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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ㆍ박 일전」… 정치적 손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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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ㆍ박 일전」… 정치적 손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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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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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최고위원의 청와대 당직자회의 불참으로 점화되고 박철언장관의 문제발언으로 증폭확산된 민자당내분은 박장관의 사퇴로 표면상 일단락되게 됐다.이번 민자당 내분은 성격상 3당통합후 협력관계로 알려졌던 「김최고위원­박장관」관계가 예상보다 빨리 알력이 표출되었으며 그 근저에는 김최고위원이 당권과 차기대권을 겨냥한 전략의 일환이었다고 분석된다.

「김­박」싸움의 결과는 일단 김최고위원의 판정승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김최고위원의 당권고지 확보가 쉬워졌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3계파가 모인 민자당의 내부구조가 박장관의 퇴진으로 김최고위원이 바라는 대로 움직일 것 같지는 않으며 또한 이번 내분진행과정에서 보여준 김최고위원의 행동도 여권지도자로서의 이미지 훼손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또 박장관도 일단 제동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김최고위원과 박장관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점검해 본다.

◎개혁내세워 대중기반 동원 「파워」과시/행태불안감ㆍ체질한계 노출…장기부담/김영삼최고위원

김영삼최고위원과 민자당의 민주계 의원들은 박철언정무1장관의 사퇴가 이번 당내 파문에서 자신들의 승리로 간주되는 외부의 일부 평가에 굳이 부정적이지 않다. 우선 그들은 3당합당이후 갈수록 모호해져가던 그들의 위치를 당내개혁 세력으로서의 존재로 부각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같다.

그간의 각종 정책입안과 결정과정에서,혹은 주요 보고라인에서 소외돼왔다는 피해의식을 해소할 수 있는 충분한 계기를 스스로 마련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김최고위원의 이번 승리가 주는 가장 확실한 인상은 여권내에서 발휘한 그의 「파워」라고 할 수 있다. 「무소불위」의 영향력 발휘를 통해 정ㆍ관계에 실적적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인식되던 박장관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걸어 꺾은 결과는 국민일반에게 가장 알기 쉽게 자신의 「정치역량」을 과시한 장면이었다고 보는 것 같다.

또한 김최고위원은 이번 승부를 당내 수구대 개혁의 싸움으로 대외홍보해 왔다는 점에서 그 결과는 도덕성에 대한 채점으로 남겨둘 수도 있게 됐다. 김최고위원이 벌인 대박장관 공세가 「공작ㆍ정보정치」타파를 기본축으로 하고 있었다는 점은 이와 관련해 유의할 대목이다. 자신에 대한 정치사찰이 행해진다는 주장은 과거 역대 정권의 폭력성ㆍ비도덕성에 대한 국민감정을 쉽사리 자극,이번 싸움의 명분을 확보해 두기에 좋은 재료였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민자당 내에서 불확실한 민주계의 위기의식과 직ㆍ간접으로,또는 인과관계로 맞물려 있는 배경을 갖고 있기도 한 것이었다.

김최고위원은 이같은 위기의식과 피해의식을 돌파하기 위해 그의 대중적 지지기반을 동원하려 했으며 이를 충분히 과시하고 상대에게 재인식 시킨 효과도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그는 스스로 국정의 공동운영을 책임진 집권당 대표로서 정치행태의 불안감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번 파동에서 김최고위원은 특유의 강기를 유감없이 발휘했지만,이는 역으로 여당지도자로서 기대되는 체질변화에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그의 행동 패턴은 야당시절 투사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여권핵심부를 포함한 광범위한 여성기반의 실망감은 그의 장기적 정치입지에 불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관측이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신여권의 화학적 융합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현상은 김최고위원이 자초한 정치적 부담일 수밖에 없다. 즉,그는 새로운 「투쟁대상」을 스스로 만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최고위원이 박장관 「제거」에 성공함으로써 당권장악의 가능성에 크게 접근한 것은 객관적 평가이다.

박장관이 차지했던 여권내 정치적 위상의 표면적 공백은 일단 승자인 김최고위원의 전리품으로 획득될 공산이 커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동시에 민주계 의원들에 대한 김최고위원의 리더십이 확고해질 것은 자명하다. 합당이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던 의원들이 민주계내에 없지 않았던 실정에 비추어 이는 김최고위원이 노렸던 중요한 부수 효과임에 틀림없다. 김최고위원의 「대박드라이브」가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가칭)에 패배한데서부터 공개적 형태를 띠었던 점은 이같은 맥락에서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이는 뒤집어 민정 및 공화계로부터의 견제를 불러들일 부담도 함께 안고 있음은 물론이다. 계파간의 이같은 역학관계는 김최고위원의 야당적 행동방식을 보는 민정 공화계 중진들의 시선과도 관련을 가질 것이다.

