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들 박대행축 결속다져 민정계/박장관 당외곽포진 계속 영향력행사… 변수될듯/전과고무… 입지구축 본격화 민주계박철언정무1장관의 사표제출로 수습의 돌파구를 찾은 민자당 내분은 14일 두 최고위원의 상도동회동을 통해 일단 잠재워지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아직 당지도체제등 당운영에 대한 이견이나 잠복된 계파간의 앙금이 불씨로 남아 있어 17일의 청와대회담이 최종관문으로 남아 있긴하다.
국정운영에서 박장관의 완전한 배제를 요구하는 민주계의 목소리가 식지 않고 김영삼위원이 제기한 「공작정치」문제,당풍쇄신주장을 보는 계보간 시각차와 처방을 둘러싼 갈등은 쉽사리 해결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장관의 퇴진이 그의 과잉운신과 내분의 장기화에 대한 여론의 「식상」및 질책의 결과였듯 당의 조기정상화는 당지도부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사활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 만큼 청와대회담은 갈등의 내연을 숨긴채 모양상 매끄러운 결론을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분수습방안의 취약한 성격에서 비롯될 불안정한 당구조가 앞으로 과연 정리될 수 있으며 어떤 과정과 방법을 겪게 될 것이냐는 것.
두 김회동후 김종필최고위원이 『향후 김영삼위원이 당무를 선두에서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나 민정계가 박장관공백을 메우기 위한 모색을 시작한 것은 당운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계보간 이해다툼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박」의 힘겨룸에서 판정승을 거둔 김영삼위원의 위상이 외양상 높아지리란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민자당의 체질상 박장관공백이 낳은 진공상태는 각 계보의 영역쟁탈장이 되어 구심력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현실적으로 여권내 박장관의 위상은 「눈에 안보이는」원심력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위원 위상변화=당권장악」의 등식으로 연결되기엔 간단치 않고 그만큼 당운영의 향배는 복잡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당내분의 전개양상이 박장관 퇴진문제로 압축,단순화되긴 했지만 그 이면엔 김위원이 말했듯 『특정인의 전횡으로 민주화와 개혁이란 합당정신이 심각히 훼손됐다』고 하는 본질적 문제가 놓여 있었다.
이렇게 보면 박장관의 퇴진은 「갈등의 끝」이라기보다 새롭고도 더욱 치열한 「갈등의 시작」의 측면이 강한 것이다. 바꿔 말해 박장관공백을 차지하려는 계보간 이해와 개인적 야심이 얽혀들 수밖에 없고 당의 외곽에선 「여권」이란 실체가 당을 견제하는 원심력을 부단히 행사할 것이란 얘기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당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계보간 세력균형을 도모해야 하지만 이 움직임의 성격상 「확대균형」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역으로 당의 불안정성을 노정할 것이란 지적이다.
우선 「박태준대행박준병총장박장관」의 과두체제로 이끌어온 민정계는 3박체제의 핵이었던 박장관이 일단 「퇴장」함으로써 박대행중심의 소단일지도체제를 갖추게 될 것 같다. 민자당 출범을 전후해 비주류로 소외된 이종찬ㆍ김윤환ㆍ이춘구ㆍ이한동ㆍ심명보의원등과 당무위원급 중진들로 박대행을 뒷받침하는 두터운 중심대 구축작업이 그것. 따지고 보면 노대통령이 11일 밤 중진 6명과 청와대회동을 가진 것도 박장관퇴진을 전제한 사전포석일 수 있으며 박대행이 12일 아침 지방에서 전화로 이들에게 모종의 당부를 한 것이나 13일 박총장이 박장관 사퇴사실을 이들에게 사전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민정계는 이같이 그동안 박장관의 독주에 밀려 이반현상까지 보였던 당가용인력을 동원,「대항력」을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 이와 함께 박장관퇴진을 전술적 측면으로 이해,노대통령과의 관계상 박장관의 여권내 잠재력엔 큰 손상이 없다고 보고 있어 당내외 세력판도는 오히려 더욱 탄탄해지리라는 분석이다. 물론 이같은 희망엔 김영삼위원에게 전적인 당권이 부여되지 않으리란 전제가 뒷받침되고 있다.
반면 민주계측은 그동안 당운영에서 자신들의 입지한계를 느껴 민자당합류에 심각한 회의를 가져왔지만 내분수습과정에서 어떤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것 같다.
수적 열세에다 여권토양에의 적응곤란으로 곤혹감을 느껴왔던 이들은 「김박」힘싸움 향배에 주목하며 목소리를 높인 결과 일단의 전과를 거둠에 따라 차제에 김영삼위원이 당권을 장악,명실공히 합당의 명분을 구체화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 여권을 민주적ㆍ개혁적 체질로 만드는 싸움에서 김위원을 앞세운 결속을 확인했다는 것이고 김위원 특유의 「힘」을 발견함으로써 이에 의존,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본격 확대한다는 구도를 이미 마련해 놓고 있다.
이번 당내사태해결에서 김종필위원의 정치적 역량이 가장 돋보였다고 믿고 있는 공화계는 더불어 자신들의 위상도 크게 강화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잃을게 없는」공화계로선 이번 내분의 당사자가 아니었던 탓에 정치적 손실을 염려할 필요도 없어 느긋해 왔던 게 사실.
이같은 3계보간의 계산과 이해가 맞물려 있는 민자당의 앞날은 단선적 해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여기에 특히 「1노2김」이후를 겨냥하는 개인적 이해까지 가세되고 있는 게 사실이어서 내부권력투쟁의 양상은 이제 계보의 경계를 넘어설 조짐도 보이고 있다.
또한 내분수습 막바지단계에서 표출된 두 김간의 미묘한 관계는 「노대통령이후」문제와 연결돼 해석되고 있어 이들의 「경쟁과 협력」향배도 당운영에서 중요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치감정과 유리된 당내분으로 당의 신뢰문제가 이미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고 또한 『국정공동운영에서 계보간 「물과 기름」의 생리를 드러냈다』는 게 당내의 보편적 지적이어서 당이 겪을 상처와 후유증의 골은 깊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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