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소관계 정상화낙관 「남북대화에 장애」불원”/북한,자체 개혁… 극적 변화는 기대못해/소,독자노선 존중ㆍ영향력 행사 안할것/경협위해 대한 접근…냉전식세력 확대 아니다미하일ㆍ티타렌코 소과학원 극동연구소장은 14일 『한ㆍ소 관계정상화를 낙관하지만,모든 정치적 장벽이 한꺼번에 제거되기는 어려울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양대 중ㆍ소연구소(소장 유세희교수)와 극동연구소가 공동주최하는 학술회의 참석차 내한한 티타렌코소장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회견에서 『한국과의 국교수립이 남북대화에 장애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소련의 기본입장』이라고 전제,이같이 밝혔다.
티타렌코소장은 또 북한의 권력변화와 개혁가능성에 대해 『제한적인 민주화개혁과 수구파 관료의 퇴진이 예상되지만 극적변화는 기대할수 없다』고 부정적 견해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자신들의 독자적 정책에 만족하고 있으며,소련도 북한을 포함한 모든 사회주의 국가들이 독자적 모델에 따라 페레스트로이카를 추진하기를 바랄뿐』이라고 소련의 적극적인 대북한 영향력행사 가능성을 부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다.
―한ㆍ소간 국교수립이 임박했다고 보는가.
▲양국간 수교는 국제정치적으로 복잡미묘한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관계정상화를 낙관하며,이미 양국관계가 비정치적 접촉단계를 뛰어넘어 당초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양국간 국교수립이 한달안에 이뤄질지,내년으로 미뤄질지는 알수 없다.
―현재 양국관계수립에 최대장애는 무엇인가.
▲한국과의 관계개선이 남북대화와 한반도 정세안정에 장애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소련의 기본입장이다. 동시에 한ㆍ소관계정상화가 미ㆍ일등 한국의 기존우방들에 나쁜인상을 주는것도 피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
―한국내에서는 소련과의 경제투자확대에 따르는 현실적 위험외에도 전통적인 우방과의 관계훼손등을 초래할 것 이란점을 우려하는 견해가 많다.
▲우리는 한국기업의 신중한 태도를 이해한다. 이점은 현재 소련당국이 투자안정장치등 각종 제도를 정비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을것이다. 한ㆍ소관계확대가 미ㆍ일등 전통적 우방과의 관계악화를 야기할것을 원치않는 한국의 입장도 이해한다.
중요한것은 소련이 한국을 비롯한 이지역국가들과 관계확대를 바라는 것은 소련의 경제개혁과 이지역의 긴장완화를 원하기 때문일뿐 냉전적 질서하에서의 영향력 확대등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소련이 한국으로부터 핵무기 및 미군의 철수를 원하고 있는 것도 이지역의 안정과 평화보장을 위해서이지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숨겨진 의도는 전혀없다는 것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북한 김일성의 권력이양등 북한의 변혁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소문에 관해서는 논평하지 않겠다. 다만 분명한것은 극적변화는 없을 것이란 점이다. 22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제한적인 민주화조치와 개혁인물의 승진이 기대된다. 그리고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수구적 관료들이 일부 퇴진할 가능성이 높다.
―소련이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하거나 북한에 대해 개방ㆍ개혁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은.
▲남북정상회담은 워낙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여서 지금까지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은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남북한지도자들은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민족의 이익과 통일에 우선권을 두고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냉전의 제물이 되어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분단의 비극을 겪고 있다. 즉 한국은 강대국들의 낚시대회에서 잡힌 하나의 작은 물고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 그 누구도 한국의 통일을 방해하지 못한다.
―앞으로 예상되는 남북한 간의 군축협상에서 소련의 역할은.
▲소련은 이미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지역의 긴장완화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극동주둔군을 감축하고 있으며,미국에 대해서도 이지역 주둔 미군을 「합리적인 충분수준」으로 감축할 것을 제의해 놓고있다. 소련은 미국 및 중국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위한 보증인의 역할을 담당할수 있다. 【이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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