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신뢰”필요 특사등 역할유지 가능/방소단장 여부는 아직 불투명박철언정무1장관의 장관직사퇴는 국내정치 뿐아니라 북방외교 및 남북관계 업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장관이 북방및 남북관계에서 담당했던 역할의 비중이 국내정치에서의 그것보다 결코 가볍지 않았다는 점때문에 향후 대외관계에 있어서 박장관의 위상변화 여부는 지대한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다.
박장관의 사퇴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오는 5월 파견키로 예정된 대소수교 교섭단에 박장관이 포함되느냐의 문제이다. 지난달 민자당 대표단의 방소이후 정부내에서는 5월 수교교섭단의 단장은 박장관이 맡기로 내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자당내분이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현상황에선 박장관의 대표단 포함은 불투명한 상태이다.
정부관계자들은 박장관이 대소수교 교섭단의 단장을 예정대로 맡을 수 있을지 여부는 장관직사퇴에 따른 형식적인 문제보다는 민자당내부의 입장조정과 노태우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아무직책을 맡지 않더라도 대통령특사로 임명되기만 하면 수교교섭단의 일원으로 파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박장관이 청와대 정책보좌관시절 헝가리와의 수교교섭등에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파견됐던 경우도 이와 비슷한 사례이다.
따라서 박장관의 수교교섭단 포함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민자당내분에서 비롯된 박장관의 사퇴가 단순히 장관직에 그치지 않고 여타의 공식적 활동에도 제약을 받을 것인지의 여부이다. 특히 밀사외교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박장관이 바로 이와같은 두드러진 활동때문에 정부여당내에서 견제의 눈길을 받아왔던 점을 고려하면 그의 북방외교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박장관의 수교교섭단 포함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정부내에는 대소교섭에 있어 박장관의 필요성에 대해 엇갈리는 시각이 있다.
외무부를 비롯한 정부의 고위층에서는 현단계의 대소교섭에서 박장관의 역할이 어느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와 관련,『현재 한소간에는 경제협력 문제를 비롯,수교전에 논의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있다』면서 『이를 원만히 협상해나가기 위해선 단순한 실무차원의 대표단외에 정치적인 권한을 갖는 정부 대표의 포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대소수교 교섭을 앞두고 정부부처간의 협의뿐 아니라 민간기업으로부터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 있어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이 부여된 「조정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조정자」역할뿐 아니라 실질적 교섭에 있어 소련측에 신뢰를 줄수 있을 만한 실력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박장관 필요론이 대두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박장관이 장관직을 사퇴하더라도 소련의 박장관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에 반해 소장파 외교관들을 비롯,정부내 일부 인사들은 애초부터 박장관이 수교교섭단에 포함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무부 중심의 「정통외교」론에 근거한 박장관주도 불가주장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한소관계를 정치적 해결에 의존해야 할 단계가 아니라고 보는 현실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미 지난해 한소간에 영사처 교환개설이 이루어지고 동서 신데탕트등 전반적인 세계구조 개편이 진행중인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정통외교로도 1∼2년내 수교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대소교섭등 북방외교와는 별개로 남북관계에서 박장관의 위상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교 교섭과는 달리 남북관계에서의 박장관의 역할이란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대부분인데다 정부는 물론 여야 모두 남북관계에서 비밀접촉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간의 비밀접촉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신뢰관계에 있는 양측 고위인사사이의 채널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의 접촉창구는 웬만한 변수가 아니고서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 박장관은 북한의 상대역인 한시해와 개인적으로 상당한 신뢰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초 싱가포르서 비밀접촉을 가졌던 두 사람은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깊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박장관을 통한 남북간의 비밀접촉창구는 그특수성 때문에 여권내 지위의 변화에도 불구,변화를 겪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공안정국과 관련한 박장관의 북한방문설 파동후에도 남북간 비밀접촉 창구가 바뀌었다는 아무런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결국 박장관이 장관직 사퇴에도 불구,대소수교교섭단등 대외활동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는 가장 직접적으로 이번 민자당 내분이 어느선에서 수습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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