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유철희군(20·동신실업학교2)등 고교생 5명이 연탄가스로 숨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141 김주학씨(32·회사원)집 2평짜리 지하셋방의 한쪽구석에는 이들이 둘러앉아 함께 공부하던 작은 밥상과 책들이 가지런히 정돈돼있어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유군등은 모두 낮에는 자동차정비회사,꽃가게등에서 일한후 하오6시30분부터 하오10시30분까지 야간부에서 공부를 하며 밝은 미래를 꿈꿔온 같은 학교 2학년 5반의 단짝들이었다.
이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제때에 고교진학을 못하고 직장에 나가다 남들보다 2∼3년씩 늦게 다시 공부를 시작했었지만 월평균 20여만원의 수입으로 학비와 방세를 내면서 부모님들에게도 도움을 드리며 결석 한번 없이 살아왔다.
유군의 꿈은 항공대에 진학해 비행기조종사가 되는 것이었다. 중학교 졸업후 3년간 자동차정비공장에 다니며 가족들의 생계를 떠맡아야했던 유군은 지난해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낮근무가 너무 고되고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있는 집이 학교에서 너무 멀자 저금한 돈을 모두 털어 지난 2월 학교주변인 지금의 사글세방을 구해 함께 숨진 장윤군(18)과 살아왔다. 유군이 이사해온뒤 그방은 자연스레 주경야독하는 친구들의 도서실이 됐다.
이런 열성덕분에 유군등은 모두 지난해 반에서 10등안에 드는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체가 분산안치된 서울 강남성심병원과 흑석성모병원 영안실에 모인 부모와 교사 친구들은 어이없는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포장마차일을 나갔다가 12일 아침에야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군의 어머니 강정자씨(44)는 『엄마 비행기태워주겠다더니 이게 웬일이냐』며 고생만하다 간 아들의 이름을 부르다 끝내 실신했다.
이들의 담임인 김태규교사(34·체육)는 『성적도 좋았지만 매사에 성실했고 성격도 구김살없이 명랑했었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수 있느냐』고 목이 메었다.
10대의 비행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있는 지금 역경을 이겨가며 보다나은 내일을 성실하게 준비하던 소년들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있다.【류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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