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회담 성과없자 불안증폭/소,군축양보자세서 경화급변/양국군부서 군축에 반발…정상회담이 기로될듯【워싱턴=이재승특파원】 리투아니아문제가 미소관계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에 몰입했던 미국매스컴들은 미소외무장관회담이 군축ㆍ통독등 실질문제에 아무런 합의없이 속빈회담으로 끝나자 미소 관계의 현주소에 불안을 나타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외교통인 돈ㆍ오버도퍼기자는 『미소간의 극적인 협력증대무드가 퇴조하고 표류,교착,분열의 위험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고 워싱턴 외무회담의 결과를 요약했다.
뉴욕타임스지의 마이클ㆍ고든기자도 『새로운 왜곡,크렘린의 불만과 미국의 도전』이라고 군축회담의 불투명한 장래를 부각시켰다. ABC등 4대 전국 TV방송들도 군축문제의 교착상태를 클로스업 시켰다.
미소관계가 매스컴들이 평가하는 것처럼 악화됐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를지 모른다. 오는 5월16일∼19일의 외무회담과 5월23일∼6월3일의 정상회담을 기다려봐야 한다. 그러나 지난주의 양국외무회담의 분위기는 최근에 열렸던 미소간의 고위회담들에서 볼 수 있었던 화해와 기대의 열기가 결여돼 있었다.
그리고 미소사이에 상호 수용적동력이 떨어진 것이 분명히 느껴졌다. 베이커 미국무장관이나 셰바르드나제 소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합의 사항을 내놓지 못한채 미소화해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노력하겠다』는 말만을 되풀이 했다.
미매스컴들은 군축문제는 전략무기제한회담(START)과 유럽재래식군사력감축회담(CFE)의 실무적ㆍ기술적인 문제만을 남겨놓고 원칙문제는 타결될 것으로 낙관했었다.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정책 이후 미소군축은 이미 조인된 INF(중거리 핵전력폐기협정)에서부터 현안인 START회담과 CFE회담에 이르기까지 고르바초프의 선제양보가 길을 열어 왔다.
이번 회담에서도 미국측은 소련의 양보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소련측은 양보는 커녕 지난 2월 베이커국무장관의 방소때 동의했던 문제들을 다시 반대하는등 자세경화를 나타냈다. 미국측은 소련의 이러한 경직된 자세에 경악과 불안을 나타내고 있다.
소련은 이번 회담에서 부시대통령이 제의했던 지상발사 다탄두 핵미사일의 폐기를 거부했다. 부시대통령은 지난 3월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궁극적으로는 지상발사핵미사일을 전면폐기한다는 목표아래 제1단계로 지상발사다탄두미사일의 폐기를 제안했었다.
고르바초프는 부시의 제안이 잠수함발사 다탄두핵미사일을 제외시킨데 대해 이의를 제기,이를 거부한 것이다. 두나라는 각자의 지정학적 여건에 따라 미국은 잠수함 및 항공기발사 핵미사일,소련은 지상발사미사일에 역점을 둬 그 분야에서 각기 우위를 유지해 오고 있다. 다탄두미사일은 미사일 1기에 핵탄두를 3발내지 10발씩 적재,동시에 여러곳의 목표를 공격할 수 있는 가장 가공할 핵무기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이 다탄두미사일은 핵전략에서 우위 확보의 열쇠가 되는 선제공격력의 지주가 된다. 따라서 미소 양측이 상대방의 우위를 끌어 내리고 자신의 우위는 견지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소련은 현재 핵탄두10개를 적재하는 SS24초대형 미사일 수십기를 이미 철로이동형으로 실전배치,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소련과 유사한 지상발사다탄두 미사일인 MX미사일50기를 철로위에 배치키로 계획하고 있으나 미의회는 예산승인을 거부할 움직임이다.
부시대통령은 소련이 거부하는 경우 의회에 대해 MX미사일관련 예산을 승인토록 하려는 압력수단으로 이 제안을 했다는 추측도 있다. 이 지상발사 다탄두미사일 문제에 대해서 스코크로프트백악관안보보좌관과 베이커국무등은 폐기를 주장하고 있으나 체니국방장관은 불폐기를 주장,행정부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오다 이번에 폐기를 제안했다.
미국측을 크게 당혹케 한것은 잠수함발사 크루즈미사일(SLCM)에 대한 소련의 태도변화다. 지난 2월 모스크바회담에서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을 수석대표로한 소련측 협상단은 이 미사일에 대한 베이커국무의 「선언적접근방식」을 수락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선언적접근방식」은 양측이 미사일과 탄두의 숫자만을 공표하고, 실제보유숫자만을 공표하고,실제보유숫자를 엄격히 제한하거나 확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소련측은 이 방식을 수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측 고위관리들은 『소련의 군이 지난 2월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은것 같다』고 풀이하고 『소련측의 번의는 군의 압력때문이다』고 해석했다. 소련의 군과 당보수세력들이 리투아니아등 발트연안공화국들의 분리 독립문제와 관련,고르바초프의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는 분석도 있다.
군축문제이외에 독일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견해의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베이커 국무는 통일독일은 나토에 참여해야 한다는 당초의 주장을 견지한데 대해 셰바르드나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뉴욕 타임스지는 셰바르드나제가 『통일독일의 중립이 최선의 길은 아니다』고 베이커국무에게 비공식으로 말했다는 것을 근거로 소련이 양보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셰바르드나제의 보좌관들은 바르샤바조약기구나 나토와 같은 군사블록이 아닌 전유럽 안보체제를 구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 소의 관계는 다시 냉각되는가. 다가오는 부시고르바초프 정상회담에서 해답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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