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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통터진 「현장검증」/미군측 불참에 경찰도 저자세(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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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통터진 「현장검증」/미군측 불참에 경찰도 저자세(등대)

입력
1990.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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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하오2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124 뉴홀리데이호텔앞에서 실시될 예정이었던 미군의 한국시민폭행사건 현장검증은 한미관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지난 8일 새벽 이곳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미군무원의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한 뒤 순찰중인 미군 헌병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오히려 권총으로 위협당하고 곤봉으로 폭행당해 백봉훈씨(25)등 7명이 다친 사건이 일어났다.

관할 용산경찰서는 미군 헌병들이 오히려 폭행당했다고 주장하자 미8군측과 함께 공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전례없이 현장검증까지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예정시간이 다가오자 전치3주인 백씨등 2명이 깁스를 하고 붕대를 감은채 목발을 짚고 병원에서 왔고 다른 피해자 5명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왔다.

미8군측에서는 사복차림의 수사요원 3명,용산서에선 직원 3명이 참석했다. 길가던 시민들도 이례적 현장검증을 보려고 50여명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정작 폭행당했다던 미군헌병 2명은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미8군 조사단측은 『시민들이 격앙돼있고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현장검증을 하겠느냐』며 사진만 몇장 찍곤 돌아갔다.

피해자들은 『이럴수가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아무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경찰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더미운 시누이」처럼 『차가 지나가면 다리를 빼야지』『왜 차도까지 내려와 택시를 잡느냐』『미군들은 곤봉으로 때리지 않았다는데 그런 식으로 말했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지켜보던 시민들은 현장검증을 하자고 먼저 말해놓고 나오지않은 미군의 고압적 자세와 우리경찰의 저자세에 분통을 터뜨렸다.

더구나 미국 AP통신이 이 사건을 『미군헌병들이 폭도들의 공격(MOB ATTACK)으로 부상하고 순찰차가 부서졌다』고 보도한데 이어 성조지가 4월11일자 1면 머리기사에 「미국인들,서울에서 폭도에 쫓겨 달아났다」는 제목으로 왜곡보도한 사실이 알려져 시민들을 더욱 흥분하게 했다.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외면한 방자한 행동들은 우월감 때문인가 반미감정을 부추기기 위한 것인가.【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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