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김 면담 타협보다 조율정도/「접근」없인 청와대 회동 무의미/「김ㆍ박대결」서 「노ㆍ김문제」로 확대경향김영삼ㆍ김종필 민자당 최고위원이 12일 낮 전격회동,당내분 수습문제를 논의한 것은 이제 「처방전」이 「두 김회동」→「노ㆍ2김3자회동」의 외길수순에 맡겨져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노태우대통령이 11일 밤 직접 수습책 마련에 나설 뜻을 비치며 민정계 중진들에게 중재역을 지시한 데 이어 두 김회동이 마련된 것은 문제해결의 키가 최고위원들간의 「정치적 타협」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초 김영삼최고위원과 박철언장관간에 상호 정치적 행태에 대한 불만으로 비롯된 갈등은 「당권」과 「공작정치」공방으로 비화되고 급기야 박장관의 김최고위원을 겨냥한 극언까지 가세됨으로써 단순히 봉합적 처방으로 덮어둘 수 없게 되어온 게 사실.
여기에 김최고위원이 박장관의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쳐 놓겠다고 천명하고 나섬으로써 당내분의 양상은 박장관 거취문제로 압축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4시간40분에 걸친 두 김의 마라톤회동에도 불구,박장관 거취문제에 대한 이견을 거의 좁히지 못해 내분의 양상은 혼미와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당분간 청와대 회담의 성사전망도 불투명하게 됐으며 민주계서 박장관의 모든 공직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갈등의 골은 더욱 깊이 패어가는 형국이다.
두 김최고위원은 박장관문제를 포함,이견조정을 계속하고 필요할 경우 청와대 회동에 앞서 박태준최고위원대행과의 3자회동등을 통해 수습수순을 찾는다고 하나 김영삼최고위원이 이날 회동후 『당분간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고 칩거를 선언함으로써 문제가 더욱 꼬여들고 있다.
그러나 박장관발언의 「배경」에 대한 다양한 해석에서 보듯 박장관의 여권내 위상이 노대통령의 후광에 의한 것이고 따라서 김박간의 힘겨룸 향배는 노대통령의 의지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형편.
다시말해 김최고위원측이 갈등의 국면을 김박관계로 국한시키려고 함에도 불구,기본적으로 「노김」의 문제로 확대되는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날 두 김회동의 의미도 제한된 측면에서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우선 현재처럼 노김간에 직접적 의견교환이 없는 상태에서 청와대 회담을 가져봐야 오히려 감정의 골만 깊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민정계와 민주계의 의견대립이 말해주듯 박장관문제를 보는 시각차가 「노김」간에도 뚜렷한 흔적으로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는 만큼 청와대 회동전에 일정 수준의 「사전조율」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필최고위원이 11일 『내가 나서겠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판단에 따라 「중재역」을 자임한 것으로서 무엇보다도 김영삼최고위원의 전략과 계산을 확인해 둘 필요를 느꼈던 것 같다.
이날 두 김회동에서 김영삼최고위원의 박장관 퇴진의지가 강도높게 표출됐지만 김종필최고위원은 일단 박장관문제로 당을 장기공전시키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금껏 박장관이 행사해온 정치적 반경이 지나쳤다는 점엔 인식을 같이하고 청와대 회담이 당내분수습의 전기가 되지 못할 경우 당이 사실상 와해위기에 빠질 수 있는만큼 상호납득할 수 있는 영역의 폭을 넓혀놓고 회담을 가져야 한다는 견해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평민당등 야권이 이날부터 박장관이 말한 창당 및 방소비사를 국민앞에 공개하라는 정치적 공세를 가속시키고 있는 점도 심각히 고려됐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그러나 김영삼최고위원은 당내분의 장기화가 큰 부담인 것은 사실이지만 차제에 당의 기강을 바로잡고 당풍을 쇄신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잠복시키면서 자신의 당내위상에도 지장을 주게 되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박장관의 퇴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최고위원은 또 민정계가 자신을 당권병에 걸린 것처럼 매도하고 정치생명이 하루아침에 끝난다 운운하며 공작적 행태를 자행하는 것을 바로잡는데 김종필최고위원의 협조를 당부했을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이날 두 김회동은 당초부터 구체적 수습안의 마련보다 당의 공동화 현상을 초래한 내분의 근인ㆍ원인 및 대책과 관련,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에 치중했다고 봐야 할 것같다.
다만 박장관의 극언이 결과적으로 김영삼최고위원에게 정치적 상처를 안겼음에 따른 노대통령의 성의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지만 박장관의 진퇴문제에 만은 적지 않은 이견을 표출함으로써 박장관문제가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런만큼 이제 내분수습의 열쇠는 이날 두 김회동에서 논의된 얘기에 대해 노대통령이 얼마만큼 조율을 같이할 수 있는냐는 데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두 김최고위원 조차 의견접근을 보지 못함에 따라 청와대측의 성의있는 회답이 나오기는 힘들게 되어있다.
특히 현재까지 청와대측의 반응은 박장관 인책론에 부정적인 것도 사실이어서 내분의 조기수습을 점치기는 여전히 여렵다. 「김박」의 관계악화가 박장관 퇴진문제로 좁혀져 버린 형국도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지만 당초의 감정적 대립이 「벼랑끝의 힘싸움」으로 전개된 양상도 쉽지 않은 대목.
내분의 심각성으로 볼때 대증요법으로 치유할 수 없는 상태로 치달아온 게 사실이나 11일 밤 민정계 중진들이 「양비론」으로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데서 보듯 박장관 퇴진을 당내 힘의 균형을 깨는 처방으로 보고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음도 현실이다.
더구나 내분자체가 향후 당권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어서 수습의 전도는 여전히 험난하다고 봐야 할 것같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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