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저녁 아버지를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칼로 찔러 숨지게 한 3남매는 14일낮 경찰에서 어머니가 해온 밥을 천연덕스럽게 먹고 있었다. 조사실 한구석에서 허기진듯 밥을 먹는 3남매는 알고도 싶지않을 만큼 끔찍한 사건의 장본인들같지 않게 무표정했다.오히려 그 아이들은 『말로 잘 할 수는 없지만 기분이 후련하다』,『아빠없는 애들이 부러웠었다』는 말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건평 34평짜리 집의 방6개중 3개를 월36만원에 세주어 살아온 강규선씨(41) 가족의 비극은 강씨의 열등감과 심한 주벽에서 비롯됐다. 10여년간 버스·택시운전을 하다 4년전에 그만둔 강씨는 평소이웃에게는 인사성밝고 마음좋은 사람이었으나 술만마시면 가족을 때리고 살림살이를 부수는 행패를 부렸던 것이다.
결혼한뒤 막일도 마다않고 가정을 이끌어온 부인에게 가장의 역할을 빼앗긴 강씨는 심한 자책감과 열등감에 시달려왔고 아이들까지 엄마편을 들어 아버지를 술주정뱅이 취급한 것이 강씨를 못된 아버지로 만들었다고 강씨쪽 친척들은 주장하고 있다.
강씨는 이날아침에도 부인이 체하자 바늘로 손가락을 따주며 『당신이라도 아프지 말아야 할텐데…』하며 위로했다. 또 이날저녁 술에 만취된채 귀가했을 때는 여느 가장처럼 통닭 2마리를 사들고 왔었다.
그러나 가족들이 본척도 하지않고 피하자 화가 난 강씨는 욕설을 퍼붓고 침대에 앉은 부인에게 『왜 건방지게 나보다 높은데 앉아있느냐』며 야구방망이로 내리쳤다. 그 다음의 사태는 재연하지 말기로 하자.
전교에서 3∼4등을 할만큼 공부를 잘했던 큰딸,6세때부터 신통력을 보여 『신이 내렸다』는 소문이 퍼져 주간지에까지 보도됐던 장남. 어린아이들답지않게 영악하고 똑똑했다는 3남매의 잔인하고 끔찍한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오죽했으면 그랬을까』하고 동정만하기에는 강씨의 처지가 너무가엾고 『그렇더라도 아버지인데…』하고 매도하기에는 상처받으며 살아온 동심이 안쓰럽다.【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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