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따라 몇달새 수백억 벌거나 날려/경험ㆍ기법 미숙한 국내실정선 신중기해야원화환율을 포함한 국제외환시세의 급격한 변동에 따라 환거래로 한 두달 사이에 수백억원을 앉아서 챙기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수백억원을 고스란히 날려 회사자체가 흔들거리는 기업도 생기는 등 환투기 양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 최근의 원절하 추세에 따라 은행과 기업들의 달러보유 선호가 극심해 단기적인 원화자금의 부족으로 시중에 돈이 잔뜩 풀려있는 상황에서도 시중 금리가 크게 내려가지 않는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14일 금융계 및 재계에 따르면 국내유수의 D기업이 지난해말이후 최근까지의 환거래로 1백억원가량의 손실을 보았으며 K기업은 최근 손실액이 2백억원대를 넘겨 회사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말 엔화의 대미달러환율이 달러당 1백40엔이었을때 엔화환율이 2∼3개월 후에는 1백엔 가까이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거액의 선물환거래(실제 결제는 일정기간 후에 하기로 하고 거래환율은 미리 정해 놓는것)를 했으나 정작 환율은 정반대로 움직여 1백50엔대를 넘어섬에 따라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K기업은 지난해까지 1백억원의 손해를 보다가 올들어 엔화가 약세로 갈 것이라고 점쳤는데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아 지난해의 손실을 보전하고도 수십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도 환차익을 노리기는 마찬가지.
각 금융기관이 한국은행에 지급준비금을 예치해야 하는 마감날인 지난 7일 국내의 외국은행지점들은 콜시장에서 이자가 무려 연25%짜리인 콜자금을 빌려다 썼다.
연 25%는 이자제한법상의 상한선.
외국은행들이 상한선의 이자를 지급하면서도 돈을 끌어다 쓴 것은 25%짜리 비싼원화자금을 끌어다 쓰더라도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게 훨씬 실속있는 일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됐다. 연25%의 이자를 물더라도 원화환율이 하루에 50전만 오르면 수지가 맞는다는 계산이다.
당시 원화환율이 하루에 1∼2원씩 오를 것으로 예상됐으므로 충분히 수익이 짭짤한 장사였던 셈이다.
은행의 환투기 사례로는 지난해 광주은행이 환거래로 3백40억원의 손실을 입은 기록이 있다. 당시에도 엔화환율이 떨어지리라고 예상했는데 자꾸만 올라가는 바람에 커다란 손실을 냈던것.
환거래로 인한 손실은 워낙 환율변동의 기복이 심하고 거래량도 크기 때문에 졸지에 벼락부자가되거나 알거지가 되기 십상이다. 지난 70년대 서독의 헬스타트은행이 문을 닫고 80년대 미국의 프랭클린루스벨트은행이 무너진 것도 다 이 환거래 때문이었다.
국내은행과 기업들은 환거래의 이러한 양면성에도 불구하고(일선실무자들은 환거래를 공인된 국제도박판이라고 부른다) 이익챙기는 생각만을해 적극거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환거래규모를 정부에서 규제하고 있어 그나마 덜한 편이지만 기업들은 내부규제만 있기 때문에 규모가 매우 크다. 기업들의 환거래열기는 최근 들어 환율이 전보다 훨씬 기복있게 움직이는데다 시장평균환율제의 실시로 시장가격결정기능이 더욱 강화되면서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국내의 웬만한 기업들은 절반이상이 투기성 있는 환거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각 회사마다 외자과나 외환과에 10명 안팎의 전문가들로 진용을 갖추고 환거래를 하고 있으며 담당자들은 거의가 20대의 젊은이들로 구성돼 있다.
환거래가 워낙 환율의 변동을 민감하게 포착하면서 순식간에(심지어 거래결정여부를 3초이내에 결정해야된다고 함)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중년만 돼도 직접 맡아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또한 이들 담당자들은 대체로 자기 월급의 10배가량은 벌어들여야 하는게 정설로 돼있다.
그러다보니 손실이 발생하면 그 손실을 보전키 위해 2배로 거래하고다음엔 4배,8배식으로 거래량이 불어나 손실이 순식간에 엄청난 규모로 늘어나는 것이다.
외환전문가들은 국내기업이 대규모의 투기적 환거래에 나서고 있는데 대해 경험과 기법이 완비된 상태에서도 손실을 볼 가능성이 많은데 아직 모든 것이 미숙한 상태에서 마구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라고 우려하고 있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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