계파간 관계에서의 부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에 대한 김최고위원의 위상은 보다 강화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최고위원등 민주계가 당정관계에서의 당우위를 강조하는 듯한 자세도 김최고위원이 당권을 맡게 될 경우,대통령과의 관계를 상정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당내에서 갖는 대통령으로서의 영향력이 그 내용과는 별개로 형식적 변화를 맺으리라는 예상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김최고위원은 차기대권의 가능성에 보다 가까워졌다고 할수있다. 그러나 이번의 단기적 승리를 거두는 과정은 범여권의 「동지개념」을 손상시키는 한편 그의 정치적 목표를 너무 빨리 노출시킴으로써,잠재적 정적그룹에 전략적 대처를 「용이」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그의 대권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것이다.【조재용기자】

◎「YS와 쟁투」로 격상…장래에 「여지」남겨/공개영향력 상실ㆍ당내 「넓은견제」상처/박철언정무장관

민자당내분의 직접 당사자인 박철언정무1장관에게 있어 「장관사퇴」라는 문제수습의 최종카드는 단기적으로는 스스로의 정치적 위상에 적지 않은 손실을 가져오게 한 것이 사실이다.

우선 그로서는 6공출범후 확보해왔던 여권내에서의 지분과 영향력의 감소를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적어도 민자당내에서의 발언권이 줄어들게 됨과 동시에 모든 정치상황의 중심무대에 실려 있던 자신의 체중을 부득이 줄일 수밖에 없게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파문으로 인해 그에게 가해진 타격의 정도는 이보다 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그가 정치 전면에 나선이래 당내 민정계 비주류들로 부터 받아온 견제심리가 그것보다 훨씬 넓게 퍼져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이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또 그가 김최고위원을 공격하면서 뱉은 「문제발언」이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투영되었느냐 하는 개운찮은 뒷맛을 남겨 두었다는 점이다.

더욱이 한국정치 풍토에서 필수적으로 여겨져왔던 덕목중 하나인 「서열」을 스스로 훼손,상당한 출혈을 수반하는 결과를 빚은 것도 그로서는 감내해야 할 부작용인 것이다.

하지만 박장관은 한편으로 한국 정계의 「터줏대감」인 김영삼최고위원과 정면으로 부딪친 결과,그에게 상당한 정치적 「상흔」을 안겨준 장본인이 되면서 자신을 김최고위원과 비슷한 격으로 올렸다는 득을 거두었다고 보여진다.

박장관의 퇴진을 「재기불가능」보다 오히려 일시적인 후퇴쪽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이때문이다.

박장관이 당장의 정치적 손실을 예감하면서까지 「문제발언」을 불사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보궐선거이후 노태우대통령에게 쏠렸던 대내외의 공세를 단신으로 방어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면 더더욱 그의 득실은 어느쪽에 있든지 계산하기가 어렵지 않다.

노대통령과 박장관간의 함수관계,더 나아가 대통령중심제하에서 권력역학구조를 고려한다면 오히려 그의 퇴진은 잠시 「안전지대」로 이동한 것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이를 뒷받침한다. 노대통령의 입장에서 볼때 박장관은 당내 민정계의 누구도 선뜻나서 해내지 못했던 일을 혼자서 맡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만큼 노대통령은 박장관에 대한 빚을 어떤 형태로든 갚아야 한다는 부담을 지고 있을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박장관은 노대통령의 여전한 분신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

당내 민주계 일부에서 박장관의 의원직까지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박장관의 이같은 「여지」에 대한 나름의 우려때문이라는 분석도 강하다.

즉 민주계가 장관직은 물론,의원직싸퇴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도 박장관이 갖는 이같은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간접적 표명이라는 얘기다.

이른바 「월계수회」로 불리는 박장관의 측근세력들은 박장관이 김최고위원을 정면으로 반격한 것도 그 상황에선 최소한 불가피했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방소비화」로 일컬어지는 대목과 보궐선거직후 김최고위원이 취했던 일련의 태도는 노대통령의 레임덕을 의도적으로 부추기는 충분한 동인으로 간주,이를 결코 방치할 수 없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박장관은 김최고위원진영이 합당후 얼마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3당통합의 기본구도를 흔들려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초래,여권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기본인식을 망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박장관은 정치체계 속에서의 공개적인 영향력은 상당수 상실했지만 여전히 노대통령의 막후 브레인으로 그 실질적 영향력은 계속 보유할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박장관은 상당기간 근심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북방정책등과 관련한 특별한 역할등이 그에게 부과될 경우 그의 전면 롤백은 의외로 멀지않은 장래에 이루어질 공산도 적지 않다.

김최고위원과 「대쟁투」를 경험했다는 것도 그가 어차피 겪어야 할 정치적 시련으로 간주될 수 있고 따라서 그의 정치적 성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 되어진다.

다만 형식이 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실세」로서의 그의 기능은 당장 수면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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