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정치의 건강도는 그 나라 국회의 모습으로 설명된다. 국회가 국민의 아낌속에 활기있게 움직이는가를 보면 그 정치를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국회의 수준과 모습은 어느 정도인가. 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부동산투기가 극에 달하고 전ㆍ월세값 인상으로 자살사건이 연발하고 보궐선거를 둘러싼 부정시비로 소연하고 「공작정치」가 또다시 제기돼도 국회는 매우 한가했다. 「어차피 국회를 열어야 해결될 일들도 아닌 것을…」하는 자조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뒤늦게마나 16ㆍ17양일간 국회는 법사ㆍ내무ㆍ경과ㆍ재무ㆍ건설 등 5개상임위를 열고 주요당면문제를 심의한다. 얼마만큼 깊이 따지고 규명하여 대책을 받아낼 지 궁금은 하지만 모두가 지금 우리 현안들과 깊이 관련된 것이니 비록 상임위라하더라도 진지하게 임해주기를 기대한다.
오늘의 나라의 형편을 보면 마땅히 임시국회를 여는 것이 상식이다. 장관 1∼2명이 바뀌어도 신임자의 정책집행방양을 듣기 위해 상임위를 여는 외국국회의 관례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경우 현재 각부분별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렇고,특히나 부총리이하 15부처장관이 교체된만큼 오히려 정부ㆍ여당이 자발적으로 국회를 소집하여 시정방향을 밝히는 것이 당연한 도리였다고 하겠다.
이번 상임위의 경우 법사ㆍ내무위에는 두곳 보궐선거의 부정시비,특히 정호용후보사퇴의 강제성여부,돈봉투사건,폭행사건 김영삼최고위원이 제기한 공작정치의 정체등이,경과ㆍ재무ㆍ건설 등 경제상위에서는 실명제연기와 물가앙등,증권시장부양,전ㆍ월세값앙등,부동산 투기대책 등 굵직굵직한 이슈만도 많이 걸려있다.
특히 평민당과 민주당(가칭)등 야당은 다시 제기된 3당통합의 부당성과 KBS 공권력투입등도 아울러 추궁,정부ㆍ여당에 대해 일련의 정치공세를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가 여기에서 지적하려는 것은 먼저 이처럼 온국민이 절박하게 관심을 쏟는 현안들을 불과 이틀동안에 여야가 얼마나 진지하고 깊이있게 추궁,규명할 것이며 또 정부가 얼마만큼 성의있고 솔직하게 답변을 할 수 있는가하는 의구심들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국회와 정치운영에 1차적책임을 갖고 있는 거대민자당이 얼마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국회대책을 갖고 활동을 벌일 것인가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후자의 경우 민생등 그토록 들끓는 국민의 바람을 외면한 채 민정ㆍ민주계가 벌였던 싸움을 국민들은 매우 불안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바로 한달전 3당통합후 처음으로 열린 임시국회가 어떻게 진행됐었는지도 기억하고 있다. 민자당은 신사고에 의한 새 정치를 보이겠다면서 국가보안법과 지방의회 의원선거법등 정치법안등의 처리를 다짐했으나 결과는 국방위서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의 날치기 통과를 비롯,단상점거와 농성등으로 맞서는 야당과 뒤엉켜 구태와 무위의 정치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았는가.
따라서 단이틀간의 상임위 활동이지만 우리는 정부와 여야당에 대해 또다시 간절한 당부를 하고자 한다. 먼저 여야는 땅에 떨어진 국민의 정치불신을 어느정도 회복시키기 위해 좀더 진지한 운영을 해달라는 것이다.
두곳 보궐선거의 부정시비도 신랄하게 가려져야 하고 온국민의 관심사인 물가앙등,수출부진,증시폭락,부동산투기과열 등 전체가 뒤흔들리고 있는 경제도 적절히 따져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문제는 정부가 아무리 경기부양책과 투기방지대책을 발표해도 국민들이 효과에 대해 별로 신뢰와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노정권의 국정운영의 자세,여기서 비롯된 신뢰성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정부ㆍ여당은 특히 유의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부총리이하 경제각료들은 짧은 시간이나마 국회를 통해 국민에게 오늘의 우리 경제의 정확한 실상과 문제점 그리고 치유책을 진지하게 밝혀 국민을 설득시켜야 한다.
국회는 자주 열수록 좋다. 특히나 우리같이 민주화를 지향하면서 온갖 문제점과 요구가 폭발,분출하는 형편에서는 상임위임시국회로 연중국회를 열어 국민의 의견을 듣고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상임위는 그 본보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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