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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소외교의 행방/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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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소외교의 행방/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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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소련간의 외교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국내외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한ㆍ소관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을지경이다. 우리측의 정부ㆍ여당안에서도 사람에 따라 얘기가 달라 어지러울 지경이고 소련측에서도 다른 견해가 자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먼저 모스크바에서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을 만났던 김영삼 민자당최고위원은 『양국간의 수교를 위한 정치적 타결은 이미 끝났고 실무적인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라고 귀국후 계속해서 낙관론을 펴오고 있다.

그러나 소련에 함께 갔다온 박철언정무장관은 소련방문시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흘리면서 『5월에 내가 소련을 방문해 경제문제와 수교문제를 일괄타결해야 한다』고 결코 낙관적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박장관은 이어 『김최고위원이 외무부를 부추겨 나를 못가게 하려하고 있다』면서 『다른 사람이 가서 그일을 할 수 있다면 보내겠다』고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정부의 공식외교창구인 외무부는 어떤가. 최호중외무장관은 소련외무부의 보수성을 지적하면서 『우리도 아직 외무부가 나설 시기가 아니다』며 관망자세이다.

최장관의 말은 「모든일이 다 끝난뒤 합의의정서에 서명할 때에나 외무부가 나타나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지금은 정치인들끼리 서로 생색다툼을 하고 있는판에 공연히 뛰어들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온 내교적 발언인것 같다.

이러한 판국에 유엔주재대사로 내정된 현홍주전법제처장이 부임을 앞두고 중국과 소련방문에 나섰는데 한국의 유엔가입의 열쇠를 쥐고있는 양국을 방문,의사를 타진하는데 목적이 있는것 같으나 때가 때인지라 시선을 끄는것은 당연하다.

복잡한 우리 국내사정에 못지않게 소련과 북한의 사정도 심상치 않다. 며칠전 소련 외무부의 유리ㆍ그레미츠키흐대변인은 『한국과의 외교관계수립이 최우선 과제가 아니다』며 한국내의 수교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그로부터 불과 수일이 지난뒤 그대변인은 10일 『소련은 한국과의 외교관계 수립을 배제하고 있다』면서 『소련과 한국간의 외교관계 수립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 검토될 수 있을뿐』이라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소련외무부 대변인의 이런 발언이 북한을 의식해서 나왔을 것이라는 추측은 같은날 북한이 발표한 한민전 성명으로 보아 확실해졌다.

북한 중앙통신이 전한 이 성명은 『우리의 우방인 소련은 우리인민의적과 친구가 되는일은 결코 하지말아야 한다』면서 한ㆍ소간의 접근을 맹렬히 비난했다.

이쯤되면 한국내의 자가발전식 소련붐에 비례해서 북한의방해책동이 그만큼 거세질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소련이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까지 외면만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상대방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측에서는 소련외교에 나서는 사람마다 분별없이 멋대로 떠들어대고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속담을 상기할 때가 된것 같다. 이제부터는 추진이야 다각도로 하더라도 하나의 목소리로 가다듬어 조용하게 진행시켜야 한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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