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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내분,노대통령은 단안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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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내분,노대통령은 단안을(사설)

입력
1990.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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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생명은 국민의 신뢰가 핵심을 이룬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치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오히려 국가와 국민에게 불안과 해악만을 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를 이끌어가는 집권당의 책임은 매우 크다. 그같은 무거운 책임을 갖고 있는 민자당,그것도 절대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거대여당이 며칠째 추악한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국정에 해악이요 국민을 깔보고 무시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싸움은 당의 총수인 노태우대통령이 하루속히 단안을 내려 수습 정리하고 국민을 설득시켜야 한다는게 우리의 주장이다.김영삼최고위원에 대한 박철언정무장관의 극단적인 공격발언으로 폭발된 민자당의 집안싸움은 단순한 내분의 단계를 넘어 계파간의 사생결단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이 볼 때에는 경악과 함께 개탄스럽기가 이루말할 데 없다.

이번 박장관의 일련의 극언은 동기와 진짜 속사정은 차치하고라도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다. 『김최고위원의 방소중에 있었던 비사와 3당통합 때의 뒷일을 밝히면 그의 정치생명은 하루아침에 끝날 것이다』『내가 진실을 얘기하면 내연과 불안이 크게 된다』『노대통령과 나를 끝까지 적으로 간주한다면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는 등의 말은 가히 메가톤급의 폭탄발언이 분명하다. 도대체 나라와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이같은 극언을 함부로 하는 것인가.

6공 이후 그가 대통령의 1급 측근으로 당정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동안 국민은 그의 행동을 권력심층부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재기발랄한 정치신인의 다듬어지지 않은 자세로 지켜 보아왔다. 그러나 이번 폭탄발언은 나라의 경영,당의 기강,정치도의 등의 상식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박장관은 국정과 당에 불협화를 만들고 국민을 불안ㆍ불쾌하게 한 것만으로도 즉각 물러나야 한다. 공인이 마땅히 지키고 준수해야 할 원칙을 어겼을 때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민자당의 모습은 질서도 기강도 공인의식도 예의도 없는 난장판과 다름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출생 성장 의식구조와 성향 등이 전혀다른 정파가 갑자기 뭉쳐 화학적으로 동질화를 이루기까지에는 어느정도 마찰과 갈등이 뒤따르는 것은 필연적이다. 3당을 하루아침에 합당하는 과정에서부터 방소행적등을 통해 국민들은 김영삼최고위원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회의를 가져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 거여의 부조화를 보면서도 국민이 감내해 온 것은 혹 이 「새로운 조화」가 정치적인 안정에 기여하지 않을까하는 희망 때문이었다.

박장관의 폭탄발언,거여의 노골적인 내분은 이런 희망들을 산산이 부셔버리고 있다. 따라서 결단에 찬 수습이 시급하여 그 과정에서 다음의 몇가지 점도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

국민들은 3당합당 때 3계파간에 당권과 장래 권력운동에 관해 어떠한 밀약이 있었는지 새삼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바로 이 점을 국민에게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한편 김영삼최고위원과 박장관은 지난 방소때의 일련의 활동내용에 관해 국민에게 소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방소기간중 양인간의 어처구니없는 마찰과 불협음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었다. 박장관의 극언대로 정치생명에 직결될 정도의 일이 있었는지 떳떳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특히 국민들은 김최고위원이 당풍쇄신 촉구와 함께 여러 차례 제기한 「공작정치」에 대해서도 매우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공작정치가 지난날 3∼5공때 우리 정치를 병들게 했던 정보정치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새로운 성격의 것인지 분명히 구체적 사례를 들어 밝혀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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