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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에 「역사바로잡기」한창/체제는 물론 과거청산에도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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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에 「역사바로잡기」한창/체제는 물론 과거청산에도 박차

입력
1990.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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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카틴만행시인… 동독도 유태인학살 사죄/“주변국과의 관계 재정립ㆍ결속다지기” 평가억압적 공산체제를 청산하고 민주국가로의 재출발을 서두르고 있는 동구국가들이 과거의 잘못된 역사에 대한 청산작업에 발벗고 나섰다.

소련정부는 13일 1940년 소련비밀경찰이 1만5천명의 폴란드 전쟁포로를 집단학살한 「카틴숲 학살사건」에 대한 책임을 처음으로 공식 시인하고 폴란드측에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이에앞서 자유총선으로 새로 구성된 동독의회도 2차대전중 나치가 저지른 유태인 대학살과 소련ㆍ폴란드인 학대에 대해 공식 사죄했다. 동독의회는 또 68년 「프라하의 봄」당시 동독군이 바르샤바기구 진압군으로 참가했던 사실도 체코정부에 사과했으며 폴란드와의 현국경선을 준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일들은 동구국가들이 오욕스런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을 통해 이웃나라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결속을 다지기 위한 진지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특히 소련정부가 그동안 나치소행이라고 주장해온 카틴학살사건을 50년만에 시인한 것은 이런면에서 매우 의미깊은 일이라고 할수 있다.

카틴학살사건은 1939년 독소밀약에 의해 나치독일과 소련이 차례로 폴란드를 침공,분할점령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비극적 사건이다. 소련군은 당시 13만명의 폴란드군을 포로로 잡아 이중 1만5천명의 장교를 본국으로 압송해 갔으나 이후 이들의 행적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42년 소련을 침공한 나치 독일이 백러시아공화국 스몰렌스크 부근의 카틴숲에서 등에 총을 맞은채 집단매장된 4천2백명의 사체를 찾아 냄으로써 끔찍한 학살사건의 일단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소련정부가 한달전에 발견한 공식문서에 의하면 1만5천명중 3백94명을 제외한 전원이 40년5월 스탈린치하에서 악명 날린 비밀경찰 NKVD(KGB전신)에 인계돼 스몰렌스크를 비롯한 3개 수용소에 수용됐음이 확인됐다.

소련정부는 이 문서가 비밀경찰이 카틴학살사건을 저질렀음을 결정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고 시인했다.

2차대전후 최근까지도 소련은 나치독일이 카틴학살을 자행했다고 덮어 씌워왔으며 폴란드 공산정부도 공식적으로는 이 주장에 동조해왔다. 그러나 80년 자유노조의 반체제활동이 본격화되면서 폴란드인들은 소련이 카틴학살의 주범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매년4월3일을 카틴학살 추모일로 정해 위령행사를 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 자유노조정권이 들어서면서 폴란드정부는 공식적으로 카틴학살의 책임을 소련에 물어왔다.

소련의 태도에도 변화가 나타나 87년 고르바초프서기장이 카틴학살을 포함한 양국간의 역사적 오점들을 조사하기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토록조치,오늘의 결과는 이미 예견됐었다.

소련측이 야루젤스키 폴란드대통령의 소련 공식방문을 기해 카틴학살을 시인한것은 자유노조내각등장이후 그 지위가 날로 위태로워지고 있는 야루젤스키대통령의 입장을 강화해주기 위한 배려로도 해석된다. 최근 자유노조 지도자 바웬사는 개혁을 가속화하기위해 자신이 대통령직을 맡을 용의가 있다고 밝힌바 있다. 동구개혁 이후에도 권좌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공산당지도자인 야루젤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95년까지지만 자유노조측은 조만간 그를 퇴진시키기 위해 압력을 넣고 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한다해도 소련의 이번 조치는 소련에 대한 폴란드인들의 뿌리깊은 적대감과 피해의식을 해소하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할게 분명하다.

동구의 역사 재조명작업은 대결과 반목으로 얼룩졌던 유럽의 전후체제 청산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인다. 【배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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