사때도 제기되지 않았던가. 이와 관련해서 이 문제를 발설한 김영삼씨도 당국의 소명이 불충분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비록 여당내의 일이긴 하지만 애국적 차원에서 왜 이같은 말을 발설하게 되었는가를 소상히 밝혀 다시는 우리 정치에 공작이니 음모니 하는 것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도리일 줄 안다. 당의 불화를 우려해 이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면 그의 발설에 충격을 받은 국민들에게도 그렇게 우리의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스런 일이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거대여당 출범후 당의 행보를 조심스럽게 지켜봐왔던 국민들은 지금 깊은 회의와 실망에 쌓여있는 상황이다. 근소한 차이긴 하나 거여출범에 지지를 보였던 초기의 여론 조사들과는 달리 불과 3개월이 지난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 비친 「여론」들은 거여가 잘못하고 있다는 점을 「압도적으로」 지지할만큼 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런 변화는 굳이 조사로 측정할만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간 수많은 사람들이 지적해온 것이 개혁의지의 후퇴니 구태,일관성 결여니 하는 것이었고 여기에 전당대회도 갖기 전에 보인 추악한 내분상은 능히 이런 변화를 예측케 할 만한 것들이었다.
우리의 정치풍토가 좀더 밝아지기 위해서도 가려져있는 것,숨겨져있는 것은 소상하게 국민에게 설명되며 나아가는 정치여야할 것이다. 「공작정치」를 한다고 해도 지금이 그전처럼 잘될 수 있는 시절도 아니고 그리고 국민들에 의해 방관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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